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전 그런 파도는 처음이요, 방파제를 때린 파도가 인근 장군봉(높이 60m)을 타고 올라 100m 높이로 솟구치고 64t짜리 테트라포드(Tetrapod·TTP)가 파도에 쓸려 150m를 날아와 떨어졌는데,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린다니까….”
신안군 가거도(可居島·소흑산도) 최병국(67) 이장은 “이번처럼 무서웠던 적은 처음이야, 30년 만에 완공된 방파제도 처음으로 무너지고 말았어”라며 몸서리를 쳤다. 최 이장은 지금껏 크고 작은 태풍을 여러차례 겪었던 가거도 토박이다.
최 이장뿐만 아니라 334세대 540명의 주민들도 “평생 처음 느낀 공포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주민들은 “파도가 지난해 태풍 곤파스 때 높이를 올렸던 파제제(波除堤·높이 8.5m)를 가뿐히 넘어 마을로 밀려들고 바람에 돌맹이가 날려 마을 냉동고와 보건소, 해경 출장소가 부서지는데, 공포감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곤파스나 메아리하고는 비교도 안된다”고도 했다.
제9호 태풍 ‘무이파’는 지난 7일 밤 밀물 시간에 맞춰 초속 42m의 강풍과 10m가 넘는 거대한 파도를 동반한 채 한반도의 ‘윈디 코너(Windy Corner)’인 가거도를 뒤덮었다. 거센 파도는 방파제를 때려 길이 480m의 방파제 중 100m를 완전히 무너뜨렸고 150m는 형태만 남겨놓았다.
지난 1979년 착공, 30년 만인 2008년 6월 완공된 방파제가 3년 만에 붕괴된 것이다.
방파제를 둘러싸 파도의 세기를 완만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64t짜리 테트라포드 수천개도 한꺼번에 사라졌다. 30년간 설치한 64t짜리 테트라포드는 모두 5000개로, 태풍 ‘무이파’는 한번에 2000개 가량을 날려버렸다. 지난해 태풍 곤파스때 사라져 지난달까지 새로 보강한 테트라포드 184개도 이번에 다시 유실됐다. 방파제에 있어야할 테트라포드는 100m 떨어진 마을 내 해경 출장소 앞으로 밀려오기도 했다.
김용원 서해어업관리단 계장은 “정확한 현장조사를 실시해봐야 겠지만 피해 사진을 보면 2000개 가량 사라졌다는 주민들 얘기가 맞는 것 같다”면서 “지난 태풍 ‘메아리’ 때 유실된 테트라포드가 10여개 정도에 불과하니, 메아리와는 비교조차 안된다”고 말했다. 서해어업관리단측은 예상 피해액만 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원호 가거출장소장은 “지금이야 쉽게 말하지만 만조와 겹친 어제 오후 6시∼8시까지 실상은 말로 표현이 안될 정도”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
신안군 가거도(可居島·소흑산도) 최병국(67) 이장은 “이번처럼 무서웠던 적은 처음이야, 30년 만에 완공된 방파제도 처음으로 무너지고 말았어”라며 몸서리를 쳤다. 최 이장은 지금껏 크고 작은 태풍을 여러차례 겪었던 가거도 토박이다.
최 이장뿐만 아니라 334세대 540명의 주민들도 “평생 처음 느낀 공포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주민들은 “파도가 지난해 태풍 곤파스 때 높이를 올렸던 파제제(波除堤·높이 8.5m)를 가뿐히 넘어 마을로 밀려들고 바람에 돌맹이가 날려 마을 냉동고와 보건소, 해경 출장소가 부서지는데, 공포감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곤파스나 메아리하고는 비교도 안된다”고도 했다.
제9호 태풍 ‘무이파’는 지난 7일 밤 밀물 시간에 맞춰 초속 42m의 강풍과 10m가 넘는 거대한 파도를 동반한 채 한반도의 ‘윈디 코너(Windy Corner)’인 가거도를 뒤덮었다. 거센 파도는 방파제를 때려 길이 480m의 방파제 중 100m를 완전히 무너뜨렸고 150m는 형태만 남겨놓았다.
지난 1979년 착공, 30년 만인 2008년 6월 완공된 방파제가 3년 만에 붕괴된 것이다.
방파제를 둘러싸 파도의 세기를 완만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64t짜리 테트라포드 수천개도 한꺼번에 사라졌다. 30년간 설치한 64t짜리 테트라포드는 모두 5000개로, 태풍 ‘무이파’는 한번에 2000개 가량을 날려버렸다. 지난해 태풍 곤파스때 사라져 지난달까지 새로 보강한 테트라포드 184개도 이번에 다시 유실됐다. 방파제에 있어야할 테트라포드는 100m 떨어진 마을 내 해경 출장소 앞으로 밀려오기도 했다.
