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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의 양지와 음지

화이트보스 2011. 11. 4. 14:30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의 양지와 음지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의 양지와 음지

입력 : 2011.11.03 23:30 | 수정 : 2011.11.04 01:04

서울시립대가 내년부터 등록금을 절반으로 깎아주기로 했다. 시립대는 여기에 필요한 돈 182억원을 내년 예산에 반영해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다. 서울시는 2011년 시립대 예산 1200억원 가운데 648억원을 지원했으나 내년에는 지원 규모가 83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박원순 시장은 선거운동 기간인 지난달 21일 서울시립대를 찾아가 총학생회와 '반값 등록금 협약식'을 가졌었다.

서울시립대 재학생 8000여명은 내년부터 연평균 등록금 477만5000원의 절반인 238만7500원만 내게 된다. 이 대학의 기존 등록금은 서울시내 10개 주요 사립대의 827만원의 절반쯤이고 국립 서울대 628만8000원보다도 150만원가량 싸다. 여기서 반을 덜 내면 일반 사립대의 4분의 1 수준이 된다. 현재 시립대생이 받는 1인당 장학금이 137만7000원인 점까지 감안하면 등록금은 실제로는 100만원대인 셈이다. 고등학교 1년 수업료가 180만원쯤이니 고등학교보다 싼 대학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서울시립대는 사설 입시기관들이 상위 10위 안팎으로 분류하는 인기 대학이다. 이런 대학이 등록금까지 4분의 1이 되면 우수 학생들이 더 많이 몰리고 학교 질도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우선 '형평의 문제'가 있다. 서울시립대생의 60%는 지방 학생이다. 타지방 학생을 위해 서울시가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매년 600여억원을 지원해온 데도 시민의 일부는 이의(異意)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등록금을 다시 절반으로 내리겠다고 세금 180억원을 더 끌어다 쓰겠다면 찬성할 서울시민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다음으로 대학 '등록금의 학교별 편차'를 더 확대시키는 데 따른 문제다. 우리 대학들은 국립은 예산의 40%, 사립은 65%를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감사원이 전국 113개 대학 재정 실태 조사에서 회계 조작과 횡령 비리 등을 적지 않게 적발해냈지만 그런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하할 여력이 있는데도 의도적으로 그걸 숨기고 있다는 증거는 찾아내지 못했다. 만일 이런 대학들이 대학 구실을 못하는 껍질만의 대학이라면 문(門)을 닫게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면 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서울시립대 학생은 '특별시민'이고 우리는 '보통시민'이냐는 차별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서울시립대와 같이 지자체에서 돈을 지원받는 4년제 대학과 전문대는 전국에 9곳이나 된다. 다른 지자체가 서울시를 흉내 내면 전국에서 형평의 문제, 등록금의 학교별 편차 문제가 제기되게 된다는 말이다. 만일 다른 지자체가 궁핍해 서울시의 4분의 1 등록금을 따라 할 수 없게 돼도 그곳 사람들은 넉넉한 서울시만 '특별시' 행세를 하고 그렇지 못한 곳은 '보통 이하(以下)시'라고 느낄 것이다. 중앙과 지방의 격차 해소를 주장해온 진보적 박 시장은 이걸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