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4.20 03:12
朴대통령의 '깨알 지시'… 비서실장, 총무·부속비서관들 쏟아지는 업무에 시달려
MB 땐 '얼리버드 공포증'
노무현 정권 때 문재인 실장 치아 10개 빠져 임플란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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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기자
이재만 총무, 정호성 제1부속, 안봉근 제2부속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비서관 출신으로, 15년째 그를 모시고 있다. 이 비서관은 원래 머리숱이 적은 편이지만 요즘엔 더 줄었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총무비서관은 청와대 인사(人事)와 안살림을 맡는 자리다. 박 대통령은 비서실 인원을 정원보다 상당수 줄여 놓았다. 비서실 정원은 기능직을 포함해 443명이지만 현재 인원은 379명이다. '슬림(slim)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뜻이었고 그 실무를 이 비서관이 맡았다. "나를 봐서 이 사람만은 꼭 채용해 달라"는 안팎의 민원을 자르는 것이 그의 일이다. 이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비서관은 요즘 거의 하루 걸러 집에 못 들어가고 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일정과 메시지를 챙기고 각종 보고서를 취합해 올리는 일을 한다. 최근 북핵 사태가 터지면서 정 비서관을 거치는 보고서가 시급성을 띠는 경우가 많아졌고 그래서 자주 퇴근을 못한다. 박 대통령의 행사 참석이 잦아지면서 메시지 관련 업무 부담도 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 비서관뿐 아니라 1부속실 직원 전체가 집에 잘 못 들어가고 살이 쏙 빠졌더라"고 했다.
안 비서관은 요즘 역할이 더 늘어났다. 원래 2부속비서관의 주된 임무는 박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할 때 국민의 소소한 민원들을 챙기는 데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의 관저 생활 지원과 비공식 일정도 맡게 됐다. 또 박 대통령의 현장 수행도 다시 하게 됐다.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박 대통령을 수행하다가 지난 대선 때부터 사무실에서 내근(內勤)을 했었다. 최근 안 비서관은 5월 초 박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선발대로 미국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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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 과천 청사에서 미래창조과학부 현판을 제막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창조경제를 구현하는 큰 축이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제공
이명박 전 대통령은 새벽 일찍 업무를 시작하는 '얼리 버드(early bird)'였다. 보통 7시 30분에 출근했고 그에 맞추려고 새벽 5시쯤 출근하는 청와대 직원들도 수두룩했다. 직원들은 5년 내내 힘들어했다.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에 자기 생활을 맞추는 것은 청와대 참모의 숙명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은 '깨알 리더십'이다. 생각지 못했던 세부적인 부분까지 수시로 지시하기 때문에 최측근 참모들이 힘들어한다. 하지만 이들이 제일 힘든 것은 박근혜 정부가 초반에 이래저래 상처를 많이 입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