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7.3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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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현석 정치부 기자
우리 정부도 새누리당 소속 김정훈 국회 정무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통령 특사단에 백선엽 장군을 포함했고, 백 장군은 특사단의 일원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특사단 일정을 맡은 국가보훈처는 당초 백 장군의 출국일을 25일로 정했다. 그날 오전 10시 30분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약 15시간 동안 1만1000㎞가 넘는 거리를 날아가 25일(현지 시각) 오전 11시 20분에 워싱턴에 도착한 뒤, 곧이어 오후 3시 미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리는 주한 미 대사관 주최 기념식에 참석하는 일정이었다. 고령의 백 장군으로선 감당할 수 없는 일정이었다. 여기저기서 비판이 나오자 그제야 보훈처는 백 장군이 하루 일찍 도착할 수 있도록 일정을 수정했다고 한다.
백 장군은 24일 김정훈 의원과 함께 비행기를 탔다. 보훈처는 김 의원 좌석은 1등석, 백 장군 좌석은 비즈니스석으로 항공편을 예약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김 의원은 대통령 특사단장 신분이기 때문에 예우를 해야 했다"고 했다. 결국 항공사 측이 "예우 차원에서" 백 장군 좌석을 1등석으로 바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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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7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6·25전쟁 참전 기념공원에서 열린 정전 60주년 기념식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왼쪽은 김정훈 대통령 특사단장(새누리당 의원), 정승조 합참의장, 제임스 위너펠드 미 합참 부의장이다. 백선엽 장군의 자리는 없었다. /로이터·뉴스1
27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 DC 6·25참전 기념공원에서 열린 본행사에서 백 장군은 연단에 없었다. 김 단장과 정승조 합참의장이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참전기념비에 헌화한 뒤 연단에 올라 연설을 했다. 백 장군은 이들의 모습을 연단 아래에서 지켜봤다.
백 장군은 대신 본행사 30분 전에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 사령관 손을 잡고 잠시 연단에 올랐다. 그는 샤프 전 사령관에게 한국에서 가져간 선물을 전달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미국 참전 용사들은 한국 측 인사 중 유일하게 백 장군에게만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경의를 표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만약 백 장군이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헌화하고 연단에 올라 연설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노력했다면 더 큰 감동을 전했을 것"이라며 "미 정부 주관행사이기는 했지만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요청했다면 성사시킬 수 있었다"고 했다.
정전 60주년의 주인공은 대통령 특사도, 합참의장도 아닌 백선엽 장군처럼 6·25 당시 대한민국을 지켜낸 참전 용사들일 것이다. 정부와 보훈처는 뭔가 착각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