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문화/정치, 외교.

90층 1350억원짜리 펜트하우스…세계는 초호화 마천루 전쟁

화이트보스 2012. 6. 12. 16:31

90층 1350억원짜리 펜트하우스…세계는 초호화 마천루 전쟁

  • 최보윤 기자
  • 입력 : 2012.06.12 14:34 | 수정 : 2012.06.12 15:03

    초고층 빌딩의 대표적인 시카고 아쿠아 빌딩/파이낸셜 타임스
    바벨탑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꺼지지 않는 것일까. 지금 세계는 초고층 빌딩 전쟁이 한창이다. 세계 최고층 빌딩으로 꼽히는 UAE의 두바이 부르즈칼리파(829m)에 여기 저기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높이’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다.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최대의 기술력과 미학적 관점을 동원해 ‘이전에 없던 건축물’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요즘엔 최상층 높이에 아파트를 넣어 색다른 의미의 ‘펜트하우스’를 만드는 게 트렌드다.
    2014년 완공 예정인 상하이 타워 조감도. 가장 높은 것(632m) 상하이 타워다
    ◇9·11 트라우마, 럭셔리 초고층 펜트하우스로 극복하다.
    최근 영국 경제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이러한 트렌드에 대해 “9·11 테러 이후 초고층 빌딩에 대한 공포심이 한때 팽배했지만, 현재는 이를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럭셔리’와 결합해 초호화 공간으로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르즈 칼리파 높이에 미치진 못하지만, 중국 상하이에 세워진 ‘상하이 타워(632m)’에서부터 런던의 상징으로 새롭게 주목받는 ‘더 샤드(Shard·310m)’ 같은 경우 가장 높은 층에 아파트를 설계한 초고층 빌딩(지상 높이 300m 이상이 기준)이다. 이에 대해 FT는 “과거 기술력의 한계를 극복하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초고층 빌딩의 경우 기업 마크를 내세워 힘을 과시하는 상징물이었다면 최근 빌딩들은 아파트와 상점이 함께 들어서면서 축소판 인간 사회인 ‘소우주(microcosmic)’로 발전됐다”고 설명했다. 즉 과거에 마천루(摩天樓)라면 일종의 회사 상징물이었지만 이제는 건축 자금을 댈 만한 정도의 최고급 아파트를 상층에 ‘모신’ 건물로 개념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913년 미국 뉴욕에 완공된 울워스 빌딩(241.4m)은 당시 철제 프레임 설계 공법과 오티스(Otis)가 개발한 안전한 엘리베이터의 기술력을 결합한 것이었다. 당시로선 가장 높은 빌딩을 지어 하늘과 닿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을 대변한 이후, 대공황(1930년대) 시기 크라이슬러 빌딩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세워지면서 초고층 빌딩들은 기업가들의 전시장으로 변했다. 하지만 최근의 샤드 빌딩 같은 경우엔 돈 있는 사람들이 ‘하늘’을 즐길 수 있는 럭셔리한 삶의 터전으로 변하고 있다.
    런던의 스카이라인을 바꾼다는 '더 샤드'.오는 7월 완공 예정이다.
    ◇런던·뉴욕·상하이·홍콩 등 세계의 스카이라인이 바뀐다.
    오는 7월 5일 완공을 앞둔 87층 높이의 샤드 빌딩은 이번 여름 열릴 런던올림픽에 맞춰 런던의 하늘을 바꿀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모스크바의 캐피털시티 빌딩을 제치고 유럽 최고층 건물이 될 샤드 빌딩은 세계적인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설계했다. 샹그릴라 호텔과 레스토랑, 스파, 72개 층 거주 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렌조 피아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런던을 방문할 때마다 가장 넋 놓고 바라본 것이 바로 하늘”이라며 “시시각각 변하는 런던은 가장 감광성 있는(photosensitive) 도시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건물의 총공사비는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아파트 한 채 가격은 3000만 파운드(543억원)에서 5000만 파운드(약 906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외에도 런던은 현재 재개발을 통해 초고층 복합 건물로 변신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회사 세빌스 관계자는 “런던에선 현재 한 층이 높아질수록 2~3% 가격 프리미엄이 붙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최상층은 ‘매기는 게 값’”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현상은 뉴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의 유명 건축가인 크리스티앙 포잠박(Portzamparc)이 설계한 90층 높이 원 57(One 57) 건물(300m)은 5성급 파트 하얏트 호텔 위에 초호화 아파트를 얹어놓은 형상이다. 7월 오픈할 펜트하우스의 경우 매매가격이 1억1500만 달러(약 1350억원)로 뉴욕 최고가다. 센트럴 파크 서부 쪽에 지어질 또 다른 펜트하우스의 경우 방 6개짜리 집 가격이 8500만 달러에 달한다.

