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6.22 23:05
통합진보당 최고위원 후보 합동 토론회에서 한 후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이석기 의원을 꼽으면서 "우리 운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탁월한 안목을 갖고 있다. 멘토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후보는 범주사파 계열인 구(舊)당권파가 이 의원 제명을 막기 위해 당 회의장에서 벌인 활극(活劇)이 인터넷으로 생중계됐는데도 "폭력이 아니다"고 우겼다.
이 의원 역시 부정 경선을 저질러 당을 두 토막 내놓고도 "난 정의롭다"며 연신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또 같은 당 비대위원장 표현을 빌리면 그는 입을 열 때마다 "종북(從北)의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 "애국가는 국가(國歌)가 아니다"라는 그의 도발은 민주당 선두주자인 문재인 의원의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터져 나와 '문재인 뉴스'는 애국가 논란에 파묻혀 버렸다. 이석기 추종자들이 감탄하는 이석기의 '탁월한 안목'이란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
당권 되찾기에 나선 이석기파는 "새누리당이 종북 소동을 벌이는 목적은 야권 연대 파괴와 정권연장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의원 본인도 "내가 무너지면 줄줄이 무너진다"고 했다. 자신들이 대선 국면에서 야권 전체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누가 출마 선언을 했다는 것 정도는 이렇게 간(肝)이 배 밖에 나온 이석기파의 눈에는 들어올 리 없다.
민주당은 뒤늦게 "강기갑 비대위 체제가 무너지면 야권연대는 끝"이라며 신당권파를 성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사파들의 양복깃에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준 민주당이 이런 식으로 이번 사태를 어물쩍 넘겨서는 안 된다.
진보당 신당권파는 앞으로 애국가를 부르고 북한 인권과 3대 세습의 잘못도 지적하겠다고 한다. 지금까지 이석기파가 이끌어온 당 노선과 정책에 중대한 잘못이 있었다고 고백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10여 년 동안 진보당을 주물러온 이석기파를 공동 정부의 파트너로 영접하고 주사파 입맛에 맞춘 정책 합의문에 서명까지 한 민주당이 모든 건 진보당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듯 시치미를 떼서야 되겠는가.
진보당이 진짜 거듭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석기파와 손잡았던 민주당이 더 심각하게 반성하고 바뀌어야 한다. 정치적 여파를 놓고 보자면 이석기파를 대선 무대로까지 불러내 몸집을 키워준 민주당 쪽 책임이 훨씬 더 크다. 민주당은 이석기와 '이석기를 존경하는 사람들'이란 혹을 정치무대에서 정말 떼어낼 건지, 그럴 생각이라면 어떻게 이들을 분리해 내다 버릴 것인지를 대선주자들 입을 통해서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