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논설실장이명박 정권이 북한을 자극해 천안함 장병 46명을 수장시켰다는 서울시장 후보를 찍으려는 젊은이들과 함께 과연 국가란 무엇인가?에 관해 논하려 합니다. 지난주, 올해 우리나이로 90세이신 독자분께서 A4 용지 13쪽에 빼곡히 컴퓨터로 쓰신 장문의 편지를 보내왔죠. 90세? 1919년 3·1
기미독립운동이 일어난 지 3년 후 이 땅에 태어나신 겁니다. 그분 자체가 대한민국의 거대한 근현대사. 태어나보니 이미 조국이 없었죠. 일본군 강제징용→이승만의 건국→김일성의 6·25 남침→4·19 학생혁명→박정희의 5·16 군사쿠데타·산업화→…→세계10위권
경제강국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파란만장한 근현대사를 달려오며 겪은
경험담들.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지금 20∼30대 젊은이들의 증조부·조부들께선 바로 그 나이대에 6·25가 터지자 학도의용군으로, 국군으로 뛰쳐나가 지킨 나라! 그 독자분은 편지를 이렇게 매듭지었습니다. “박원순 후보가 당선되면 전쟁으로 말하면 요새를 뺏기며, 시청이 함락당하고, 해방 전 같이 동남아에서 꼴찌가 되는 나라로 돌아가게 됩니다.”
저는 안철수가 “한나라당을 응징해야 한다”고 하자 환호한 젊은층의 가슴 속 불기둥을 이해합니다만, 안철수가 박원순 지지에 나서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도 한나라당을 응징해야 한다는 칼럼을 셀 수 없이 써왔지요. 찾아
보세요. 그러나 응징의 도구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돼야 한다는 데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절대! 왜! 명쾌합니다, 종북(從北)주의자이기 때문! 한나라당에 대한 응징 문제와 종북주의자를 서울시장으로 뽑는 건 완전히 별개의 문제! 감성이 아닌 여러분의 지성(知性)에 호소합니다. 1980년대에 태어난 여러분들이 크게 착각하는 게 있어요. 빌딩·아파트·자동차가 차고 넘치는 대한민국이 원래 건국 때부터 그런 걸로 알고 있는 건 아니죠? 저는 이번에 야당에서 국가관과 안보관이 뚜렷한 인물을 내놓았다면 주저하지 않고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을 겁니다. 그러나 박원순은 아니잖습니까! 안철수가 박원순의 정체(正體)가 훤히 밝혀졌는데도 그를 지원하는 건 자신이 ‘종북 폴리페서’임을 고백하는 것! 한나라당이 밉다해서 ‘종북 서울시장’을 뽑아? 취업난에 시달리고 살기 힘들다 해서 한나라당을 응징해야 한다는 주장? 설득력이 남아 돌죠! 그렇다 해서 박원순을 선택하는 건 대한민국을 결딴내는 행렬에 동참하는 것. 아니죠!
박원순이 또 뭐라고 했나요?
광화문에서 김일성 장군 만세 부르는 건 표현의 자유다?
국가보안법은 국민의 족쇄였다?
간첩사건은 대부분 조작이었다? 박원순이 시장되면 훤히 내다보이죠. 박원순 캠프? 좌파야당과 좌파시민세력의 ‘무지개연합’ 아닙니까? 선거
대책위원장만 해도 22명. 종북세력들이 점령군 완장차고 몰려가 서울시청 요직은 물론 17개 산하
단체 모두 꿰찰 겁니다. 법정에서만 김정일 장군 만세 외치는 게 아니라 종북 시위꾼들이
광화문광장에 모여 김정일 장군님 만세! 함성을 터뜨리고야 말 것. 요람에서부터 무덤까지 모조리
무상으로 갈 것! 서울시장은 대한민국 안보와 예산을 쥐고 흔드는 자리! 꼭 10년 전 아르헨티나에선
변호사 페르난도 데라루아가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낸 ‘좌파 무지개연합’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가 2년 만에 국가 디폴트 선언하고 물러나 버렸지요. 보세요! 요즘 인류 지성의
고향인 그리스가 포퓰리즘 때문에 어떻게 망하는지.
20~30대 젊은 지성들은 지금 40대 중후반이나 50 초반인‘386 종북 세대’-군사정권이 싫다고 주체사상으로 무장해 대한민국을 전복시키려 했던 그들을 모방해선 안됩니다. 1억원 넘는 연봉 받으면서도 재미삼아 종북사이트 만들었는데 뭐가 죄 되냐고 대들고, 북한 인권탄압은 직접 보지 않아 모르겠다는 종북 조종사, 이걸 본받아야겠나요? 투표는 국가명운(命運)을 결정하는 엄숙한 행위 아닌가요? 홧김에 카타르시스 하듯 장난치듯, 안되면 덮어버리고 집어치우면 끝나는 컴퓨터 게임이나 인터넷 댓글 달기, 트위터 하는 게 아닙니다. 삭제(削除)한다 해도 국가에 씻을 수 없는 결과를 남깁니다. 젊은 지성의 후배들에게 호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