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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탄난 도시' 31세 시장 "돈 퍼붓다간 망한다"

화이트보스 2012. 6. 26. 10:09

'파탄난 도시' 31세 시장 "돈 퍼붓다간 망한다"

[중앙일보] 입력 2012.06.26 01:47 / 수정 2012.06.26 07:46

가장 늙은 도시의 가장 젊은 시장 ‘빚 전쟁’ 1년 … 일본 파산 지자체 유바리시의 경고
취임 1년 31세 스즈키 인터뷰

일본의 유일한 파산 지자체,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44%에 달하는 가장 늙은 도시. 홋카이도(北海道) 내륙의 유바리(夕張)시다. 시를 이끄는 건 역설적으로 31세의 최연소 시장 스즈키 나오미치(鈴木直道). 과거 석탄산업으로 번창했던 유바리는 이제 재정적자와 고령화 등 일본병의 상징이 됐다. 스즈키 시장은 그런 유바리의 ‘영 리더’로 주목을 받고 있다. 도쿄도청 복지담당 직원이던 그는 2년2개월에 걸친 파견근무가 인연이 돼 2011년 유바리시장에 당선됐다. 그가 26일 일본해외특파원협회에서 행할 연설 제목은 ‘미션 임파서블’(불가능한 임무)이다. 2007년 파산한 시가 2026년까지 갚아야 할 돈은 322억 엔(약 4900억원), 빚더미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스즈키 시장을 본지가 인터뷰했다. “유바리 재건에 인생의 승부를 걸었다”는 그는 빚에 허덕이는 한국 지자체에 “유바리처럼 체력이 바닥나기 전에 주민에게 재정상황을 솔직히 고백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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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재정악화는 그리스처럼 국가 단위의 문제이기도, 지자체 문제이기도 하다. 돈이 없는 곳이 돈 많은 곳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려 하면 재정이 파탄된다. 세계 공통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주목을 받는 것 같다.”

 -유바리는 미래 일본의 모습인가.

재정 악화로 지난해 폐교된 유바리 초등학교 현관에 ‘28년간 감사했습니다’란 문구가 붙어 있다. [유바리=서승욱 특파원]
 “유바리의 고령화 비율(44%)은 일본 내 최고다. 일본은 2060년엔 39.6%까지 고령화가 진행된다. 재정도 마찬가지다. 일본이 갑자기 더 부자가 될 수도 없기 때문에 (고령화와 재정악화가 더 진행되면) 공공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서비스 형태를 바꿔야 한다. 훗날 같은 일을 겪게 될 다른 지역을 위해서라도 일본 정부가 유바리의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 유바리는 이미 (재정파탄으로)발가벗겨진 곳이다. 바람직한 미래 일본의 도시상을 제로 베이스에서 구상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다른 시를 일부러 도산시켜 모델로 삼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긴축이 가장 고통스러운가.

 “300명이던 시청 직원이 140명으로 줄었다. 부장은 전부 그만뒀고, 과장은 세 명만 남았다. 시의원의 숫자도 절반으로 줄였고, 70% 줄어든 시장 월급은 월 25만 엔(약 380만원)으로 시청 직원 평균보다 적다. 시민의 세금을 늘렸고, 지원금은 대폭 줄였다. 이렇게 노력해도 돈을 갚을 곳 천지다. 긴축만으론 해결이 안 된다.”

 -긴축 외에 난관은 뭔가.

 “재정이 어려운 도시에 옐로카드로 경고하는 법률은 있지만, 유바리처럼 레드카드로 퇴장당한 곳을 어떻게 살릴지를 규정한 법률은 없다. 법률상 현재 유바리는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유일한 지자체다. 모든 문제를 홋카이도를 통해 제기해야 한다. 문제는 방치되기만 해왔다. (지난 1년 동안) 중앙정부와 홋카이도, 유바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데 힘을 쏟아왔다. 그 3자 간 협의가 다음 달에야 시작된다.”

 -한국도 지자체 재정악화가 문제다.

 “유바리와 같은 상태가 된 뒤에 재건하는 것은 힘들다. 체력이 남아있을 때 정치인들이 하기 힘든 이야기를 주민들에게 해야 한다. ‘이렇게 나가다간 미래가 어둡다. 참아달라’고 설명해야 한다. 물론 정치가로서 실패할 수도 있고, 낙선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지 않으면 문제는 커진다. 유바리도 재정 파탄 훨씬 이전에 재정을 축소했어야 했다. ”

 - 도쿄로 돌아간 뒤 결국 시장으로 돌아왔다. 왜 출마를 결심했나.

 “ 출마 권유를 받고 처음으로 고민이란 걸 했다. 나에게 출마를 권유한 건 유바리의 평범한 30대 동네 형들이었다. 도쿄로 돌아간 뒤 내가 여자친구에게 프러포즈를 했고, 도쿄 근교에 신혼집까지 사뒀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더 잘 아는 사람들이 ‘인생을 걸고 도울 테니 출마하라’고 하니 거절할 수 없었다.”

 - 무명 후보가 선거 에서 이긴 비결은.

 “사직서를 내려고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90CE>) 도쿄도지사를 찾아갔더니 ‘모든 일은 착각에서 시작된다. 착각에서, 또 바보 같은 짓에서 시작되더라도 도전해서 성공하면 그게 진실이 된다’ 고 격려하더라. 그가 유바리 주민 1만 명을 모두 만나라고 충고하더라. 그래서 5700가구를 모두 돌았다.”

 -시정에 임하는 자세는.
 
 “난 유바리에 인생의 승부를 걸었다. 난 30년 대출을 받아 이곳에 집도 지었다. ‘자신의 뜻에 확신이 있으면 1000만 명이 반대해도 그 길을 가야 한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