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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ISD 조항’ 해외 통상전문가들 의견

화이트보스 2011. 11. 13. 21:13

FTA ‘ISD 조항’ 해외 통상전문가들 의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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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카스몰 OECD 보좌역 “ISD는 쌍방 이익 위한 국가표준”
무코야먀 日 종합硏 연구원 “국제 통상관행에 한국 과민반응”
천후이핑 中푸젠샤먼大 교수 “韓中 협정에도 ISD 조항 있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비준 과정에서 논란의 핵심이 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에 대해 제3자의 위치에 있는 프랑스 일본 중국의 통상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프랑스

카티야 야나카스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투자과 법률보좌역은 10일 프랑스 파리 OECD 사무국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ISD는 FTA를 맺는 쌍방 모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표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리스 출신인 야나카스몰 보좌역은 ISD 소송을 담당하는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센터(ICSID)에서 2년간 분쟁조정을 담당한 국제변호사다. 

‘ISD가 어떤 제도인가’를 묻는 질문에 그는 “최근 각종 투자협정에 포함되는 일반적이고 표준적인 규정으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글로벌 스탠더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투자 유치국 정부가 부당하게 투자자에게 부당한 손실을 발생시킨 경우 투자 유치국 정부를 상대로 공정한 국재 중재를 요청해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ISD 조항이 미국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한국 반대론자 주장에 대해 “절대  사실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데 전혀 그렇지 않다. ICSID는 대단히 중립적이고 균형적인 기구다. 중재부 재판관 3명은 보통 이해당사자가 각각 한 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한 명은 ICSID 사무총장이 추천하는 데 분쟁 당사자들에게 비밀리에 3명의 명단을 제시하고 양측이 한 명에 대해 합의하지 않으면 추천할 수 없다. 3명 중 한 명이 합의되지 않으면 다른 예비후보 인물로 양측이 합의할 때까지 제의하게 된다. 한 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재판관을 지명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는 이어 “ISD는 대부분의 FTA에 포함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FTA는 통상 투자 분야를 포함해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문화 등 다양한 분야로까지 확대 강화하는 내용을 담는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오늘날 FTA의 중요한 일부를 구성하는 투자협정에 양국 투자자를 보호하는 ISD를 포함하는 것은 당연한 일반적 추세이다. ISD는 한국에 투자하는 미국의 기업도 보호하지만 반대로 미국에 투자하는 한국의 기업도 똑같이 보호하는 것이다. ISD는 투자협정을 체결하는 양국의 이해에 똑같이 부합하도록 자국의 정당하고 외국 투자에 대한 비차별적인 정책에 대해서는 분쟁 대상이 되지 않도록 자율성을 갖기 위한 규정을 마련한다. 한미 FTA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는 한-EU FTA에서 ISD조항이 빠진 것과 관련해 “2009년 12월 발효된 리스본 조약 이전까지는 EU가 FTA 협상에 ISD를 포함시킬 수 있는 권한을 회원국으로부터 위임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EU FTA 문안협상은 리스본 조약 발효 이전에 진행됐고 만약 권한을 위임받았다면 한-EU FTA에도 ISD조항이 들어갔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국

중국의 국제경제법학회 사무총장이자 한중 FTA 물밑교섭에 참여하고 있는 천후이핑(陳輝萍·여·사진) 푸젠샤먼(福建厦門)대 법학과 교수는 “1992년 체결한 한-중 투자보장 협정에도 ISD 조항이 있다. 투자협정도 FTA와 같은 국가간 협정”이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중국이 다른 나라와 맺은 FTA에는 ISD 조항이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다”면서 “중국과 칠레간 FTA는 ISD 조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다른 중국 FTA 전문가는 중국이 맺은 10개 FTA에는 한두개를 제외하고 대부분 ISD 조항이 들어가 있다고 전했다.

천 교수는 한국에서의 ISD와 관련한 논란을 알고 있지만 자세한 속사정을 알지 못한다면서 언급을 꺼렸다.

다만 향후 한중 간에 FTA 협상이 시작된다면 ISD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천 교수는 말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투자협정도 양국 국가간 협정 아니냐”면서 “한중 FTA에 ISD 조항을 넣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ISD 조항이 들어가면 기업의 권리가 너무 지나치게 커진다고 그는 주장했다.

◆일본

일본의 국제통상협상 전문가인 오쿠다 사토루(奧田聰) 제트로아시아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외국 투자기업이 문제를 제기한다고 해서 바로 국제중재기관으로 직행하는 사례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외국기업은 투자국 정부에 여러 경로를 통해 규제의 부당성이나 개정을 요구하고 절충하기 마련”이라며 “외국기업이 정부를 상대로 제소하려면 상당한 위험부담을 무릅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성이 있는 공익적 규제를 시장경제만의 논리로 문제 삼는다면 해당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실제로 일본은 1990년대 초 대규모소매점포법이 미국 기업에 의해 분쟁 대상이 됐다. 이 법은 재래중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 슈퍼가 지역상권에 들어갈 때 지역 상인과 사전협의를 의무화하도록 한 것. 하지만 결과는 국제중재기관으로 가지 않고 10여 년간의 협상을 통해 법을 개정하는 것으로 끝났다. 오쿠다 연구원은 “ISD로 인해 반드시 소송으로 이어지지 않는 실증사례”라며 “법 개정에 따른 대비책을 준비하는 데도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민간 경제싱크탱크인 일본종합연구소의 무코야마 히데히코(向山英彦) 수석연구원은 “ISD가 국제적인 통상 관행임에도 한국의 일부 국민과 정치권이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있다”며 “ISD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현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대한 불만이 누적됐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