16일 북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9번째 생일 행사가 치러졌다고 한다. 뇌졸중 후유증에 시달리며 만성 신부전증, 심혈관 질환까지 끼고 사는 김정일이 내년 생일상도 받을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1948년 김씨 왕조체제를 창업한 김일성 시대는 46년간 이어졌다. 1994년 2대 오너가 된 김정일의 통치 기간이 올해 끝날지 내년에 끝날지 아니면 5년 후까지일지 어느 누구도 점치기 힘들다. 끝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김정일 세 아들 소식이 연초부터 이어지고 있다. 맏아들 정남(40)은 2001년 일본 디즈니랜드를 구경하겠다고 위조 여권(旅券)을 들고 입국하려다 추방된 이후 명품으로 온몸을 치장한 채 중국·마카오 등지를 위성처럼 떠돌고 있다. 차남 정철(30)은 최근 수행원 수십명을 거느리고 싱가포르에 10여일간 머물렀다. 그는 하룻밤 숙박료가 60만원 하는 특급호텔 스위트룸을 잡고 록가수 에릭 클랩튼의 공연을 1인당 35만짜리 VIP석에서 즐겼다. 김씨 왕조를 물려받게 될 3남 정은(28)은 얼마 전 서열 2위 국방위 부위원장직을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 일족의 가업(家業)은 2400만 북한 동포 위에 군림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도(不渡)난 대기업 2세·3세들의 탈선 행각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김정일 아들들 모습은 3대 세습이 위태위태하리라는 신호다. 1980년대 후반 동유럽 공산 독재 국가들이 차례차례 쓰러질 때 김씨 체제도 그 길을 따라가리라던 예상은 빗나갔다. 그러나 지금 북한은 그때보다 더 고립돼 있고, 경제는 그때만큼 어려워지고 있다.
김씨 왕조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것인가. 66년간 이어져 온 분단의 장벽을 걷어내고 통일 시대의 '새 장(章)'을 열어가기 위해 우리는 무슨 채비를 하고 있는가. 현대사 속에 등장하는 여러 독재 정권의 최후 모습은 북한의 최후와 그에 대한 우리의 대비가 어떠해야 하는지에는 답(答)을 주지 못한다. 주변 상황이 너무 달라졌기 때문이다.
분단국에 공산주의 독재체제라는 닮은 구조의 동독(東獨) 붕괴 때 사정은 요즘의 북한과 사뭇 다르다. 당시 양독(兩獨)의 뒤를 각각 받쳐주던 아버지 부시 미 대통령과 소련 지도자 고르바초프는 수시로 통화하는 사이였지만, 오바마와 후진타오 관계는 그것과 질(質)이 다르다. 또 그때 동서 진영 헤게모니 싸움의 승부가 미국의 승리로 가려지며 탈(脫)냉전을 맞고 있었던 반면, 지금은 중국이 유일 강대국이던 미국에 중장기적으로 도전장을 내밀 태세를 갖추는 중이다.
이정표도 없고 지도도 구할 길이 없는 상태에서 대한민국 지도자와 국민은 북한 문제에 대한 정답을 찾아내고 말겠다는 각오라도 단단히 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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