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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서울대 폐지 다음엔 또 뭘 없애자 할 건가기사100자평(53) 크게 작게요즘싸이 공감조선블로그MSN 메신저입력 : 2012.07.01 23:03

화이트보스 2012. 7. 2. 11:33

민주당, 서울대 폐지 다음엔 또 뭘 없애자 할 건가

입력 : 2012.07.01 23:03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이 1일 "서울대 명칭을 없애고 각 지방 국립대를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을 올 12월 대선 공약에 넣겠다"고 말했다. 국립대 서울캠퍼스엔 인문대쯤만 남기고 나머지 캠퍼스를 공대·의대 등 각 분야로 특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정책위의장은 "세종시 얘기가 맨 처음 나왔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누가 있나. 우리가 정권 잡으면 2017년까지 국립대 통합을 실현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대는 문제가 많은 대학이다. 서울대는 학부모들이 너도나도 자녀를 보내려 하기 때문에 과열 입시경쟁을 불러일으키는 대학이다. 서울대가 가장 우수한 학생들을 뽑아 그 학생들을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우수 인재로 키워 졸업시키고 있는지에도 이견이 많다. 서울대가 교수 채용을 하면서 객관적 기준에 따라 정말 탁월한 사람을 뽑아 대한민국 학문과 교육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서울대는 혁명 수준의 혁신이 필요한 대학이다.

그러나 나라가 부강해지고 세계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경쟁을 뚫고 나갈 두뇌(頭腦)의 중심이 있어야 한다. 일본이 1990년대 들어 쇠락의 길을 밟기 전 도쿄대 총장이 일본 대학의 현실을 한탄하면서 "일본엔 세계 제일과 겨룰 수 있는 '탁월함의 중심(center of excellency)'이 없으며, 그것이 일본이 세계를 선도하는 지위를 확보·유지하는 데 결정적 장애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이 상당수 산업 분야에서 세계 1~2위의 경쟁력을 갖고 있던 황금시대에 나온 한탄이다.

국가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원천 기술이 제공되지 않으면 언젠가 추락하고 만다. 공학·자연과학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아이디어와 사고방식이 경쟁 상대들을 압도하지 않으면 후발국(後發國)은 한때 반짝했다가도 결국은 뒤처지고 만다. 독일이 유럽 후진국에서 세계의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전 독일 대학이 먼저 세계 최고 대학으로 솟아올랐다. 독일 대학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독일은 두 차례 세계대전에서 패배하고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그러나 일본을 대표하는 도쿄대는 세계 대학 랭킹에서 수십위권으로 밀려나 있고, 일본의 국력이 쇠퇴할 것이라는 도쿄대 총장의 예언은 현실이 되고 있다. 독일 역시 1990년대 이후 20년 동안 대학을 새롭게 쇄신하려고 갖가지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교수 기득권, 학생 기득권에 막혀 성과를 못 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노무현 정권 때도 서울대를 폐지하고 국립대학을 '국립1대학' '국립2대학' 식으로 만들자고 했었다. 프랑스가 1968년 대학들을 '파리1대학' '파리2대학' 하는 식으로 평준화했다가 그 후유증으로 프랑스 대학들은 올해 더타임스가 매긴 세계대학 랭킹 50위권에 단 한 개 대학도 이름을 올려놓지 못했다. 프랑스는 최근 10여년 사이 없앴던 등록금 제도를 다시 도입하는 등 낙후한 대학교육을 끌어올리자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민주당은 왜 프랑스가 벗어나려고 기를 쓰는 그 후진적 대학 시스템으로 이 나라 교육을 망가뜨리려 하는 것인가.

민주당의 국립대 통합 발상은 지방 국립대와 학부모들의 지지를 끌어내 6개월도 안 남은 대선에서 재미 좀 보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게 선거밖에 없는 것이다. 민주당이 서울대 다음에 없애려는 대상은 또 무엇인가. 나라는 3류를 만들어도 정권만 잡으면 된다는 심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