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1.08 23:15 | 수정 : 2011.11.09 03:36
야권(野圈)은 요즘 한 몸으로 두 일 하느라 바쁘다. 하나는 한·미 FTA 비준안의 국회 처리를 저지하는 일이고, 또 하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범(汎)야권 통합에 끌어들이는 일이다. 그래서 더욱 안 원장이 한·미 FTA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가 궁금해진다. 안 원장이 FTA에 반대한다는 소신(所信)이 확고하다면 야권은 그를 반대운동에 끌어들여 FTA 반대운동의 힘을 배가(倍加)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안 원장이 FTA에 관한 야권의 폐쇄적 통상쇄국주의와 입장을 달리한다면 야권은 안 원장에 대한 구애(求愛)를 접어야 한다. 야권이 한·미 FTA 협상 주역을 '매국노 이완용'으로 몰며 정치적 운명을 걸고 FTA 저지에 나선 마당에 안 원장의 그 문제에 대한 입장이 애매하거나 자신들과 다른데도 한 몸이 돼 정권을 탈환하자고 하는 것은 통합 야권을 반인반수(半人半獸)의 괴물로 만들겠다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안 원장이 한·미 FTA에 대해 직접 언급한 적은 없다. 그러나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이란 안 원장의 저서를 보면 한·미 FTA 핵심 쟁점인 서비스 산업 개방에 대한 안 원장의 입장을 짐작할 듯하다. 안 원장은 "세계화가 가속화하면서 서비스 산업까지 아웃소싱되는 시대가 됐다"면서 "이제 나의 경쟁상대는 옆자리 동료나 우리나라의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만이 아니며, 나와 피부색과 언어가 다르고,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도 내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는 경쟁자"라고 적었다. 안 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 살아남는 길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방법밖에 없다. 이제는 세계를 보고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경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피할 수 없이 다가오는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이다.
이런 안 원장의 입장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을 가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어야 국가 번영의 길이 열린다는 쪽과 가까운 것일까, 아니면 미국과 FTA를 맺으면 미국의 속국(屬國)이 되고 만다는 쪽과 가까운 것일까.
안 원장은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대해 "상식이 비(非)상식을 이긴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선거기간 중 네거티브 논란에 대해 "사실에 바탕을 두지 않은 것은 네거티브이며,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의료분야는 한·미 FTA 개방 대상도 아닌데 "한·미 FTA를 하면 맹장수술비가 900만원으로 오른다"고 하고, 볼리비아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적도 없는데 "(FTA 체결 이후) 볼리비아는 빗물도 받아먹지 못한다"고 하는 등 전혀 사실에 바탕을 두지 않은 괴담(怪談)으로 국민에게 겁을 주는 FTA 반대 운동은 상식인지 비상식인지에 대한 안 원장의 판단을 듣고 싶다.
야권은 내년 두 차례 선거를 앞두고 통합의 첫째 조건을 FTA 반대로 정했다. 야권이 그 야권 연대에 안 원장을 초대하기로 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FTA에 대한 안 원장의 입장을 확인하는 일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