김용원 서해어업관리단 계장은 “정확한 현장조사를 실시해봐야 겠지만 피해 사진을 보면 2000개 가량 사라졌다는 주민들 얘기가 맞는 것 같다”면서 “지난 태풍 ‘메아리’ 때 유실된 테트라포드가 10여개 정도에 불과하니, 메아리와는 비교조차 안된다”고 말했다. 서해어업관리단측은 예상 피해액만 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원호 가거출장소장은 “지금이야 쉽게 말하지만 만조와 겹친 어제 오후 6시∼8시까지 실상은 말로 표현이 안될 정도”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
방파제 유실·복구 되풀이 매년 ‘태풍 공포’
1976년 350명 피해 발생후 공사 시작
10년 완공 목표, 잇단 태풍에 30년 걸려
태풍 진로 한복판에 위치 속수무책 피해
10년 완공 목표, 잇단 태풍에 30년 걸려
태풍 진로 한복판에 위치 속수무책 피해
2011년 08월 09일(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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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도 주민들의 지긋지긋한 ‘태풍과의 전쟁’은 언제쯤 끝이 날까. 지난 1979년 착공, 30년 만인 2008년 완공된 가거도 방파제가 이번 태풍 ‘무이파’로 완공 뒤 처음으로 유실됐다. ‘가히 사람이 살 수 있다’해서 ‘가거도(可居島)’로 이름 붙여졌지만 매년 태풍으로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주민들의 불안감은 대단하다.
◇가거도항, 공사 기간 30년, 비용 1343억원 ‘기록’=최서남단 가거도항 공사는 지난 1979년 시작됐다. 1976년 불어닥친 태풍 ‘프랜’으로 어선 579척이 파손·침몰당하고 35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정부는 가거도항을 피항처(국가어항)로 지정, 공사에 들어가면서다.
10년 완공을 목표로 했던 공사는 녹록치 않았다. 기껏 시설해놓은 부분은 세 차례의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면서 유실돼 같은 공사가 고스란히 반복됐다.
공사가 절반 가량 이뤄진 지난 1986년에는 태풍 베라가 덮쳐 방파제 220m가 유실됐다. 32t짜리 테트라포드가 항안으로 밀려 들어와 방파제를 망가뜨리면서 35억8200만원의 재산 피해를 낸 것. 지난 2000년 8월에는 초속 58.7m에 이르는 초대형 태풍 ‘프라피룬’에 맥없이 무너졌다. 시공사는 테트라포드 무게를 개당 64t규모로 늘렸음에도 82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2002년에는 강풍을 동반한 제 5호 태풍 라마순으로 또다시 30억원대의 피해를 내고 방파제 유실의 아픔을 겪었다. 300억원 정도 예상됐던 예산은 방파제 공사에만 860억원이 들었고 주변 공사비를 포함해 1343억원으로 늘었다. 10년 완공을 목표로 했던 공사도 30년이나 걸렸다. 파도의 세기를 완만하게 해주는 ‘테트라포드’(TTP) 무게도 25t에서 32t, 64t으로 늘어났고 급기야 국내 최초로 108t짜리 대형 큐브블럭(Cube block) 1300개를 설치해 공사를 마무리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 2008년 6월 2일 역사적인 가거도항 준공식이 열렸다. 방파제 480m, 어선·여객선을 대는 물양장 497m, 항안으로 들어오는 파도를 다시 막는 방사제 195m가 설치됐다. 방파제 보호를 위해 64t짜리 테트라포드를 5000여개 설치했다. 64t짜리 테트라포드 한 개 제작하는데 들어가는 시멘트는 40㎏ 기준 250포대이다.
◇준공 뒤에도 수난, 준공된 뒤 처음으로 방파제 붕괴=가거도항 준공 이후에도 태풍으로 인한 인공구조물 유실 피해는 잇따랐다. 지난해 9월 1일 발생한 태풍 ‘곤파스’로 184개의 테트라포드가 사라져 14억2000만원의 재산피해를 내 복구하는데 26억원이 투입됐고 지난 6월 발생한 ‘메아리’에도 10여개의 테트라포드가 유실됐다.
