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캠프, 친노 몇몇만 “입에서 아~단내나”
기사입력 2012-10-17 03:00:00 기사수정 2012-10-17 10:3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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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내 “文캠프 그들만의 선대위” 우려 목소리
#1. 지난주 한 국정감사장. 민주통합당 A 의원은 같은 당 B 의원에게 “요즘 뭐해요? 심심해서 나는 종종 야구장에 가요”라고 말을 걸었다. B 의원은 “할 일 없으면 쉬는 거지. 정 심심하면 캠프(문재인 후보 캠프) 회의나 한번 가보지 뭐”라고 대꾸했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국정감사는 정족수 미달에 따른 파행이 없다. 역대 대선이 치러진 해의 국감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한 중진 의원은 “모범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의원들이 대선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 문재인 후보는 ‘선수(選數)와 계파를 타파한 용광로 선거대책위원회’를 표방하면서 소속 의원 전원(127명)에게 직책을 부여했다. 선대위가 당 조직 중심의 민주캠프, 정책을 수립하는 미래캠프, 시민의 참여를 이끄는 시민캠프 등 세 축으로 돌아가면서 여러 개의 직함을 동시에 맡은 의원도 적지 않다. 그러나 각각 5개와 4개의 직책을 받은 여성 의원과 수도권 3선 의원은 “나도 내 직함을 다 못 외운다. 뭐하는 자리인지도 모르겠다”는 농담을 곧잘 한다. 1개의 직함을 받은 한 재선 의원은 “회의 한 번 가본 게 전부다. 허울 좋은 감투”라며 시큰둥했다.
당 대변인인 정성호 의원은 지난주 저녁 자리에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는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캠프 ‘공감2본부 부본부장’이라네. 이게 뭐지?”라며 고개를 갸웃했다. 문자메시지로 직함을 통보받는 이른바 ‘문자 발령’이었다.
문 후보는 지난달 16일 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뒤 수락연설에서 “당내 모든 계파와 시민사회까지 아우르는 용광로 선대위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실상은 몇몇 친노(친노무현) 인사만 바쁜 ‘그들만의 선대위’ ‘끼리끼리 선대위’란 비판과 우려가 당내에서 나온다. 선대위 핵심 인사들은 “입에서 단내가 난다” “활동량이 너무 많아 컵밥도 바닥까지 긁어먹었다”고 투덜대지만, 한 비노(비노무현)계 의원은 “너무 한가해서 휴가철이나 다름없다”고 자조했다. 총선 직후 치러지는 대선이다 보니 의원들이 대선후보에게 빚진 게 없어 자기 일처럼 뛰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다.
경선 과정에서 모바일투표의 공정성과 ‘친노 패권주의’를 제기하며 반발했던 다른 경선 상대들을 선대위로 적극 끌어들이지 못한 것을 두고 문 후보의 무사안일주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문 후보는 손학규 상임고문,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정세균 의원 등 7명을 후보 직속 자문기구인 고위전략회의 멤버로 위촉했다고 발표했지만 발족 모임 이후 활동이 전무하다. 그나마 경선 2위였던 손 고문은 불참했다. 김 전 지사는 최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대선 기간에 경남을 지원하느냐’는 질문에 “들은 게 없다. 문 후보의 요청 없이 뛸 수는 없지 않나”라고 대답했다.
당내 비주류 의원들이 요구해온 ‘이해찬 체제 책임론’도 소리 없이 사그라졌다. 오히려 캠프 전략실은 정태호 전략기획실장(전 대통령정무비서관), 오종식 전략기획팀장(전 ‘혁신과통합’ 대변인), 김화준 대외협력팀장(전 국무총리실 시민사회비서관) 등 ‘이해찬 사람들’로 채워졌다.
