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0.15 22:26
기성정치·정당에 대한 실망이 '없음'을 '새로움'으로 인식시켜
끼리끼리 폐쇄적으로 갈라먹고 권력 다툼으로 가는 것에 식상
정당정치 全직업·계층에 개방해 활발하고 양성적인 정치 확산을
- 김대중 고문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안철수 후보의 '정치 경험 없음'이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이미지가 '과거'에 투영돼 있는 데 반해 안철수 후보의 '정치 경험 없음'이 의외로 흡인력을 지니는 요즘 세태 때문이다. 기성정치에 대한 실망, 기성정치가 아닌 것에 대한 기대감이 그동안 '안 해본 것' '없던 것'을 '새로운 것'인 양 포장하고 있는 셈이다. 그것이 곧 안철수 진영이 노리는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기성정치·기성정당의 효율성 문제로 귀결한다. 이 나라 정치를 50여년 이끌어 온 정당정치에 어떤 고장이 났기에 많은 사람이 '정치 아닌 것'의 실험에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무소속 대통령'의 허구성이 여러 번 지적돼도 여론조사에 별로 먹히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마디로 기성정치·기성정당의 구조가 폐쇄적인 데다 끼리끼리 갈라 먹기 식(式)이고, 그래서 '고인 물'처럼 부식하기 쉽다는 데 그 원인이 있다. 그리고 기성정치가 국민의 아픈 곳을 다스리고 치유하기보다 자기들끼리의 권력 다툼으로 가고 있다는 것에 국민이 식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정당법은 공무원과 교원(敎員)의 정당 가입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대학교의 교수나 강사는 예외로 돼 있어 선거철, 특히 대선 때만 되면 교수들이 판을 치는 사태가 벌어진다. 초·중·고의 교원과 공무원 등의 정당 가입 허용이 기회 있을 때마다 제기됐지만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거부당해 왔다. 외국은 공무원이나 교원의 정당 가입을 제한하지 않는 사례가 다수이며 특히 선진국은 일본을 제외하고는 전부 아무런 제한이 없다. 영국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청소년의 정당정치 연습을 권장해 15세 이상이면 '영 컨서버티브(젊은 보수당) 클럽'이나 '영 레이버(젊은 노동당) 클럽'에 가입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정당정치를 개방하고 '정치'를 훈련할 필요가 있다. 정치와 정당을 모든 직업과 모든 계층의 국민이 자유롭게 선택하고 가입하고 참여하는 오픈 시스템으로 가자는 것이다. 이미 교사·학생·공무원 조직이 사실상 정치의 중요한 변수로 등장한 지 오래고, 실제로 정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실상의 배후 집단으로 등장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우리는 법으로만, 형식으로만 그들의 정치 참여를 막는 불합리한 현실을 오래 답습해오고 있다.
물론 부작용이 있을 것이다. 아니, 지금도 있다. 이미 정당 가입이 허용된 교수들의 무분별한 집단 쏠림 현상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고, 또 이들이 어느 것이 본업(本業)인지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잡스러운 '소리'들을 쏟아내는 것을 우리는 힘겹게 참아오고 있다. 또 이념적이거나 음모적인 요소가 개입돼 정치를 불순하게 몰고 가거나 우리 체제를 망가뜨리려는 위험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이런 부작용에 매달리는 데 급급해 모든 사회 집단의 자유로운 정치 참여에서 오는 활발하고 양성적인 정치의 확산 또는 제동(制動) 역할이라는 긍정적 요인들을 묵살해왔다. 오히려 예상되는 여러 부작용과 부정적 요인을 우리의 업그레이드된 국민력으로 극복하는 시험도 해야 한다. 한마디로 이미 '뒤에서 하고 있는 것'을 '앞에서 터놓고 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거기서 오히려 자체의 자제력과 상호 견제력이 발생해서 정치의 생활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그것이 시대정신에 맞는다.
또 하나 기대해볼 것은 오늘의 정당정치 구조가 제한적이고 폐쇄적인 데서 오는 저질성을 정당을 오픈함으로써 극복하는 효과다. 직업 정치꾼이나 돈으로 권력을 사려는 정치상업인들만의 놀이터로 남겨두는 한 한국 정치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정당 가입을 넓게 허용하고 정치 진입을 용이하게 해서 사회 여러 집단의 정치 '예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