특히 이번 태풍 ‘무이파’로 한꺼번에 2000개에 이르는 테트라포드와 유실됐고 108t짜리 큐브블록마저 뒤틀리는 피해를 입는가 하면, 준공된 뒤 처음으로 방파제 250m가 전파되거나 반파되는 대규모 피해를 입게됐다. 서해어업관리단측은 정확한 피해예상액을 집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대략 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거도는 대한민국 ‘윈디 코너’= 가거도가 매년 큰 태풍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서해상에서 올라오는 태풍 진로 한 복판에 위치하고 있어서다. 목포에서 배로 4시간 정도 걸리는 망망대해에 자리하고 있는 탓에 주변에 파도와 바람을 막아줄만한 시설이 전혀 없어 매년 피해가 되풀이되고 규모도 클 수밖에 없다는 것. 10년 목표로 했던 소규모 방파제 공사가 30년이 걸리는가 하면, 같은 공사를 30년 동안 이어진 이유다. 오죽했으면 건설업체들 사이에서는 “가거도 방파제 공사만 같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가거도항, 공사 기간 30년, 비용 1343억원 ‘기록’=최서남단 가거도항 공사는 지난 1979년 시작됐다. 1976년 불어닥친 태풍 ‘프랜’으로 어선 579척이 파손·침몰당하고 35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정부는 가거도항을 피항처(국가어항)로 지정, 공사에 들어가면서다.
10년 완공을 목표로 했던 공사는 녹록치 않았다. 기껏 시설해놓은 부분은 세 차례의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면서 유실돼 같은 공사가 고스란히 반복됐다.
공사가 절반 가량 이뤄진 지난 1986년에는 태풍 베라가 덮쳐 방파제 220m가 유실됐다. 32t짜리 테트라포드가 항안으로 밀려 들어와 방파제를 망가뜨리면서 35억8200만원의 재산 피해를 낸 것. 지난 2000년 8월에는 초속 58.7m에 이르는 초대형 태풍 ‘프라피룬’에 맥없이 무너졌다. 시공사는 테트라포드 무게를 개당 64t규모로 늘렸음에도 82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2002년에는 강풍을 동반한 제 5호 태풍 라마순으로 또다시 30억원대의 피해를 내고 방파제 유실의 아픔을 겪었다. 300억원 정도 예상됐던 예산은 방파제 공사에만 860억원이 들었고 주변 공사비를 포함해 1343억원으로 늘었다. 10년 완공을 목표로 했던 공사도 30년이나 걸렸다. 파도의 세기를 완만하게 해주는 ‘테트라포드’(TTP) 무게도 25t에서 32t, 64t으로 늘어났고 급기야 국내 최초로 108t짜리 대형 큐브블럭(Cube block) 1300개를 설치해 공사를 마무리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 2008년 6월 2일 역사적인 가거도항 준공식이 열렸다. 방파제 480m, 어선·여객선을 대는 물양장 497m, 항안으로 들어오는 파도를 다시 막는 방사제 195m가 설치됐다. 방파제 보호를 위해 64t짜리 테트라포드를 5000여개 설치했다. 64t짜리 테트라포드 한 개 제작하는데 들어가는 시멘트는 40㎏ 기준 250포대이다.
◇준공 뒤에도 수난, 준공된 뒤 처음으로 방파제 붕괴=가거도항 준공 이후에도 태풍으로 인한 인공구조물 유실 피해는 잇따랐다. 지난해 9월 1일 발생한 태풍 ‘곤파스’로 184개의 테트라포드가 사라져 14억2000만원의 재산피해를 내 복구하는데 26억원이 투입됐고 지난 6월 발생한 ‘메아리’에도 10여개의 테트라포드가 유실됐다.
특히 이번 태풍 ‘무이파’로 한꺼번에 2000개에 이르는 테트라포드와 유실됐고 108t짜리 큐브블록마저 뒤틀리는 피해를 입는가 하면, 준공된 뒤 처음으로 방파제 250m가 전파되거나 반파되는 대규모 피해를 입게됐다. 서해어업관리단측은 정확한 피해예상액을 집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대략 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거도는 대한민국 ‘윈디 코너’= 가거도가 매년 큰 태풍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서해상에서 올라오는 태풍 진로 한 복판에 위치하고 있어서다. 목포에서 배로 4시간 정도 걸리는 망망대해에 자리하고 있는 탓에 주변에 파도와 바람을 막아줄만한 시설이 전혀 없어 매년 피해가 되풀이되고 규모도 클 수밖에 없다는 것. 10년 목표로 했던 소규모 방파제 공사가 30년이 걸리는가 하면, 같은 공사를 30년 동안 이어진 이유다. 오죽했으면 건설업체들 사이에서는 “가거도 방파제 공사만 같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