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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서울의 심장 '이곳' 심상찮은 조짐이… |

화이트보스 2012. 9. 9. 13:32

 

미래 서울의 심장 '이곳' 심상찮은 조짐이…

 

입력 : 2012.09.08 08:28

서울의 중심인 용산은 지리적 위치 탓에 예로부터 많은 수난을 겪어야 했다. 조선 말기 청나라, 일본군, 해방 후 미군이 이곳에 주둔한 것은 수도 서울의 중심인 데다 한강과 바로 연결된다는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했을 때 이만한 부지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 후 시간이 흐르고 경제력이 커지면서 서울이 여러 번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은 것과 달리 용산은 정중앙에 군사보호시설이 자리 잡아 도시개발이 늘 기형적으로 이뤄졌다. 이랬던 용산이 미군기지 이전과 동시에 새롭게 변신한다. 서울의 중심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용산의 미래상을 살펴봤다.

용산은 거의 모든 부동산 전문가들이 투자 측면에서 가장 유망한 지역으로 보는 곳이다. 부동산 경기가 도무지 풀릴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는 가운데 용산은 그나마 다른 지역에 비해 사정이 낫다. 가격 하락폭이 적은 데다 매물수도 많지 않다. 여러 채를 보유하고 있다면 일단 투자 메리트가 적은 물건부터 내놓는 게 일반적인 생각인데, 그런 면에서 용산은 마지막까지 꺼내놓기 힘든 카드다. 물론 오래 보유하면 할수록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일 것이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 닥터아파트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첫째~둘째 주 기준 용산구 아파트 매매값은 7월에 비해 0.12% 떨어져 같은 기간 서울시 평균치(-0.39%)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 달 전 7월 매매값 변동률은 용산은 -0.29%로 서울 평균치(-0.59%)의 절반 수준을 유지했다.  
불황기 부동산 시장 상황을 대변해주는 경매업계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경매정보제공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7월말 현재 용산구 아파트 낙찰률은 30.8%로 같은 기간 서울 평균 낙찰률(29.1%)보다 높았다. 단독주택과 아파트를 포함한 주거시설로 보면 7월말 기준 용산구 낙찰률은 30.2%로 서울 평균 27.5%를 다소 상회했다. 낙찰률은 경매로 내몰린 부동산 물건 중 몇 건이 낙찰됐느냐를 설명하는 지표다.
다만 감정가 대비 얼마 선에서 낙찰됐느냐를 보여주는 낙찰가율과 물건별로 몇 명이 입찰에 참여했는지를 알 수 있는 입찰경쟁률은 서울에 비해 다소 낮게 나타났다. 결국 용산에 대한 경매 예비 입찰자들의 관심이 적다는 것은 반대로 생각하면 미래 투자가치만 담보된다면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뜻이다. 물론 여기서 전제조건은 물론 미래 투자 가치가 있느냐일 것이다.

현 주한미군기지 부지에 조성될 용산공원 가상도
가격 하락폭 타 지역보다 낮아
그렇다면 전문가들이나 일반인들이 용산 부동산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중장기적으로 추진될 개발 계획이 다양하다. 서울에서 용산만한 개발 계획을 갖고 있는 지역도 드물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용산역과 배후 철도기지창 부지를 함께 개발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프로젝트다. 건국 이래 단일 부동산 프로젝트로는 최대인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세계적으로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대규모 사업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토지를 매각해 개발하는 이 프로젝트는 현재 민관 합동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사업 시행을 위해 코레일이 25%, 서울시(SH공사)가 4.9%, 롯데관광개발, KB자산운용, 푸르덴셜생명 등 민간 사업자가 70.1%의 지분을 보유한 특수목적법인(PFV)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가 현재 설립돼 있으며 드림허브는 자산관리회사(AMC) 용산역세권개발㈜에 사업 전반을 위탁한 상태다. 용산역세권개발의 최대 주주는 전체 지분 중 70.1%를 보유한 롯데관광개발이며, 나머지 29.9%는 코레일이 갖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공사비만 31조원이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시행사 측은 이 부지에 국제업무시설, 호텔, 백화점, 쇼핑몰 등 상업시설, 문화시설, 주거시설 등을 지을 계획이다. 그 중에서도 초고층건물 수만 23개 달하는 중심상업지역은 이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요소다. 용산역세권개발이 여기에 사업의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부지가 가진 상징성 때문이다. 국내를 넘어 동북아 지역에서도 유래를 찾기 힘든 규모인 데다 미래도시를 연상시키는 초고층 건물들을 선보일 계획이라는 점은 국내외 부동산, 건설업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용산국제업무지구가 계획대로 개발돼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 사이 관광 명소가 되는 것은 미래 용산의 부동산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좋은 요소다.

