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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핵 피폭국 日, 핵무장 금기 깨고 군사력 확장 가속화

화이트보스 2012. 6. 22. 10:48

첫 핵 피폭국 日, 핵무장 금기 깨고 군사력 확장 가속화

원자력 기본법에 '국가 안보' 34년 만에 삽입 조선일보 | 도쿄 | 입력 2012.06.22 03:23 | 수정 2012.06.2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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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원자폭탄 피폭(被爆)국가인 일본 에서는 그동안 핵개발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법률 등의 제정은 일종의 금기(禁忌)였다.

특히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는 원전 반대운동이 확산돼 일본에 있는 원전 54개가 다 가동중단이 됐을 정도로 반(反)원전 분위기가 강하다.

그런데도 이번에 일본의 자민당뿐 아니라 민주당·공명당까지 협력해 원자력 기본법에서 '원자력 이용의 안전확보는 국가의 안전보장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조항을 삽입한 것은 '중국 위협론'의 영향이란 분석이다.

특히 군사적으로 급부상한 중국과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 분쟁을 벌이면서 이런 목소리는 더 널리 퍼졌다. 한때는 일부 극우파들의 전유물이었던 중국위협·공포론이 원전사고·경기침체 등과 맞물리면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무기수출금지 3원칙 등도 수정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작년 말 '무기수출금지 3원칙'을 수정, 무기의 공동개발 및 수출을 허용했다. 일본은 그동안 무기수출 3원칙에 막혀 미국 등이 추진한 차세대 전투기 개발 등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가능해졌다. 우주 관련법에서도 평화적 이용 조항을 삭제해 인공위성을 이용한 미사일 방어(MD) 시스템 개발을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일본도 MD 구축 등 우주 무기 연구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일본은 세계 최초로 소행성 탐사에 성공하는 등 이미 우주기술 강국이다.

◇막대한 플루토늄 확보한 일본


일본의 관련 법 개정에 대해 주변 국가들이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것은 이미 일본은 원전의 핵연료 재처리 과정에서 수천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플루토늄을 재처리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실제로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전 총리도 1991년 총리 취임 전 "핵무장은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재정적으로도 어렵지 않다"고 발언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평화헌법은 자위를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할 경우,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무기의 보유를 반드시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핵보유와 재무장의 최대 걸림돌인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도 이뤄져 왔다. 일부에선 평화헌법이 미군 점령하에 만들어졌고, 군대 보유를 금지한 것은 사실상 주권을 포기한 것이란 주장을 해왔다. 이 때문에 군대를 보유한 정상적인 국가, 즉 보통국가를 만들자는 헌법개정론은 자민당뿐만 아니라 민주당에서도 꾸준하게 제기돼왔다.

◇총선 이후 본격적인 재무장 돌입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극우적인 공약 경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자민당은 헌법을 개정해 자위대를 국방군(國防軍)으로 바꾸자는 등의 극우적 공약을 연일 내놓고 있다. 자민당이 이런 공약을 내세운 배경에는 핵무장을 주장하는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과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의 인기도 한몫하고 있다. 이시하라는 "중국이 센카쿠를 침범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것인가"라며 센카쿠 구매 모금 운동을 벌여 한 달 만에 8억엔을 모았다.

이 같은 분위기는 특히 오는 9월 시행될 것으로 전망되는 총선거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현재 민주당의 인기가 추락하면서 차기 선거에는 자민당과 하시모토가 이끄는 오사카 유신회의 연립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당장 핵개발 등에 착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군비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