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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영혼 없는 공무원?…시장 바뀌자 태도 돌변에 '깜짝'

화이트보스 2011. 11. 4. 14:03

진짜 영혼 없는 공무원?…시장 바뀌자 태도 돌변에 '깜짝'
박시장 첫 결재 '무상급식', 한강사업 예산삭감.. 시장바뀌자 '돌변'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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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1.04 12:24
|수정 2011.11.0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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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박시장 첫 결재 '무상급식', 한강사업 예산삭감.. 시장바뀌자 '돌변']

(서울=뉴스1 허남영 기자)

"진짜 공무원은 영혼이 없는 건가?" 서울시 수장으로 시민운동가 출신인 박원순 시장이 들어선 이후 보이고 있는 시 공무원들의 행태를 지켜본 사람들이 혀를 차며 하는 소리다.

박원순 시장은 오세훈 시장 시절에는 공무원들이 적대감까지 보였던 대표 세력이다. 그런데도 새 시장이 되자 입안의 혀처럼 비위를 맞추고 있는 모습에 출입기자단은 물론, 박 시장의 자문단, 오세훈 전 시장 측 인사들, 심지어는 시 공무원 스스로도 놀라고 어색해하고 있는 것이다.





출근 첫날인 지난달 27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 공무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News1 송원영 기자

오 전 시장의 측근이었던 한 인사는"(오 시장이) 그만둔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까지...권력의 속성이 그렇지 라고 생각하다가도 섭섭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고 되뇌였다.

그는 무상급식 문제로 시의회와 마찰을 빚던 오세훈 시장이 주민투표 실패로 시장 직을 그만두자 함께 서울시를 떠났었다. 10·26 보궐선거 때는 나경원 후보 캠프에도 관여했었다.

오 시장의 다른 측근도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고 첫 결재가 무상급식 예산 지원이었다는 소식을 듣고 만감이 교차했다"며"오 시장 있을 때는 온갖 무상급식 반대 논리를 만들어 보고하던 사람들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무상급식 문제로 오 전 시장이 시의회와 대립각을 세우던 시기에 시 공무원들은 정말 그랬다. 시의회가 무상급식 지원 조례를 제정하자 권한 밖의 일을 시장에게 떠넘긴다며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을 의뢰하기도 했고, 결국 대법원 소송까지 제기했다. 지난해 연말 시의회가 무상급식 지원 예산 695억원을 편성하자 의회는 예산 편성권이 없다는 이유로 집행을 거부했다. 그리고 주민투표까지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그런 서울시 공무원들이 시장이 갈리자 하루 아침에 돌변한 것이다. 마치 박원순 시장이 출근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185억원의 무상급식 예산 지원안을 준비했다가 결재를 받았다. 그렇다고 그동안 기를 쓰고 무상급식을 반대한 이유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한 공무원은 "이러니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는 소릴 듣는다"며 자조 섞인 어조로 말했다.

내년도 서울시 살림살이를 짜는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도 같은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시장이 바뀌었으니 새로운 시장의 공약사업 위주로 사업의 우선 순위가 주어지고 예산이 편성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충성경쟁이라도 하듯 각 부서마다 앞다퉈 시장 공약사업 위주로 예산을 올리다 보니 예산 부서 직원들이 조정에 애를 먹고 있다.

박원순 시장의 예산 관련 자문단 인사들은 공무원들의 '협조적인' 행태에 대해 고마워하면서도 놀라고 있다. 한 자문위원은 "서울시가 박 시장의 공약을 많이 반영해서 예산안을 올렸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관련 공무원들은 전임 시장 시절 '잘하는 사업'이라고 치켜세웠던 한강생태복원사업 등의 예산이 줄줄이 깎이는데도 어느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 없이 자문단 눈치 보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시 사업부서의 한 관계자는 "부서에서 올린 예산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건 자문단이 하는 일 아닌가. 속된 말로 우린 힘이 없다"고 변명했다.

포스트 오세훈 시정 이후 기자들이 공무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얘기 중 하나가 "이제 나가셨으니까 하는 얘긴데…"이다. 전임 오세훈 시장에 대해 "정말 일을 많이 시킨 시장", "직원들 얼굴도 잘 기억 못한 시장", "나가는 순간까지 조직에 누를 끼친 시장"이었다는 등 공무원들의 평가는 대체로 야박하다. 오 전 시장 측근은 "이런 게 '권력의 속성' 인지, 아니면 '공무원들의 속성' 인지 모르겠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