그 중 지상 111층 높이 620m 규모의 ‘트리플 원’은 국제업무지구의 랜드마크 같은 빌딩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설계자로 참여하는 이 건물은 100개 층을 오피스로 꾸미며 중간 3개층 스카이로비에는 부대시설, 레스토랑, 카페, 휴게 공간을 짓는다. 렌조 피아노는 런던 브리지 타워와 뉴욕 타임스 타워를 설계한 현존 세계 최고의 건축가로 불리는 인물이다. 현 세계 최고층 빌딩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와 이보다 170m 더 높게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짓는 킹덤타워를 설계한 아드리안 스미스, 이화여대 ECC(Ehwa Campus Complex)를 설계한 도미니크 페로도 설계자로 참여한다. 전체적인 마스터플랜은 뉴욕 맨해튼 세계무역센터를 재설계한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맡는다. 세계 건축사에 길이 남을 유명 건축가들을 개발에 참여시킨다는 것은 다분히 해외 투자자를 의식해서다. 이들의 협업을 통해 시행사인 드림허브는 국제업무지구를 도쿄 롯폰기힐스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명소로 키우겠다는 생각이다. 이외에 업무시설로 개발되는 하모니타워(47층·243m), 블루다이아몬드에서 모티브를 얻은 블레이드타워(56층·293m), 다이아고널타워(64층·362m) 등도 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선다. 아울러 이들 초고층 건물 지하는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시켜 대형 쇼핑몰로 조성한다. 현재 계획된 규모만 99만1736㎡(30만평)다. 코엑스 몰의 6배에 이르는 초대형이다.
정부는 서울 강남으로 이어지는 신분당선을 비롯해 공항철도, 경의선, 경원선, KTX, 지하철 1·4·6호선을 용산역과 연결시키는 등 광역교통망도 새롭게 정비한다. 아울러 여의도 국제금융지구까지 7.2㎞ 구간에 바이모달 트램과 같은 교통수단도 설치한다. 자산관리회사인 용산역세권 개발은 이 사업으로 인해 36만명 수준의 고용창출 효과를 비롯, 67조원 정도의 생산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백학선 용산역세권개발 홍보팀 차장은 “계획대로라면 단지가 개발되는 오는 2017년 용산역세권 일대는 일일 유동인구만 38만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상권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은 리먼 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냉각되면서 토지 대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난 2011년 7월 코레일이 대금 납부를 연기해주고 랜드마크 빌딩을 매입하기로 결정하면서 개발에 다시 가속도가 붙었다. 현재 주민보상과 관련된 절차가 진행 중이다.

주민보상·사업 방식을 둘러싸고 갈등만 커져가는 용산역세권 개발 현장
2017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완료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최첨단 미래 도시로의 변화를 상징한다면 현재 미군기지 터에 들어서는 용산공원은 자연이 살아 숨쉬는 친환경도시로의 변신을 의미한다. 미군기지 메인포스트와 사우스포스트 일대 242만6866㎡에 조성되는 용산공원은 크기가 여의도 면적(290만㎡)에 육박할 정도로 대규모다.

