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자원 부국들 공사량 증가… 월드컵·올림픽 특수도
멀고 정보 없는 미개척지, 최근 큰 공사 잇따라 따내
"실력 보여주면 수주 쉬워"
대우건설과 STX건설은 26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베네수엘라의 에너지석유부 장관과 만나 100억달러(11조 4000억원)짜리 초대형 석유시설 공사 수주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한국 건설사가 해외 시장에 진출해 수주한 공사 가운데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자력발전소공사(186억달러)와 리비아 대수로공사(104억달러)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규모가 큰 공사다.해외건설협회의 심산섭 지역3실 팀장은 "큰 변수가 없으면 본공사 체결로 이어질 것"이라며 "중남미 건설시장은 유럽과 미국 건설사들의 독무대였는데, 이제 우리 건설사들에게도 기회가 열렸다"고 말했다
◇중남미 건설시장 진출 물꼬 텄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 규모는 해마다 600억~70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중동·동남아와 달리 중남미에서 미미한 실적을 보이던 건설사들은 최근 2~3년간 대형 공사를 따내며 약진하고 있다.
SK건설은 2009년 에콰도르에서 에스메랄다스 정유공장 보수공사를 따낸 이후 1년 뒤 마나비(Manabi) 정유공장 기본설계 프로젝트(2억6000만달러)를 수주했다. 이어 파나마에서는 6억6200만달러 규모의 화력발전소 공사까지 수주했다.
포스코건설은 2006년 칠레에서 당시 단일 발전소로는 최대 규모인 '벤타나스 석탄화력 발전소'를 수주한 데 이어 2010년까지 앙가모스 프로젝트, 산타마리아2 발전소 등 4년 동안 칠레에서만 총 2조8000억원 규모의 에너지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현대건설 역시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에 지사를 설립하고 중남미 건설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SK건설 관계자는 "한국 건설사의 시공능력과 공기단축 능력은 이미 확보돼 있어 중남미에서도 일단 공사를 수주하기만 하면 추가 수주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말했다.
중남미 국가는 지리적으로 한국과 거리가 멀고 프로젝트 수행 경험이 많지 않은 미개척 지역이었다. 그러나 최근 중남미 국가들이 발주하는 공사 물량이 증가하면서 거대 시장으로 떠올랐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남미의 산유국인 브라질·베네수엘라·멕시코 등이 막대한 자금을 축적했다. 구리와 리튬 등 광물자원이 풍부한 칠레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자금에 여유가 생겼다. 이 국가들이 막대한 자금을 기반으로 플랜트와 토목 공사를 발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중남미 건설시장의 2009~2014년 6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1.8%로, 중동(12.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 개최를 앞둔 브라질을 비롯해 중남미 주요 국가의 건설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초기 진출 과정에서 시행착오 우려도
전문가들은 현재 중남미 시장 진출 확대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우리 건설사들이 수주한 대형 공사를 진행하면서 한국 건설사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고, 시공능력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남미는 법과 제도가 복잡하고, 정치적 혼란이 있는 나라도 있어 섣불리 접근했다가는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당분간은 해외건설 경험이 많은 대형 건설사 위주로 시장 진출이 이뤄지겠지만, 진출 초기에는 예상치 못한 공기(工期) 연장이나 공사비를 받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