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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 올라선 안철수의 ‘새 정치’

화이트보스 2012. 11. 8. 11:02

시험대 올라선 안철수의 ‘새 정치’

기사입력 2012-11-08 03:00:00 기사수정 2012-11-0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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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정치부 차장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6일 마침내 야권 후보 단일화 테이블에 앉았다. 대선후보 등록(25, 26일)을 딱 20일 남겨 놓은 시점에서다. 안 후보는 “거대한 기득권 세력을 이겨야 한다”며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에 응한 이유를 밝혔다. 흥미로운 것은 안 후보가 ‘단일화’라는 이름의 무대에 오르면서 동시에 그가 줄기차게 외쳐 온 ‘새 정치’도 시험대에 서게 됐다는 점이다.

안 후보는 9월 19일 출마 선언 이후 새누리당은 물론 민주당까지도 ‘기득권 정치’로 몰아붙이며 ‘낡은 정치’ 대 ‘새 정치’의 구도를 구축했다. 대선 출마의 변도 “정치개혁”이다. 그러더니 단일화 협상에 나서면서부터는 기득권 세력을 새누리당으로 국한시켰다. 설명은 없다. 단일화 논의에 나선 건 그가 부르짖어 온 새 정치와 거리가 멀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목적(대통령)을 위해 수단(‘개혁의 대상’과 타협)을 가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헌 정치’일 테니까…. ‘새정치 공동선언문’을 내놓은 뒤 단일화를 타결짓기로 한 것도 세속적인 단일화를 정치개혁이란 고상한 가치로 포장하기 위한 장치일 수 있겠다.

안 후보는 출마 선언 때부터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새 정치를 외쳤지만, 사실 그의 행보는 늘 ‘대체 안철수표 새 정치는 뭘까’란 의문이 들게 했다.

그는 대선 출마 여부를 빨리 밝혀 달라는 요구에도 출마 시기를 계속 늦췄다. 출마를 선언한 뒤로는 단일화에 대해 말을 아꼈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부터 여야 정치권과 모든 언론이 야권 후보로 분류해 왔는데도 정작 본인은 ‘범야권 후보로 분류되는 데 동의하느냐’란 질문에 “범야권… NCND(Neither Confirm Nor Deny·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음)”(지난달 4일)라고까지 했다.

자신이 꿈꾸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지를 밝힌 적도 없다. 남북문제, 안보·외교 문제는 물론 복지 정책까지 ‘바꾸겠다’는 말만 있지 ‘어떻게 하겠다’는 방법과 내용은 없다. 아파트 딱지(입주권) 매입,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 위장 전입 의혹, 논문 표절 같은 도덕성 검증에 대해서는 ‘낡은 네거티브 공세’라고 매도했다.

캠프에는 ‘진짜 새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이 민주당에서 건너간 ‘낯익은 얼굴’이다. 박선숙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은 4·11 국회의원 총선거 때 민주당의 사무총장으로 선거를 이끌었고, 안 후보의 정치혁신안을 주도하고 있는 김호기 교수는 공천심사위원이었다. 유민영 대변인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낸 친노(친노무현) 인사다. 그럼에도 안 후보는 4·11 총선의 민주당 패배를 두고 “계파를 만들어 계파 이익에 집착하다 그르쳤다”며 당시 민주당 지도부와 친노그룹을 꾸짖었다.

안 후보의 언행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 많지만 안풍(安風)은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1년 넘게 맹위를 떨치고 있다. 검증이란 이름의 각종 공세도 부질없다. 오죽하면 ‘안철수는 종교가 됐다’는 얘기까지 나올까. 기성 정치권이 얼마나 세상을 잘못 읽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지만, 안 후보도 드디어 기성의 정치, 속세의 정치로 하강했다. 그가 외쳐 온 새 정치는 어떻게 귀결될까.

조수진 정치부 차장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