용산공원 조성사업은 경기도 평택으로 미군기지 이전 사업이 완료되는 오는 2016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를 위해 국방부와 주한미군사령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기지 이전시설사업 시행자로 선정한 상태다. 생태공원 조성을 위해 지난해 5월 공원정비구역 지정고시를 받았고 같은 해 10월에는 종합기본계획 결정고시까지 났다. 이를 토대로 지난 4월에는 공원조성 마스터플랜을 국제공모해 ‘West 8+이로재 컨소시엄’의 ‘미래를 지향하는 치유의 공원(Healing-The Future Park)’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남은 것은 공원기본계획과 조성계획을 설계하는 일이다. 일단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은 2014년 말 결정고시를 내고 2016년 실시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현 캠프킴, 유엔사, 수송부 부지 등 17만9000㎡에는 복합시설이 들어선다. LH가 평택 기지를 조성해주는 대가로 개발권을 획득했다. LH가 이전 재원(3조4000억원)을 충당할 수 있도록 정부는 이 일대 부지의 용적률을 최대 800%까지 허용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용산공원 주변에는 지상 50층 규모의 주상복합타운이 형성된다.

용산공원과 남산을 녹지로 연결하는 그린웨이 사업도 추진된다. 지난 2009년 수립된 남산 그린웨이(근린공원) 사업은 남산과 용산공원 사이를 녹지로 조성해 남산과 한강을 생태축으로 연결한다는 친환경프로젝트다. 해당되는 지역은 용산2가동 해방촌 5만7000㎡와 국방부 군인아파트 부지 4만7000㎡ 부지를 합한 총 10만4000㎡다. 당초 서울시는 해방촌과 후암동 노후불량지역을 하나로 엮는 결합개발 방식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는 서울시 생태복원 프로젝트 일환으로 추진됐지만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뒤 다소 사업이 늦어지고 있다는 게 지역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서울시는 도시건축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사업을 심의했지만 지구단위계획 수립과 관련해 보완할 사항이 있다며 보류했다. 김진효 서울시 지구단위계획과 팀장은 “시장이 바뀐 것과 사업이 추진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며 도시건축심의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계획을 보완한 뒤 이르면 9, 10월 중에 재상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일부 주민들이 뉴타운 지정 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한남뉴타운
2016년 이후 용산공원 개발 착공
용산은 그동안 지리적인 이점을 살리지 못한 채 상당수 지역이 슬럼화된 모습이다. 한때 서울의 대표 부촌이었던 동부이촌동은 대부분 아파트가 지어진 지 20년을 넘기면서 건물이 노후화됐다. 이 때문에 한강맨션을 비롯해 다수의 아파트들이 현재 재건축 내지는 건물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이촌동 한강삼익과 왕궁아파트는 사업시행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이촌동 중산아파트에는 현재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있다. 렉스아파트는 지난해 11월 재건축에 들어가 지상 56층 460가구 규모의 아파트로 변모할 계획이다.

바로 옆 한남동 일대는 뉴타운으로 지정돼 대규모 재개발이 예정돼 있다. 부동산 경기 위축과 조합원수 급증으로 사업성은 다소 떨어졌지만 다리 하나만 건너면 강남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개발 후 강남 수준으로 주거지가 재편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조은상 닥터아파트 팀장은 “전반적으로 시장이 약세여서 지금 현재 기준으로 투자매력을 예상키는 힘들지만 중장기적으로 서울에서 강남을 앞지를 수 있는 지역은 용산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용산에서 재개발이 추진되는 곳은 4개 구역이다. 효창동 117번지 일대를 재개발하는 효창4구역과 효창동 13번지 일대의 효창5구역, 효창동 3번지 일대의 효창6구역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상태다. 청파동 113-3 청파1구역은 주민공람 공고를 거쳐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도시환경정비구역은 고층 주상복합타운으로 바뀌고 있다. 현재 동부건설이 동자동에 전용면적 128~208㎡ 278가구 주상복합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서울’을 분양하고 있다. 동아건설은 원효로1가 41-1번지에서 ‘용산 더 프라임’을 분양 중이다. 지상 38층 오피스빌딩 1개 동과 아파트 3개 동으로 구성돼 있으며 입주세대는 559가구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연내 한강로2가 용산전면3구역에서 아파트를 분양한다. 40층 2개동 194가구로 전용면적은 141~242㎡다. 쌍용건설은 효창동에 ‘효창 쌍용 예가’를 분양 예정 중이다. 효창4구역에 들어서는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59~114㎡ 187가구다.

