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1.04 03:04 | 수정 : 2011.11.04 08:22
[민노당, FTA 괴담 '12가지 완벽 정리' 무한 퍼나르기]
일부 좌파 언론·네티즌이 트위터로 확대 재생산하고 민주당·일부 연예인도 가담
광우병 때처럼 파괴력은 없어
지난달 13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이행법안, 미 의회 최종통과' '이명박 대통령 미 의회 연설서 45차례 박수'란 기사가 신문과 방송을 메웠을 때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위크서비스)에는 민주노동당이 공개한 '한·미 FTA 독소조항 12가지 완벽 정리'가 퍼날라졌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으로 광우병 창궐해도 막지 못해' '미국의 무역보복으로 한국경제는 막장으로 몰리게 됨' 'ISD(투자자·국가제소권)로 한국은 공공정책 포기' '수도요금 등 공공요금 폭등으로 서민경제 파탄' 등의 내용이 들어 있었다. 복잡한 통상협상의 결과를 '광우병' '막장 경제' '공공정책 포기' '서민 파탄'으로 단순화시켜 선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광우병 2탄 겨냥한 '공포 전염' 구조
한미 FTA에 대한 '조작된 공포'는 2008년 광우병 사태와 똑같은 유통구조를 타고 이동 중이다. 당시 MBC PD수첩이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왜곡해 보도했고, 그 내용은 블로그 등으로 확산됐다. 이에 일부 야당과 좌파 언론이 맞장구를 치면서 '광우병 사태'로 발전했다. 이번 'FTA 괴담'의 진원지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일부 좌파 언론, 일부 네티즌, 민노당 등 FTA 전면 반대 정파(政派) 등이다. 광우병 괴담과의 차이점은 주요 확산 통로가 트위터 등 SNS로 바뀐 것이다.
- ▲ 3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한·미 FTA 공동대응을 위한 야5당-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대표자 연석회의’에서 민주당 정동영 의원(맨 오른쪽)이 태블릿PC로 회의 장면 사진을 찍고 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대표(오른쪽 두번째), 손학규 민주당 대표(오른쪽 네번째)도 참석했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최근 돌고 있는 '볼리비아 괴담'은 이 같은 괴담확산 구조의 전형을 보여준다. 지난달 29일 스스로를 '마르크스주의 진보 좌파'라고 소개한 네티즌이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과 FTA를 체결한 볼리비아의 상수도는 다국적기업 벡텔에 팔렸고, 수돗물 값이 4배로 올랐다. 빈민들이 빗물을 받아먹자 벡텔은 수돗물 사업이 손해를 입었다고 볼리비아 정부를 고소했다. 결국 빗물 받는 통을 경찰이 단속하고 세금을 부과했다"고 썼다. 미국과 볼리비아는 FTA를 체결하지도 않았지만, 이 말은 트위터를 통해 '무한 리트윗(퍼나르기)'이 됐다.
국회 외통위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 내용을 인용했고, 좌파성향의 한 신문은 이를 1면에 보도하기도 했다.
◇연예인·정치인들이 가세
최근엔 "미국과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를 추진했던 멕시코 협상대표단 15명이 총살을 당했다"는 근거도 없는 글이 트위터를 달구고 있다. 지난 2일 민주당의 조배숙 최고위원은 이를 인용해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여당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광우병 사태 당시엔 연예인 등이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겠다"면서 광우병 괴담에 힘을 실어줬다. 여기에다 민주당 등 기성정치권이 거리로 나가면서 기름을 부었다. 이번엔 트위터 팔로어 수 1위(100만) 소설가 이외수씨가 한미 FTA로 "너무 많은 것을 잃게 된다"고 썼고, 소설가 공지영(팔로어 22만)씨도 이를 퍼날랐다.
그러나 FTA 괴담이 2008년 '광우병 괴담' 수준으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미 FTA가 우리나라에 필요하다는 여론이 60% 안팎으로 더 우세한데다, 일반 국민들에게 '먹는 문제(소고기)'처럼 당장 피부에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대 한규섭 교수(언론학)는 "유언비어와 허위사실까지 '표현의 자유'로 포장돼 돌아다니다 보니 인터넷의 자정(自淨)작용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사회적인 규약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이 같은 현상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