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6.23 03:05
민주당 보고 뽑아줬더니… - 야권 후보로 당선되고선 이석기 구하기에만 급급
광주 "우리가 종북세력이냐" - 진보당에 등돌린 광주 민심, 지지율 3분의 1 토막으로
지역구·비례의원도 소환 - "현실성 없는 법안" 지적도
광주에서 시작된 통합진보당 구(舊)당권파 오병윤 의원(사진·광주 서을)에 대한 '소환운동'이 법제화 추진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황주홍(장흥·강진·영암) 의원 등 민주통합당 초선 14명은 22일 국회의원도 잘못을 저지르면 유권자에 의해 소환될 수 있도록 하는 '국회의원의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지역구·비례 국회의원도 국민소환
국회의원의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국민소환법)은 자치단체장·지방의원들을 대상으로 해당 지역 주민들이 소환해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기존 주민소환제도를 국회의원까지 확대하는 내용이다.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상한인구(현재 31만406명) 30%의 서명으로 국민소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고, 지역구는 물론 비례대표 국회의원까지 대상이 된다. 이 법안은 해당 지역구에 사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국민소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지역·비례대표 의원 모두 전체 유권자의 1%(약 40만명)에 해당하는 '국민소환투표인'을 추출해 실시하고, 이 중 3분의 1 이상이 투표해 과반 찬성이면 국회의원직이 박탈되도록 하고 있다. 법안 발의안은 황 의원이 주도했고, 주로 비례대표 의원들이 서명했다.
◇진보당이 불러온 국민소환제
황 의원은 이번 법안 제출이 "진보당 사태와는 무관하다"고 했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광주 민심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제출한 법안이라는 얘기가 많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광주에 가보면 '민주당 믿고 진보당 후보를 뽑아줬더니 민주당이 진보당에 끌려 다닌다' '우리가 종북 세력이냐'는 여론이 끓고 있다"며 "진보당과의 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진보당의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 조치가 지지부진하고, 국회 차원에서 이들을 제명할 방법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국민적인 피로감을 반영한 법안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진보당은 4·11 총선에서 호남의 경우 야권연대의 덕을 톡톡히 봤다. 광주·전남 평균 비례대표 선거 득표율은 16.3%로 전국 평균(10.3%)을 웃돌았다. 민주당은 오병윤 의원이 출마한 광주 서을(西乙)을 진보당 몫으로 내주고 후보를 내지 않았다. 오 의원은 새누리당 친박 핵심인 이정현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민주당 후보라고 생각하고 어쩔 수 없이 밀어준다"는 지역 여론 덕분이라는 평가다. 그랬던 오 의원이 경기동부연합 등 구당권파의 대행자로 나서 이들이 만든 '당원 비대위원장'까지 맡자 광주 민심이 돌아섰다는 것이다. 최근 실시된 광주일보·리서치뷰 여론조사에서 광주·전남 지지도는 5.2%에 그쳤다. 총선 비례 득표율의 3분의 1 토막으로 줄어들었다.
◇악용·부작용 우려도 커
국민소환제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이 법안이 자신을 뽑아준 지역구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다른 지역 주민의 뜻에 따라 낙마시킬 수 있도록 한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헌법으로 신분이 보장되는 국회의원을 하위법으로 소환하는 것은 위헌소지도 있다는 지적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정적(政敵)을 숙청하기 위해 악용될 가능성이 있고, 우리나라 같은 정치 풍토에서 굉장히 빈번히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진보당 사태가 만들어낸 것으로 보이는데 현실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며 "국회의원은 일단 뽑히면 재량권을 갖고, 잘못하면 다음 선거에서 심판받는 것이 대의민주주의의 원칙"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