'박해춘식 개발'  경기 침체에  발목 잡히나

서울 신천동에 사는 김정환씨(58·가명)는 용산의 ‘용’자만 들어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김씨는 재개발 사업 경기가 한참이던 지난 2005년 한남뉴타운 내 1구역에 위치한 상가주택을 8억원에 매입했다. 리먼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한남뉴타운은 황금알을 낳을 유망 부동산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주위의 부러움도 잠시,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이 재개발 지분은 골칫거리가 됐다. 뉴타운 개발에 대한 원주민들의 반대와 부동산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한남1구역을 비롯해 한남뉴타운 부동산은 거래가 사실상 ‘올 스톱’됐다. 그의 상가주택이 속해 있는 한남1구역은 재개발사업이 추진위 승인 단계에서 멈춰섰다. 일부 주민들은 바로 옆 동부이촌동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까지 재개발되면 인근 지역 내 신규아파트가 과잉 공급될 것이라며 뉴타운 지정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한남뉴타운 지구해제 목소리 커져
한남뉴타운 내 다른 재개발구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3구역과 5구역은 추진위를 구성하고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해 놓은 상태지만 조합원 수 증가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분양성 악화 등의 이유로 지구지정에서 해제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많다. 4구역은 226가구의 신동아 아파트와 단독주택 주민 간 갈등이 아직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사업에 속도가 붙은 곳이라야 2구역이 유일하다. 용적률 214%를 적용해 일반아파트 1598가구, 임대아파트 328가구가 들어서는 2구역은 지난 6월1일자로 재개발조합이 승인을 받으면서 사업 추진에 청신호가 켜졌다. 전영진 예스하우스 대표는 “재개발 투자는 위치 등 분양성보다 주민 간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지는 게 더 중요한 요소인데 그런 면에서 한남뉴타운은 점점 투자매력이 줄어드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한남뉴타운의 현재 모습은 용산 부동산 투자의 축소판이다. 미래 서울의 중심지로 부상할 거라는 장밋빛 전망에 투기수요가 가세하면서 2008년 이전까지만 해도 가격이 급등세를 기록했지만 부동산 경기가 악화일로를 걷자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남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상당수 주민들이 지구에서 해제돼 수익형 임대사업을 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다”면서 “이태원동과 인접한 지역일수록 이태원 상권이 커져 현 상태로도 수익성이 높은데 왜 굳이 재개발을 해야 하느냐는 의견이 많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남뉴타운 소형평형 지분은 최고점이던 지난 2007년 3.3㎡당 6000만원에서 4000만원대로 떨어졌다.

