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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국정치에 대한 관심

화이트보스 2011. 11. 14. 09:07

미국의 한국정치에 대한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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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 미 CSIS 초빙연구원 전 외교통상부 대사

지난달 서울시장 선거가 끝나자마자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선거 결과에 대한 분석과 내년 4월 총선, 12월 대선에 던지는 시사점 및 전망 등에 관해 공개 패널토의를 개최했다. 선거는 외국이 관여할 수 없는 국내 문제이지만 상호의존시대를 맞아 많은 국가가 다른 나라의 선거에 관심을 갖는다. 선거 결과가 종종 대외관계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CSIS가 우리의 선거정치를 주제로 토론한 것은 의미가 있고 나아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美싱크탱크 서울시장선거후 공개토론

미국이 한국의 선거정치에 남다른 관심을 갖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첫째, 한국에서 내년 총선과 대선으로 집권하는 정부가 한미동맹 관계를 어떻게 끌고 갈지 궁금해한다. 2002년 대선에서 반미 구호를 외친 정당의 후보가 승리했다. 주한미군의 장갑차 운행 부주의로 발생한 여중생 사망사건을 반미감정 폭발로 연결시켜 얻은 결과였다. 이후 한미관계가 크게 흔들렸고 심지어 북한도 핵실험을 감행했다. 안보 불안으로 경제도 어려워졌다. 이것은 우리의 정치적 선택의 결과로 초래된 일이지만 미국도 안타까워했다.

둘째, 미국은 오늘날 ‘다시 부상하는’ 중국이 바로 이웃인 한반도의 문제에 점점 깊숙이 관여하는 것에 초미의 관심을 두고 있다. 위험한 행동을 계속하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먼저다. 중국은 6자회담을 시작했을 당시 보였던 북한의 핵 포기에 대한 강한 의지를 접은 듯하다. 작년 두 차례 북한의 무력도발에 중국은 침묵하거나 옹호하는 태도를 보였다. 어찌 됐건 북한을 자기편으로 묶어두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화평굴기를 추구하는 중국이 목소리를 더 크게 내면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등 주변 해역에서 ‘핵심 이익’을 챙기기 시작했다. 중국이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면서 그 바탕이 됐던 개방과 협력의 자세가 바뀌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의 차기 지도자들은 서서히 ‘큰 존재’로 다가오는 중국에 어떻게 대응할지 미국은 궁금해한다.

셋째, 미국은 2012년 새로 집권할, 동맹국인 한국 정부가 추구할 대북정책이 어떤 방향인가를 가늠해 보고 싶어 한다. 한국의 국내정치 역학을 보면서 친북 노선이 곧 반미를 의미하지는 않더라도 한미동맹 약화로 이어지는 흐름을 우려하는 것 같다. 친북적 태도는 북한을 옹호하는 중국에 동조하는 경향을 보일 것으로 해석한다.
미국이 한국의 선거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과는 상관없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대외정책 문제와 북한 문제는 그다지 중요한 이슈가 되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최대 이슈는 소득 불균형, 청년실업, 소외계층 등 경제 문제에 집중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미관계 변화 초래할 선거결과 촉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를 선거전략으로 끌고 가려는 세력이 있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한미 FTA를 처음 추진했던 정치세력들은 FTA가 담고 있는 국익을 도외시한 채 이제 와서 반대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언론은 한미 FTA가 좌측의 스펙트럼에 널리 퍼져 있는 정치세력의 통합을 위한 연결고리로 이용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렇다면 선거전략 차원을 넘어 반미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한반도가 지정학적 이유로 주변국들의 각축장이 됐고 그 와중에 많은 타격을 받은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남북 분단에서 오는 약점과 갈등, 이를 악용하는 정치세력에 휘둘려 과거를 되풀이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큰 관심을 갖고 한국의 선거정치를 관찰하고 있을 것이다.

이호진 미 CSIS 초빙연구원 전 외교통상부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