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4.01 23:18 | 수정 : 2012.04.01 23:42
KBS 새 노조가 3월 30일 이명박 정부 사찰 문건이라고 보도했던 2619건 중 80%가 넘는 2200여건이 노무현 정부 때 작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노무현 정부의 공직기강 감찰기구였던 총리실 조사심의관실이 작성한 문건 가운데는 합법적 감찰문건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례가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연합회 김모 회장을 비롯한 여러 민간인과 여야 의원들의 활동을 추적해온 문건들이 나왔다. 여기엔 2002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민주당 내 반노(反盧)진영에 섰던 김영환 의원에 대한 내용도 있다.
노 정부 때 작성된 문건 중 '현대차 전주공장 2교대 근무정황 동향 파악' '화물연대, 전국 순회 선전전' 같은 문건 역시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감찰로 보기 힘들다. 민주당은 1일 "노 정부 때 작성된 문건은 경찰청 감사관실이나 다른 곳에서 실시한, 공직기강을 잡기 위한 공식 보고 자료"라며 "이명박 정부가 노 정부 때 문건으로 자신들의 불법 사찰 의혹을 물타기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3월 30일 사찰 문건이 폭로되자 "검찰이 2600건이 넘는 민간인 사찰 문건을 확보하고도 2건만 수사했다"고 흥분하면서 문건 속 'BH(청와대) 하명'이라는 표현은 이명박 대통령이 사찰에 직접 개입한 증거라면서 이 대통령의 하야까지 주장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때 작성된 문건 속에도 역시 청와대(BH) 이첩 사건이라는 표현이 나오고, 그 건수가 노 정부 임기 5년 사이 2003년 49건, 2004년 41건, 2005년 76건, 2006년 25건, 2007년 33건으로 224건에 이른다.
민주당이 2600건 전체를 이명박 정부의 사찰 문건이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그중 80%가 노 정부 때 작성된 사실이 드러나자 노 정부 것은 합법 감찰이고 이명박 정부 것만 민간인 불법 감찰이라고 하는 근거가 뭔지 궁금하다. 또 민주당이 보름 전까지는 검찰을 믿을 수 없으니 특검에 수사를 맡기자고 하더니 새누리당이 특검을 도입하자고 제안하자 "특검이 시간 끌기용, 꼬리 자르기용으로 이용되면 안 된다"며 대신 특별수사본부 설치를 주장하는 것도 앞뒤가 안 맞는 처사다.
민주당이 이명박 정부의 사찰 의혹이 대통령 하야까지 필요한 중대 사안이라고 봤다면, 노무현 정부 때 벌어진 똑같은 일에 대해서도 당시 최고 책임자들이 정치를 그만둘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총리를 지낸 민주당 한명숙 대표, 이해찬 고문,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고문 등이 그 당사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