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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랑 “당 꼬라지가 이게 뭡니까”… 박지원에 물 끼얹어

화이트보스 2012. 9. 4. 10:13

 

김태랑 “당 꼬라지가 이게 뭡니까”… 박지원에 물 끼얹어

기사입력 2012-09-04 03:00:00

김한길 모친상가에서 말다툼… 당내 지도부 불만 폭발 직전
손학규 “친노, 민주주의 짓밟아” 문재인 “경선에 침뱉지 마라”
광주 합동토론회 분위기 살벌


 

씁쓸한 지도부 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이해찬 대표(오른쪽)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표정이 밝지 않다. 최근 당내에선 대선후보 경선의 불공정 시비와 흥행 실패를 두고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3일 저녁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병원 장례식장의 민주통합당 김한길 최고위원 모친상가. 여야 정치권 인사를 비롯해 많은 문상객이 모인 자리에서 불미스러운 소동이 벌어졌다. 조문하러 왔던 민주당 비주류 측 김태랑 전 의원(69)이 박지원 원내대표(70)와 말다툼을 벌이다 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한 것.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김두관 후보를 밀고 있는 김 전 의원은 빈소에서 마주 앉은 박 원내대표에게 “대체 당 꼬라지가 이게 뭡니까. 민주당을 걱정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라고 질타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가 “꼬라지라니, 말을 가려서 해야죠. 잘될 거예요”라고 대꾸하자 김 전 의원은 “지금 내게 훈계하는 거야? 지금 민주당이 얼마나 욕먹고 있는데…”라고 응수했다. 박 원내대표도 이에 질세라 “말을 가려서 해야지”라고 반박하자 김 전 의원은 테이블에 놓여 있던 물잔을 들어 박 원내대표에게 끼얹었다. 이 바람에 박 원내대표의 양복 상의가 젖었다.

주변 사람들이 “끌어내”라고 고함을 질렀고, 이들에게 이끌려 나가던 김 전 의원은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라고 맞받았다. 김 전 의원은 이후 통화에서 “장소가 상가였다는 점에서 부적절했지만 지금 민주당의 상황에 대해 당 밖에서 걱정하고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왜 모르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경선에서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등 당권파가 문재인 후보를 편파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불만이 비문(비문재인) 후보들 진영에 팽배한 가운데 벌어진 ‘사건’이었다.

상가의 소동을 지켜본 비주류 측 한 인사는 “경선이 한창 진행되고 있어 공개적으로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아직은 없지만 잠복된 불만이 많아 언제든 분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민주당 내부는 지금 당내 패거리 정치와 패권주의, 불공정 경선 논란 등으로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지는 등 심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역순회 경선 투표율이 50% 이하로 떨어지고 흥행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는 얘기가 많다.

당 지도부 내에서도 파열음이 새나왔다. 이 대표는 이날 “자성하고 합심해서 경선을 치러내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선거”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종걸 최고위원은 “인적 쇄신론에 관한 언론 보도가 지도부의 한 사람인 내 눈을 아프게 찌른다”며 “당 대선후보가 결정되면 지도부에 대한 신임을 묻고 당의 변화를 촉구하는 인적 쇄신을 불사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강력한 의지를 읽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광주MBC에서 열린 경선후보 합동토론회에선 1, 2위를 달리는 문재인, 손학규 후보가 원색적인 표현으로 공격을 주고받아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손 후보는 “정체 모를 무더기 모바일 세력의 작전으로 민주주의가 처절하게 짓밟히고 있다. 친노(친노무현) 패권세력의 모바일 작전에서 민주주의를 구출해 달라”며 “문 후보가 기득권 정치, 나눠먹기 정치를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는 “나를 지지해준 분들이 친노 패권주의를 지지했다는 말인가.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성원과 정권교체 뜻을 폄훼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손 후보는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북송금 특검 승인에 대해 “국민적 분열을 가져왔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큰 상처를 받았다. 그게 책임 있는 정치인가”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친노 세력에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는 광주·전남의 경선이 6일 치러지는 점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문 후보는 “상처를 입었다면 사과드린다”라면서도 “햇볕정책을 제대로 발전시킨 것이 노 전 대통령이다. 손 후보가 몸담고 있었던 한나라당이 이를 방해했다”고 손 후보의 ‘아픈 곳’을 건드렸다. 손 후보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계속 공격하자 문 후보는 “경선에 침 뱉고 경선을 흔드는 일을 중단해 달라”고 맞받았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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