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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태 “등에 칼 꽂은 건 내가 아니라 문재인”

화이트보스 2013. 7. 31. 16:49

조경태 “등에 칼 꽂은 건 내가 아니라 문재인”

기사입력 2013-07-31 15:14:00 기사수정 2013-07-31 15:53:00

"민주당과 국민의 뒤통수를 치고 등에 칼을 꽂은 사람은 제가 아니라 문재인 의원입니다. 친노(친노무현) 계가 입으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노 전 대통령이 걸어왔던 가치·철학과는 반대로 걷고 있습니다."

28일 전화 인터뷰에서 조경태 민주당 최고위원(45·부산 사하을)은 친노에 대해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조 최고위원은 25일 기자회견에서 "정쟁의 불을 지르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그만두자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며 문 의원을 정면 비판한 바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조 최고위원도 친노 출신이란 사실이다. 한 민주당 중진은 "조 최고위원이야말로 친노 중의 친노이고 노무현 정부의 1등 개국공신"이라고 말했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당무위원회에서 정몽준 의원과의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는 원로들 앞에서 34세의 젊은이이던 그가 "절대 안 된다"며 목

소리를 높여 반대하다 끌려 나가던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다는 것이다.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대선후보 정책보좌역이었던 그는 17대 총선에서 당선된 뒤 민주당의 불모지인 부산에서 내리 3선을 했다. 그럼에도 친노와 각을 세운 탓인지 최고위원이 되기 전까지는 당직과 큰 인연이 없었다. '친노 저격수'가 된 이유, '독고다이'라고 평가 받는 정치 스타일에 대한 생각, 영남권에서 민주당 후보로 3선을 한 비결 등을 물어봤다.


―한때는 당신도 친노로 분류되지 않았나. 친노와 사이가 틀어진 이유는 뭔가.

"17대 국회 때부터 당 지도부가 잘못하는 일이 있으면 항상 '쓴 소리'를 해 왔다. 지금의 친노는 친노라기보다는 '친문(친문재인)'이라고 부르는 게 바람직하다. 문 의원과 그 주변 정치세력이 패권화돼 있는 상태다. 노 전 대통령이 가르쳐 준 정치철학은 정치개혁과 국민통합인데 친문 세력은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에만 관심이 있지 통합의 리더십은 부족하다. 무엇이 민주당과 다수 국민을 위하는 것인지 좀 진지하게 고민하고, 뼈아픈 지적에 대해서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


―정세균 상임고문은 조 최고위원을 겨냥해 '아군 등에 칼을 꽂고 있다, 망발하지 마라'라고 했는데.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 그냥 일반 의원이 아니라 대선 주자였던 분이 말 바꾸기를 해서 민주당의 신뢰가 얼마나 많이 떨어졌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과 관련해 원문을 열람하자며 국민에게 혼란을 준 장본인이 사초(史草) 실종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자 바로 '덮자'고 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실무 책임자였던 문 의원이 정계은퇴까지 운운하는 강수를 둬 놓고 이제 와서 갑자기 덮자고 하니 당원과 국민은 멍해진 것 아닌가."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친노계의 도움을 받은 걸로 알려져 있는데.

"친노계는 나를 밀지 않았다. 문 의원은 그날 전당대회에 오지도 않았고. (내가 뽑힌 것은) 패권주의를 몰아내라는 당원들의 선택이었다."


―민주당은 왜 이렇게 계파주의를 못 벗어날까.

"계파가 패권화됐기 때문이다. 자기들만 옳고 자신들이 주도해나가야 한다는 문화가 민주당의 통합을 훼손시켰다. 문 의원이 정상회담 회의록 관련해서 할 말이 있었다면 당 지도부와 상의를 해야 했다. 그러나 제가 아는 한 그런 상의는 없었다. 김한길 대표도 좀 이해가 안 가는 게, 과거의 총재급 권한을 쥐고 있으면서 좀 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적당히 봉합 수준으로 가려 한다."


―그러면 당신은 25일 기자회견 전에 지도부와 상의했나.

"나는 아무개처럼 툭 던지는 스타일이 아니다. 예고도 했었고 양해를 구했다. 일부 최고위원들이 며칠만 늦춰달라고 요청했지만 일주일 늦춘다고 바뀔 게 뭐 있을까. 시의적절한 때 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


―그런 '쓴 소리' 때문에 오랫동안 당직을 못 맡은 것 아닐까. 세(勢)가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아직까지 후회해본 적이 없다. 다소 손해 보는 일이 있어도 소신에 따라 행동하려 해왔다. 그리고 내가 왜 세가 없느냐. 세가 없었으면 최고위원이 될 수 없었을 것 아닌가. 따르는 국회의원이 없다는 이야기인 듯한데 그런 데 신경 쓰지 않는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도 따르는 국회의원이 하나도 없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가진 세는 당원의 힘이다."


―민주당 당적으로 부산에서 3선을 한 비결이 뭔가. 시장 상인들과 막걸리라도 자주 마시나.

"나는 술을 잘 못한다. 그리고 '막걸리 스킨십'은 낮은 단계의 정치라고 생각한다. 막걸리 마시는 건 통·반장들도 잘 하지 않나. 정치인의 진짜 능력은 갈등 현안을 풀어나가는 힘이다. 정치인들은 보통 현안에 적당히 얼굴 비추고 '답이 없다' 싶으면 한두 번 흉내 내고 빠져 나가는데 나는 그런 식으로 넘어가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하려 했다. 내 지역구도 아닌 밀양 송전탑 문제를 만 4년째 해오고 있다. 그런 진심이 통하는 거라고 본다. 중앙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계파로 얽히고설켜 있지만 일반 국민들의 생각은 그와 다르더라."


―내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출마할 의사는 없는지. 안철수 의원에 대한 생각은.

"부산시장 출마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 없다. 안 의원과는 경쟁과 협력관계라고 본다. 민주당, 새누리당, 그리고 신당을 만들지 모르겠지만 안철수 세력, 이렇게 세 파가 상수로 등장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자가 최선을 다해 국민에게 다가서는 좋은 정책과 비전을 제시한다면 한국 정치도 많은 발전이 있을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조경태 민주당 최고위원 약력

△경남 고성 △경남고, 부산대 토목공학(박사) △16대 대선 노무현 대선후보 정책보좌역 △열린우리당 원내부대표 △민주통합당 정책위 부의장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