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4.16 23:05 | 수정 : 2012.04.16 23:10
민주당 문성근 대표 직무대행은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총선에서 국민은 따가운 질책과 함께 희망도 줬다"면서 "의석 수에서는 (여당에) 뒤졌지만 정당 득표 면에선 야권연대 진영이 앞섰다. 이것이 희망"이라고 말했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국민은 당에 하나로 단결해서 친(親)서민·친(親)노동·친(親)시민의 길을 가라고 한다"고 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중도층을 끌어안는 데 실패하고, 국민의 눈에 오만하게 비친 데 대해 뼈를 깎는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고, 김부겸 최고위원은 "상식에 바탕한 국민의 질책에 바로 답변하지 못한 게 오만하게 비친 것 같다"고 말했다.
승패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는 말처럼 이기고 지는 일이 엇바꿔져 되풀이되는 게 선거다. 패인(敗因)을 바로 짚는 쪽은 다음 승리를 향해 나아가고, 승인(勝因)을 제멋대로 해석하는 쪽은 다음 패배의 씨앗을 뿌린다. 민주당 지도부의 이 같은 패인 분석을 지켜보고 뼈저린 반성을 토대로 바른 해답을 찾아가고 있구나 하고 느끼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매일경제신문이 선거 다음 날 정치평론가·여론조사 전문가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나꼼수 진행자 김용민 후보 발언 때문에 야권에서 새누리당으로 당선자가 바뀐 선거구가 15곳 정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 후보 저질 막말 파문이 없었다면 민주·진보 야권연대 의석이 155석, 새누리당 의석이 137석이 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새누리당에 과반 의석을 안긴 '1등 공신' 김용민 후보는 15일 반성의 뜻을 이틀 만에 접고 "낙선자 근신은 끝났다. 국민 욕쟁이 행동개시"라면서 "하나님이 할 욕은 하라신다"고 했다. 야권 성향 논객인 진중권씨는 김씨의 이런 행태에 대해 "나꼼수가 반성 없이 가면 (대선에선) 대인지뢰가 아닌 대전차 지뢰가 터질 수도 있다"고 했다.
민주당 사람들도 나꼼수 때문에 선거를 망쳤다는 걸 뻔히 알 것이다. 총선 기간 동안 나꼼수 진행자 3인방과 함께 트위터 팔로어가 40만명인 작가 공지영씨, 30만명인 조국 서울대 교수는 하루 수십 건씩을 트위터에 올리며 당 밖의 작전 사령탑 구실을 했다. 그런데도 그들에게 찍히면 무슨 험한 꼴을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눌려 나꼼수 책임론은 입에 올리지도 못한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통합진보당과 연대를 이루기 위해 진보당 정책을 대폭 받아들였다. 그 결과 역대 선거에서 가장 좌편향(左偏向)된 정책을 내건 야당이 됐다. 민주당은 또 나꼼수 출신 정봉주 전 의원이 선거법 위반 실형 선고를 받아 출마할 수 없게 되자 그의 지역구 공천권을 나꼼수 몫으로 바치기도 했다. 좌파 정당인 진보당과의 연대에 올인해 정책 방향을 지나치게 왼쪽으로 틀고, 나꼼수의 저질 발언을 수수방관함으로써 동반(同伴) 저질화돼 버린 게 총선 참패를 불렀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그걸 인정했다가 진보당과 나꼼수로부터 무슨 반박과 타박을 들을까 겁이 나는 모양이다. 민주당이 국민 무서운 줄 모르고 '민주당+진보당=승리'라는 눈먼 방정식과 나꼼수 위세(威勢)에 계속 휘둘리면서 민주당 운명이 바뀌길 기대하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