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났다. 묻지마" vs "당장 사자"
뉴시스 | 이인준 | 입력 2011.08.09 17:48 | 수정 2011.08.09 17:56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 9일 낮 12시를 조금 넘긴 시간, 서울 여의도에 있는 A증권사 본사 객장. 점심시간이지만 적지 않은 사람이 객장에 몰려있었다. 상담실 한쪽에는 검은 모자를 쓴 반백의 중년 남성과 상담직원이 바투 앉았다. 아들뻘의 상담직원은 이따금씩 한숨을 내 쉬었고, 노신사는 손으로 이마를 짚고 생각에 골몰한다. 그의 눈빛은 참담했다. 그들의 대화는 점심시간 내내 이어졌다.
■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객장의 많은 투자자들과 대조적으로 창구에 홀로 남은 창구직원이 계좌를 새로 개설하기 위해 찾아온 고객 맞이로 분주하다. 이 직원은 점심식사를 하러간 동료들을 대신해 창구를 지키고 있었다. 고객들은 번호표를 뽑아서 차례차례 기다리다 증권계좌를 만들곤 희망찬(?) 발걸음으로 객장을 떠난다. 모두 웃는 낯이다.
9일 코스피지수는 68포인트 떨어지며 엿새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6거래일동안 코스피는 370포인트 이상 떨어졌고, 시가총액은 209조가 날아갔다. 미국 더블딥 가능성과 유럽의 재정위기 우려에 더해진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의 후폭풍은 예상보다 강했다.
투자자도, 애널리스트도 하루 종일 우울해했다. 투자자들은 자고 나면 떨어지는 주가에 할 말을 잃었고, 증권사는 "죄송합니다"라는 사과문까지 올리면서 고개를 숙였다. 누구도 증시 전망을 단언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주가 급락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로 다가올 태세다. 그동안 코스피가 고점 행진을 이어가며 시장에 들어오지 못했던 고객들이 증권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처럼 최악의 상황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는 탓이다.
◇점심시간도 전광판만 보는 투자자들 '울상'
증시는 점심을 먹지 않는다. 증권사 직원들은 점심시간에 2교대로 점심을 먹는다. 게다가 휴가를 가는 직원들이 많은 8월 초에는 사람 수가 더 적다. 그러고 나면 점심시간 증권사 객장은 '직원 반 고객 반'이다.
한 증권사 객장에 앉아 턱을 괴고 전광판을 바라보던 한 60대 남성에게 가서 말을 걸었다. 입을 열기도 전에 "반토막 났다. 물어보지 말라"며 쫓는다.
1980년대 이미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는 그는 "이 정도의 주가 폭락은 경험해본 적 없다"며 "1997년 IMF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인이 한 해 수천억원을 벌어가는 시장"이라며 "시장을 (외국인에게) 열어도 너무 열었다"고 정부를 탓했다.
그는 "가지고 있던 주식의 일부를 어쩔 수 없이 손절매 형태로 팔았다"면서도 "지금은 기다려야 할 때"라며 일말의 희망을 내비쳤다.
객장에서 만난 5년째 전업투자를 하고 있다는 김모(62) 씨는 "지금까지 8억원을 투자했는데 지난 6일 동안 폭락하면서 2억을 손해 봤다"며 "원래 주식은 허가된 도박이기 때문에 누굴 탓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오늘 같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더 매수해야 하는 상황이고, 그래서 나는 더 매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IMF 때 주가가 폭등해 부자가 된 사람을 많이 알고 있다"며 "어제 주가 폭락한 것도 개인이 참을성 없이 투매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도 주가는 여지없이 폭삭 주저앉았다.
◇투자자, 여유 되찾아…신규 고객 문의도 증가
다만 증시는 전날보다 다소 여유를 찾았다는 게 증권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증권사의 프라이빗 뱅커(PB)는 "증시에 대한 고객 문의가 많이 줄었다"며 "대부분 이미 엎어진 것을 단념하고 회복하기를 기다리겠다는 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금융상품을 많이 다루는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적극적으로 시장에 달려드는 투자자들은 없다"며 "유동성을 가진 투자자들이 시장 흐름에 맞춰 분할 매수를 하거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관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대형증권사 PB는 "장 중 급등락이 진행되면서 하루 종일 고객 응대를 하느라 바빴다"며 "투자자들에게 기본 펀더멘털에는 변동이 없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보시라는 말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증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신규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증권사에 관련 문의를 해오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한 대형사 증권사 창구 직원은 "8월은 휴가철이기 때문에 사람이 별로 없지만 최근 주가가 많이 떨어지면서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오시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증권사 영업부 직원은 "신규 계좌 개설고객이 수치상 증가한 것은 아니지만 주가가 폭락을 하다 보니 평소보다 고객 문의전화 횟수가 40~50% 이상 늘었다"며 "기존 고객은 물론 일반 고객 전화도 많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형증권사 PB는 "코스피가 1800포인트까지 내려왔다면 대형주 중심으로 가격 메리트가 생겨서 사야할 시기라고 보는 고객들이 많은 것 같다"며 "신규 계좌 개설 건이 늘지는 않았지만 관련 문의는 많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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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코스피지수는 68포인트 떨어지며 엿새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6거래일동안 코스피는 370포인트 이상 떨어졌고, 시가총액은 209조가 날아갔다. 미국 더블딥 가능성과 유럽의 재정위기 우려에 더해진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의 후폭풍은 예상보다 강했다.
