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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 '죽음의 강' 한국업체 기술로 살린다

화이트보스 2012. 6. 15. 10:21

알제리 '죽음의 강' 한국업체 기술로 살린다

  • 이석우 기자
  • 정한국 기자
  • 입력 : 2012.06.14 21:51 | 수정 : 2012.06.15 08:51

    [첫 해외 하천복원 사업 수주]
    대우건설, 5억달러 규모 계약… 양재천·청계천·안양천 등 복원 과정 좋은 평가 받아
    세계 환경시장 급격히 커져 비슷한 공사 수주 잇따를 듯

    "청계천이 정말 하수구처럼 사용하던 개천이 맞습니까. (알제리의) 엘하라시(El Harrach) 하천도 딱 이렇게 만들었으면 좋겠는데…."

    지난 2009년 한국을 방문, 청계천을 둘러보고 있던 압둘 말렉 알제리 수자원부 장관은 수시로 감탄사를 쏟아냈다. 동행한 대우건설 이호진 토목환경사업팀 부장은 "청계천도 좋지만, 양재천도 아름답습니다. 이곳도 한번 둘러보시죠"라고 말했다. 양재천을 방문한 말렉 장관은 "엘하라시 하천을 이렇게 만들려면 돈이 얼마나 들 것 같소. 대우건설이 이런 공사를 할 기술이 있나요"라고 물었다.

    아프리카 서북부에 있는 알제리의 수자원부 장관 일행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동안 양재천, 청계천, 굴포천, 안양천까지 우리나라 수도권 일대 하천을 샅샅이 훑고 다녔다. 이들은 하천 복원 기술이 발달한 프랑스독일 등 유럽의 하천도 모두 답사했다. 알제리 정부가 3년간 고심한 끝에 내린 결론은 '대한민국 건설업체에 맡기자'는 것이었다. 환경부와 대우건설은 13일(현지시각) 알제리에서 5억달러(5850억원) 규모의 엘하라시 하천복원사업을 계약했다고 14일 밝혔다.

    ◇하천복원 새로운 달러박스 부각

    한국이 외국에 하천 복원 기술을 수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건설업계는 하천 복원사업이 북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 발주가 급증하고 있어 해외건설 시장의 새로운 '달러 박스'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천·공기정화 등 세계 환경시장의 규모는 2010년 7967억달러에서 2020년 1조900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가히 천문학적인 액수다. 특히 아시아·중남미 등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연평균 9% 안팎으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수주한 공사는 알제리의 수도 알제 중심을 관통하는 엘하라시 하천의 하구부터 상류까지 18㎞ 구간을 복원하는 사업. 알제리 중앙 북부지역의 수도 알제는 지중해와 맞닿아 있다. 엘하라시 하천은 각종 하수와 폐수, 쓰레기가 뒤섞여 사실상 '죽음의 강'으로 불린다. 하천 주변마저 쓰레기장으로 사용 중이어서 늘 악취가 난다.

    ◇120만t 준설, 생태정화시설 만들어

    대우건설은 이 강을 살리기 위해 하천 바닥에서 모래와 각종 오염 물질 120만t을 파낼 계획이다. 수질 정화기능이 있는 갈대와 옥잠, 연꽃 등을 대규모로 심어 '생태정화시설' 4곳을 만든다. 하수처리장에서 나온 정화된 물을 펌프를 이용해 상류로 끌어올려 하천에 항상 물이 흐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양재천처럼 하천 주변에 축구장·농구장, 카페, 산책로 등 주민 편의시설도 짓는다.

    대우건설은 1980년대 후반 한강 정비사업과 최근 4대강 사업을 수행하면서 하천 복원 기술을 축적했다. 대우건설 서종욱 사장은 "한국 하천을 복원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엘하라시 하천 복원공사에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알제리는 유럽 국가보다 한국의 기술 수준이 더 높다고 판단했다"며 "칠레와 페루 등의 하천복원 공사 수주 때도 한국이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천 복원공사는 3년 6개월 뒤인 2015년 말 끝난다. 이맘때가 되면 한국에서 1만1000㎞가량 떨어진 아프리카 알제리 수도 알제에 서울 양재천의 '쌍둥이 동생'쯤 되는 엘하라시 하천이 새롭게 태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