지나친 기대감으로 가격이 단기간 급등했던 것이 경기 침체 후 급락하는 것은 용산구 여러 곳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후암동과 해방촌 일대를 재개발하는 남산그린웨이 조성 사업 역시 지난 2009년 이후 사업이 그다지 진전되지 않고 있다. 
단군 이래 사상 최대 개발 사업으로 평가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도 여러 곳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 사업은 개발 규모가 워낙 큰 탓에 지난 2006년 계획이 처음 발표된 이후 수차례 위기를 겪어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행사인 드림허브가 토지대금을 땅 소유주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납부하지도 못했다. 2010년에는 주요 투자자인 삼성물산이 프로젝트파이낸싱 지급 보증과 토지대금 인하 등을 놓고 코레일과 마찰을 빚으면서 자산관리회사(AMC) 용산역세권개발(주)의 지분 45.1%를 반납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코레일이 드림허브 쪽 요구를 받아들여 토지 중도금 2조3000억원의 납부시기를 기존 2012~2014년에서 분양수입이 들어오는 2015~2016년까지 늦춰줬다. 아울러 랜드마크빌딩을 선매입하는 조건으로 드림허브에 4000억원 정도를 유상증자하면서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후 국제공모를 통해 마스트플랜과 개별 건물 설계안을 마련하고 철도기지창 부지 조성에 착공하면서 겨우 정상화를 찾아가는가 싶던 개발 사업은 최근 다시 꼬여가는 모습이다. 외부로부터의 자금 조달과 서부이촌동 주민을 대상으로 한 토지 보상안이 쟁점으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건축제한구역으로 지정돼 지난 4년간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왔던 지역 주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현재 가장 큰 쟁점은 재원확보 방안이다. 토지대금도 코레일의 양보로 겨우 낸 드림허브는 추가 사업비 마련을 위해 전환사채 발행 등을 준비하고 있지만 주주들 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코레일은 지난해 랜드마크빌딩을 선매수하면서 4000억원을 이미 유상증자 방식으로 냈기 때문에 나머지 주주들도 최소 1조원 정도는 유상증자를 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나머지 주주들이 코레일 안에 동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난해 드림허브는 전환사채 발행을 통한 유상증자에 나섰지만 코레일, 삼성물산, 롯데관광개발만 참여하는 데 그쳤다. 금액도 2000억원에 불과했다. 전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연기금, 국부펀드 등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해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제때 자금조달에 실패하면 피해는 토지보상을 기대하고 있는 서부이촌동 주민과 드림허브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드림허브는 지난 8월13일 이사회를 열고 전환사채 발행과 보상계획 및 이주대책 등 7개 안건에 대해 심의했으나 주주별 입장 차이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부이촌동 한 주민은 “상당수 주민들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는데 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보상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개발을 둘러싸고 주민들 간 찬반이 엇갈리면서 사업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서울시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현행 규정상 주민들이 50% 이상 사업 추진을 동의했고 나머지 토지 역시 시행자가 강제로 수용할 수는 있기 때문에 사업이 추진되는데 어려움은 없겠지만 나머지 주민들이 강력 반대하는 상황을 시로서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사업이 지연될수록 개발 타당성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사업주체 중 하나인 코레일 내부도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코레일 관계자는 “토지대금 납부일을 연기해주고 건물까지 회사 돈으로 매입하면서 코레일로선 엄청난 리스크를 떠안은 꼴이 됐다”면서 “이 같은 방식은 앞으로 다른 공공기관 개발 사업에도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개발업체 관계자도 “코레일이 투자한 4000억원을 매입 규모로 환산하면 주요 시설의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 이상은 돼야 하는데 현 시장 상황으로 볼 때 상당히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제업무지구 뾰족한 자금조달 방법 없어
이러다보니 아직은 일부 의견에 불과하지만 ‘단계적 개발 방식’이 점차 힘을 얻어가는 모습이다. 한꺼번에 추진할 경우 사업을 추진하기는 쉽지만 급변하는 경기 변동 속에서 위험도 역시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드림허브 내에서도 실무진 차원에서 단계적 개발에 대한 의견이 제기됐지만 사업이 늦어질 뿐 아니라 공사비도 4조원 가량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로 본격 논의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코레일 내부 관계자는 “우리(코레일)가 이번 사업에 투자해 거둘 수 있는 이익이 10%가 채 안 된다고 하는데 이 정도 리스크(위험도)를 안고 가면서 고작 그 정도를 벌 것이라면 왜 이 사업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불만은 드림허브로부터 사업을 위탁받아 진행 중인 AMC용산역세권 개발로 모아지고 있다. 한 드림허브 주주사 관계자는 “초기 사업을 주도하던 삼성물산이 지난 2010년 AMC지분을 넘기고 빠진 뒤 사업이 어려워지자 외부 자금조달을 위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우리은행장을 역임한 박해춘씨를 회장으로 영입했는데 지금껏 제대로 한 게 없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런가 하면 AMC 최대 주주인 롯데관광 김기병 회장 입김이 너무 세 박 회장이 제대로 뜻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의 설명이다.
“사업 자금을 사전에 확보해 놓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앞으로 얼마를 어떻게 조달하겠다는 방안도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들어가는 돈은 어마어마하니 더 걱정된다. 더군다나 외국유명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겼으니 사업비는 더 늘어날 게 불보듯 뻔하다. 계획된 상업시설 규모만 30만평(99만1736㎡)인데 그걸 어떻게 채울지도 지금으로선 걱정만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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