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5.31 03:15
정치 한다는건지 만다는건지… 부산대서도 애매한 답변
"지금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과정 중에 있다"
진보당 從北 비판은 했지만… - "北인권에 눈 감는 건 문제, 이념 문제로 확산도 문제"
문재인의 '공동정부론'엔 - "화합정치 필요하다는 그분의 좋은 철학 보여주신 것"
야권 일각, 안철수 비판 - "무책임… 최대한 늦게 출전해 무임승차하려는 의도"
◇정치 참여, 한 발짝도 진전 없어
안 원장이 정치와 관련, 공개 발언을 한 것은 지난 4·11 총선에서 투표 참여 독려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뒤 약 두 달 만이었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이란 주제의 강연을 한 뒤 일문일답을 했다. 질문은 미리 받았다. 그는 정치 참여 여부에 대해 "일반적으로 정치에 뜻을 세우신 분들은 자기의 뜻을 대중에게 밝히고, 찬성하는 국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행동하지만 제 경우는 다르다"며 "사회 변화를 바라는 열망이 저를 통해 분출된 것이고, 그걸 온전히 저 개인에 대한 지지라고 보는 것은 교만일 것"이라고 말했다.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30일 저녁 부산대 경암체육관에서 열린 총학생회 초청 특별강연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이란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왼쪽). 이날 체육관 앞에는 안 원장의 강연을 들으려는 학생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오른쪽). /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안 원장은 다만 "사람들이 (저에게) 가지고 있는 뜻을 파악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되면 분명히 말씀드리겠다. 누구의 입을 통해 어떻다는 것은 믿지 마시라"고 했다. 안 원장은 지난 3월 말 서울대 강연에서 정치 참여에 대해 "선택하는 게 아니고 주어지는 것"이라며 "사회 발전 도구로 쓰인다면 정치라도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발언과 거의 유사하다.
한 야권 관계자는 "결심의 시기조차 밝히지 않았고, 고민의 내용도 진전이 없다"며 "최대한 늦게 출전해 무임승차하겠다는 의도로마저 읽힌다"고 말했다. 이미 '안철수'라는 이름이 정치권에 오르내린 지 6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국민적 피로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근혜·문재인 두 사람 거론
그는 "우리나라에 좋은 정치인 많다"며 박근혜·문재인 두 사람 이름을 거론했다. 박 전 위원장에 대해서는 "신뢰성과 지도력이 뛰어난 분", 문 고문에 대해서는 "국정 경험이나 인물이 훌륭한 분"이라고 했다. 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제안한 '공동정부론'에 대해서는 "굳이 저를 거론해서 하신 말씀이라기보다 앞으로 분열이 아닌 화합의 정치가 필요하다는 그분(문 고문)의 좋은 철학을 보여주신 것"이라고 했다.
안 원장은 강연에서 복지·정의·평화 세 가지 주제를 얘기했다. 국정 전반에 해당하는 얘기를 한 셈이다. 그는 "기득권 세력이 지속적인 이득을 누리는 사회는 공정한 사회가 아니다"고 했다. 그는 "우리 정치권은 승자 독식이 반복되기 때문에 결국 증오의 악순환에 빠진다"며 "여(與)나 야(野) 누가 이기면 국민의 절반이 절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쪽은 10년째 어떤 분의 자녀(박근혜 전 대표)라고 공격하고, 한쪽은 지난 5~10년 내내 좌파 세력이라고 싸잡아서 공격하는 '구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진보당은 북한문제에 입장 밝혀야'
안 원장은 통합진보당의 종북 논란에 대해 "인권·평화 같은 보편적 가치를 중시해야 하는 것이 진보 정당의 근간인데, 이런 잣대가 북한에 대해서만 다르게 적용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북한이 보편적인 인권이나 평화문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건 사상의 자유와 별개의 문제"라며 "국가 경영에 참여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은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솔직하게 밝히는 게 옳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문제가 건강하지 못한 이념문제로 확산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