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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식 네거티브' 시작… 박근혜는 조기 대응

화이트보스 2012. 5. 24. 12:17

'박지원식 네거티브' 시작… 박근혜는 조기 대응

  • 권대열 기자
  • 황대진 기자

  • 입력 : 2012.05.24 03:05 | 수정 : 2012.05.24 07:13

    [저축銀 로비스트 접촉 주장에 박근혜 "네거티브 뿌리뽑아야"]
    박근혜, 박지원 고소 - 이정현 "朴, 깐죽대며 혹세무민", 박근혜 "허위… 제대로 수사를"
    증거 내놓으면 끝날 일을 - 박지원측 "대선 국면 되면 공개… 나꼼수가 공개한 자료와 달라"

    새누리당 박근혜 전 대표가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를 만난 적이 있느냐는 문제를 놓고, 박 전 대표와 박지원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박지원 위원장이 연일 의혹을 제기하자, 박 전 대표가 박 위원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23일 모든 화력을 총동원해 상대방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12월 대선을 앞둔 네거티브(음해·비방) 공방의 전초전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 공방의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박근혜, 박지원 검찰에 고소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당 회의에서 "박 전 대표가 박태규씨와 수차례 만났는데, 저축은행 로비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박태규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11일 여수 엑스포 개막식장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민주통합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나란히 앉아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그러나 박지원 위원장은 19일 다시 자신의 트위터에 "박근혜 위원장, 사실 부인? 밝혀집니다"라며 "누가 진실인가를 검찰에서 말할 차례"라고 했다. 그러자 박 전 대표는 21일 박 위원장을 서울중앙지검에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소모적인 정치 공방 대신 정면 승부를 택한 것이다. 그러자 박지원 위원장은 22일 "참으로 흥미진진한 일이 앞으로 벌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저를 흥분하게 한다"며 "기다려보면 진실이 무엇인지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표도 이날 기자들에게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검찰에서 제대로 수사를 해 네거티브를 뿌리 뽑고 결과도 소상히 밝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측 측근들도 가세

    23일에는 친박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나서서 박지원 위원장의 "앞으로 흥미진진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한 데 대해, "뒷골목 세계에서나 통용되는 깐죽거림"이라며 "당 대표(비대위원장)까지 앞장서서 허위사실을 공개적으로 유포하고 혹세무민한 것에 대해 끝까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친박 진영은 이번 일을 결코 어영부영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러자 민주당 대변인실도 박 전 대표를 '고소 공주'라고 직접 공격하는 부대변인들의 논평을 잇달아 내놨다.

    ◇증거만 공개하면 될 일

    박지원 위원장 측은 사실 관계 입증에 대해 "충분히 자신이 있다"고 하고 있다. 민주당 당내에선 "박 위원장이 박 전 대표와 박태규씨가 만났다는 것을 증언해주는 제삼자의 진술이 담겨 있는 녹취록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하고 있다. 박 위원장 측은 또 "나꼼수가 폭로한 것과는 별도의 얘기"라고도 했다. '나꼼수, 봉주12회'는 이달 초 박태규씨 측근인 A씨의 육성 증언을 바탕으로 박태규씨가 박 전 대표와 2010년 11월 만났다는 내용의 방송을 했다. 박 전 대표 측은 나꼼수도 검찰에 고소한 상태다.

    그러나 여당의 유력 대선주자와 야당 대표가 직접 나선 이번 공방은 쉽게 풀릴 수 있다. 박지원 위원장이 갖고 있다는 '증거'를 공개하고, 그 진위를 가리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박 비대위원장 측은 "그런 자료가 있더라도 왜 지금 그걸 내놓겠느냐"며, 자료 공개를 거부하고 했다. 이처럼 사실 관계에 대한 검증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양측 간의 감정 섞인 대형 설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박지원 위원장 측은 대선 국면에서 박 전 대표에 대한 검증공세가 본격화될 무렵에 공개하겠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공당(公黨)의 대표로서 적절한 처신이냐 하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5년 전 BBK 때도 우리 딴에는 확실하다고 생각해 공세를 폈지만 결국 역풍을 맞지 않았느냐"며 "증거가 있다면서 내놓지 않은 채 공세만 펴는 것은 지나친 네거티브라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