    FT는 홍콩과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지역의 ‘마천루 경쟁’에도 주목했다. 이미 좁은 땅 때문에 높은 건물에 사는 것이 익숙해진 홍콩의 경우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텔인 118층 리츠칼튼 호텔이 들어서면서 홍콩 하늘을 바꿔놨다. 세계적인 건축가 프랑크 게리가 세운 뒤틀린 외형의 아파트 ‘오퍼스(Opus)’는 12층이지만 산 위에 세워져 그 위용을 자랑한다. 중국의 경우 우한(武漢)에 세워질 그린란드 센터는 606m 높이의 건물로 부르즈 칼리파를 설계했던 아드리안 스미스가 설계했다. 특히 총 5만 평방미터(약 1만5000평)에 이르는 럭셔리 아파트들을 포함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인도도 변신하고 있다. 2014년 완공될 인도 뭄바이 중심의 ‘월드 원’으로 불리는 로드하 아파트는 4억4000만 달러의 공사비를 들인 초고층 호화 아파트다. 아파트 가격은 1000만달러(약 116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건설중인 샤드 모습.
    ◇스타 건축가의 야망과 고도의 마케팅기술, 도시의 허영이 만들어낸 합작품
    한국에서도 이러한 트렌드는 진행 중이다. 10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으로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DMC)의 상암 랜드마크 타워(640m), 용산의 트리플 원(620m), 잠실 롯데 수퍼타워(555m), 서울숲 글로벌비즈니스센터(540m)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 여의도의 국제금융센터(IFC·284m) 빌딩은 오는 10월 완공된다.

    사람들은 왜 이런 초고층에 집착하는 것일까. FT는 “초고층 빌딩의 비용이 천문학적이긴 하지만 스타 건축가들의 이 같은 자아(ego)는 경제적 현실을 잊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초고층 빌딩 건설에 건축가들의 욕심만이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FT는 “건축가들의 야망과 고도의 마케팅 기술, 도시의 허영이 공존하는 현상에서 도출됐다”고 설명한다. 초고층 빌딩이 엄청난 이익을 남기기 보다는 ‘상징성’으로 기능할 때가 잦기 때문이다.

    FT는 이에 대해 “마천루는 ‘파괴할 수 없는(indestructible)’ 인간의 꿈을 표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홍콩의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오푸스 아파트
    게리의 오푸스 아파트 내부
    뉴욕 최고급 최고층 레지던스. 가장 높은 빌딩이 원57이다
    원 57 내부와 외관. 원 안에 있는 사람은 현지 부동산
    우한 그린란드 센터
    지난해 오픈한 홍콩 리츠 칼튼 호텔
    2015년 완공 예정인 부산 롯데월드타워
    세계 15대 최고층 빌딩-1.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미국). 2.상하이 타워(중국) 3. 킹키 파이낸스 타워(중국 선전) 4.우한 그린란드 센터(중국). 5. 킹덤 타워(사우디). 6. 카말 믹스트유즈 (카타르). 7. 부산 롯데월드타워(한국). 8. 롯데 슈퍼 타워(한국). 9. 월드 원(인도). 10. 부르즈 칼리파(UAE). 11. 알 함라 타워(쿠웨이트). 12. 펜토미니엄(UAE). 13. 광저우 국제 파이낸스 센터(중국). 14. 상하이 월드 파이낸스 센터(중국). 15.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미국)/뉴욕 매거진
    • 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