옛 민주계를 끌어안으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문 후보는 15일 저녁 기자간담회에서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 등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캠프로 간 데 대해 “잘 아는 분들도 아니지만 그분들과 함께하는 것이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정치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송호창 의원의 탈당(안철수 후보 캠프행)은 마음이 아팠지만 그분들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옛 민주계 전직 의원은 “전형적인 노무현식 사고”라며 “그 사람은 통합이나 단합과 같은 말을 해선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17일 의원총회를 열어 국정감사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문 후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소지가 있다. 김한길 최고위원은 16일 통화에서 “1997년 대선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상대 진영의 사람일지라도 한 사람이라도 더 끌어안기 위해 안 해본 노력이 없다. 그런데 지금은 노력은 없는데 자신감은 지나치게 충만하다”며 “주변에선 말리지만 의총에서 문제를 제기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1. 지난주 한 국정감사장. 민주통합당 A 의원은 같은 당 B 의원에게 “요즘 뭐해요? 심심해서 나는 종종 야구장에 가요”라고 말을 걸었다. B 의원은 “할 일 없으면 쉬는 거지. 정 심심하면 캠프(문재인 후보 캠프) 회의나 한번 가보지 뭐”라고 대꾸했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국정감사는 정족수 미달에 따른 파행이 없다. 역대 대선이 치러진 해의 국감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한 중진 의원은 “모범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의원들이 대선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 문재인 후보는 ‘선수(選數)와 계파를 타파한 용광로 선거대책위원회’를 표방하면서 소속 의원 전원(127명)에게 직책을 부여했다. 선대위가 당 조직 중심의 민주캠프, 정책을 수립하는 미래캠프, 시민의 참여를 이끄는 시민캠프 등 세 축으로 돌아가면서 여러 개의 직함을 동시에 맡은 의원도 적지 않다. 그러나 각각 5개와 4개의 직책을 받은 여성 의원과 수도권 3선 의원은 “나도 내 직함을 다 못 외운다. 뭐하는 자리인지도 모르겠다”는 농담을 곧잘 한다. 1개의 직함을 받은 한 재선 의원은 “회의 한 번 가본 게 전부다. 허울 좋은 감투”라며 시큰둥했다.
당 대변인인 정성호 의원은 지난주 저녁 자리에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는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캠프 ‘공감2본부 부본부장’이라네. 이게 뭐지?”라며 고개를 갸웃했다. 문자메시지로 직함을 통보받는 이른바 ‘문자 발령’이었다.
문 후보는 지난달 16일 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뒤 수락연설에서 “당내 모든 계파와 시민사회까지 아우르는 용광로 선대위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실상은 몇몇 친노(친노무현) 인사만 바쁜 ‘그들만의 선대위’ ‘끼리끼리 선대위’란 비판과 우려가 당내에서 나온다. 선대위 핵심 인사들은 “입에서 단내가 난다” “활동량이 너무 많아 컵밥도 바닥까지 긁어먹었다”고 투덜대지만, 한 비노(비노무현)계 의원은 “너무 한가해서 휴가철이나 다름없다”고 자조했다. 총선 직후 치러지는 대선이다 보니 의원들이 대선후보에게 빚진 게 없어 자기 일처럼 뛰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다.
경선 과정에서 모바일투표의 공정성과 ‘친노 패권주의’를 제기하며 반발했던 다른 경선 상대들을 선대위로 적극 끌어들이지 못한 것을 두고 문 후보의 무사안일주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문 후보는 손학규 상임고문,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정세균 의원 등 7명을 후보 직속 자문기구인 고위전략회의 멤버로 위촉했다고 발표했지만 발족 모임 이후 활동이 전무하다. 그나마 경선 2위였던 손 고문은 불참했다. 김 전 지사는 최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대선 기간에 경남을 지원하느냐’는 질문에 “들은 게 없다. 문 후보의 요청 없이 뛸 수는 없지 않나”라고 대답했다.
당내 비주류 의원들이 요구해온 ‘이해찬 체제 책임론’도 소리 없이 사그라졌다. 오히려 캠프 전략실은 정태호 전략기획실장(전 대통령정무비서관), 오종식 전략기획팀장(전 ‘혁신과통합’ 대변인), 김화준 대외협력팀장(전 국무총리실 시민사회비서관) 등 ‘이해찬 사람들’로 채워졌다.
옛 민주계를 끌어안으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문 후보는 15일 저녁 기자간담회에서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 등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캠프로 간 데 대해 “잘 아는 분들도 아니지만 그분들과 함께하는 것이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정치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송호창 의원의 탈당(안철수 후보 캠프행)은 마음이 아팠지만 그분들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옛 민주계 전직 의원은 “전형적인 노무현식 사고”라며 “그 사람은 통합이나 단합과 같은 말을 해선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17일 의원총회를 열어 국정감사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문 후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소지가 있다. 김한길 최고위원은 16일 통화에서 “1997년 대선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상대 진영의 사람일지라도 한 사람이라도 더 끌어안기 위해 안 해본 노력이 없다. 그런데 지금은 노력은 없는데 자신감은 지나치게 충만하다”며 “주변에선 말리지만 의총에서 문제를 제기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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