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첨단 양식 현장 가보니]
폭 35m 높이 25m 케이지, 1개에 참돔 10만 마리 키워… 육질과 맛 자연산과 비슷
이마트, 전량 사들이는 조건… 작년 치어 30만 마리 입식
황금 광어·개불·가리맛 등 첨단기술로 양식화 한창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항에서 남쪽으로 3㎞쯤 떨어진 바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둥근 부표(浮標)는 이 지역에 수십만 마리의 참돔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표지판이다.부표 아래로 10m 정도 수중으로 내려가면 2010년 노아외해(外海)양식영어조합법인이 국내 최초로 허가를 받은 외해(外海) 가두리 양식장이 나온다. 외해란 연안에서 수㎞ 떨어져 수심 40m 이상이고 조류 속도가 0.5노트 이상인 바다를 말한다.
- ▲ 제주 표선항에서 남쪽으로 3㎞쯤 떨어진 곳에 있는 외해 가두리 양식장에서 잠수부들이 어망 관리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뒤쪽으로 보이는 것이 물 위로 올라온 폭 35m, 높이 25m의 마름모꼴 어망이다. 수중 양식장이기 때문에 평소에는 수면에 떠 있는 부표만 볼 수 있다. /노아외해양식영어조합법인 제공
◇어린 물고기부터 계약, 참돔 가격 낮춘다
지난해 통계청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은 54.9㎏(2008년 기준)으로 27㎏이던 1980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수산물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늘어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추세다. 이 같은 '피시플레이션(fish+inflation)' 시대에 주목받는 산업이 바로 양식(養殖)이다. 단순히 양식장에 가둬놓고 키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첨단 기술을 활용한 양식이 발달하고 있다.
노아외해양식영어조합은 현재 외해에 '케이지(cage)'라고 부르는 수중 가두리 양식장 7개를 운영한다. 폭 35m, 높이 25m의 마름모꼴 모양인 케이지 1개에 참돔은 10만 마리, 돌돔은 12만 마리를 키울 수 있다. 양준봉 노아외해양식영어조합 대표는 "무항생제 양식이 가능하고, 어린 새끼(치어)의 생존율이 90% 이상"이라며 "깊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키우기 때문에 쫄깃한 육질과 맛이 자연산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조합은 작년 5월 이마트와 계약을 맺고 참돔 치어 30만 마리를 입식했다. 참돔 새끼가 1년6개월 정도 더 자라서 성어(成魚)가 되면 이마트가 전량 사들이기로 했다. 이마트는 이렇게 확보한 참돔을 가을 정도에 전국 매장에서 시세보다 30% 정도 저렴하게 판매할 계획이다. 이마트 이세우 바이어는 "치어부터 키워 상품성이 검증된 참돔을 대량으로 확보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황금 광어·개불 등 양식 나서
최근 육종·양식 기술의 발달로 '황금 광어'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수산물 양식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황금 광어는 짙은 갈색인 일반 광어와 달리 황금 빛깔을 띤 돌연변이다. 황금색을 좋아하는 중국·대만 시장을 겨냥한 전략 품종이다. 황금 광어 개발을 진행하는 해연영어조합법인 서종표 대표는 "중국 수입상들이 진척도를 묻는 전화를 계속 걸어온다"며 "2015년 상품화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자연산이나 수입산 물량에 의존하던 개불과 가리맛 등도 양식화 작업이 한창이다. 전남 해양수산과학원은 작년 10월 가리맛 씨조개 생산에 성공해 양식화 길을 열었다.
인공 씨조개 100만개를 여수 인근 여자만(灣)에 시험 살포해 2013년 봄에 채취할 예정이다. 가리맛은 맛이 좋아 이름에도 '맛'이 붙어 있고, 피로 해소에 좋은 타우린이 많이 들어 있지만 그동안 전량 자연산에만 의존해 왔다.
전남 해양수산과학원은 지난 5월엔 개불 양식에 성공했다. 국내 개불 소비량은 3000t이 넘지만, 생산량은 200여t에 그쳐 중국산이 대부분 유통됐다. 해양수산과학원 관계자는 "개불 양식은 1ha에서 5000만~8000만원의 소득이 예상된다"며 "바지락 양식과 비교하면 어민들이 10배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총양식어업 생산량은 147만7800t으로 전년보다 9.1% 늘었다. 생산액이 가장 큰 품종은 광어다. 지난해 총생산금액이 4613억원으로 2·3위인 전복(2388억원)과 김(2209억원)을 더한 것보다도 많다. 이마트는 제주도 내 19개 광어 양식장을 '바다목장'으로 지정해 품질 관리는 물론 안정적인 물량 확보로 가격을 낮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마트에 연간 1000t 정도의 광어를 공급하는 행복한광어영어조합법인 오기수 대표는 "안정적인 거래처가 있는 양식업자는 계획적인 생산·출하로 수산물의 품질과 생산량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