투자자도, 애널리스트도 하루 종일 우울해했다. 투자자들은 자고 나면 떨어지는 주가에 할 말을 잃었고, 증권사는 "죄송합니다"라는 사과문까지 올리면서 고개를 숙였다. 누구도 증시 전망을 단언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주가 급락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로 다가올 태세다. 그동안 코스피가 고점 행진을 이어가며 시장에 들어오지 못했던 고객들이 증권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처럼 최악의 상황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는 탓이다.
◇점심시간도 전광판만 보는 투자자들 '울상'
증시는 점심을 먹지 않는다. 증권사 직원들은 점심시간에 2교대로 점심을 먹는다. 게다가 휴가를 가는 직원들이 많은 8월 초에는 사람 수가 더 적다. 그러고 나면 점심시간 증권사 객장은 '직원 반 고객 반'이다.
한 증권사 객장에 앉아 턱을 괴고 전광판을 바라보던 한 60대 남성에게 가서 말을 걸었다. 입을 열기도 전에 "반토막 났다. 물어보지 말라"며 쫓는다.
1980년대 이미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는 그는 "이 정도의 주가 폭락은 경험해본 적 없다"며 "1997년 IMF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인이 한 해 수천억원을 벌어가는 시장"이라며 "시장을 (외국인에게) 열어도 너무 열었다"고 정부를 탓했다.
그는 "가지고 있던 주식의 일부를 어쩔 수 없이 손절매 형태로 팔았다"면서도 "지금은 기다려야 할 때"라며 일말의 희망을 내비쳤다.
객장에서 만난 5년째 전업투자를 하고 있다는 김모(62) 씨는 "지금까지 8억원을 투자했는데 지난 6일 동안 폭락하면서 2억을 손해 봤다"며 "원래 주식은 허가된 도박이기 때문에 누굴 탓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오늘 같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더 매수해야 하는 상황이고, 그래서 나는 더 매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IMF 때 주가가 폭등해 부자가 된 사람을 많이 알고 있다"며 "어제 주가 폭락한 것도 개인이 참을성 없이 투매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도 주가는 여지없이 폭삭 주저앉았다.
◇투자자, 여유 되찾아…신규 고객 문의도 증가
다만 증시는 전날보다 다소 여유를 찾았다는 게 증권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증권사의 프라이빗 뱅커(PB)는 "증시에 대한 고객 문의가 많이 줄었다"며 "대부분 이미 엎어진 것을 단념하고 회복하기를 기다리겠다는 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금융상품을 많이 다루는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적극적으로 시장에 달려드는 투자자들은 없다"며 "유동성을 가진 투자자들이 시장 흐름에 맞춰 분할 매수를 하거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관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대형증권사 PB는 "장 중 급등락이 진행되면서 하루 종일 고객 응대를 하느라 바빴다"며 "투자자들에게 기본 펀더멘털에는 변동이 없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보시라는 말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증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신규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증권사에 관련 문의를 해오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한 대형사 증권사 창구 직원은 "8월은 휴가철이기 때문에 사람이 별로 없지만 최근 주가가 많이 떨어지면서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오시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증권사 영업부 직원은 "신규 계좌 개설고객이 수치상 증가한 것은 아니지만 주가가 폭락을 하다 보니 평소보다 고객 문의전화 횟수가 40~50% 이상 늘었다"며 "기존 고객은 물론 일반 고객 전화도 많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형증권사 PB는 "코스피가 1800포인트까지 내려왔다면 대형주 중심으로 가격 메리트가 생겨서 사야할 시기라고 보는 고객들이 많은 것 같다"며 "신규 계좌 개설 건이 늘지는 않았지만 관련 문의는 많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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