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7.31 03:05
이 법의 원안대로 하면 건축 인·허가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건축 인·허가와는 관계가 없는 사업자로부터 금품이나 술·골프 접대를 받을 경우 그 공무원을 형사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수정안대로 하면 형사처벌은 하지 못하고 과태료만 물리게 된다.
과태료는 공무원들의 신상에 미치는 영향이 징역형·벌금형 같은 형사처벌보다 훨씬 약하다. 공무원이 뇌물죄로 실형(實刑)을 받을 때는 말할 것도 없고 그보다 약한 집행유예·선고유예 판결을 받아도 직(職)을 잃고 전과 기록인 범죄경력자료에 기록된다. 벌금형을 받으면 직은 잃지 않지만 전과 기록에는 남는다. 반면 과태료 부과로 처벌이 끝나면 아무리 많은 과태료를 부과받아도 공무원 신분을 계속 유지할 수 있고 전과 기록에도 남지 않는다. 과태료 처분만으로는 공무원의 금품 수수 악습을 끊을 수 없다는 게 자명하다.
그동안 지역 건설업자를 스폰서로 두고 용돈과 향응을 받은 검사들이 뇌물죄로 기소됐지만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대부분 무죄 판결을 받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당초 금품을 받은 공무원을 직무 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처벌하는 김영란법을 추진한 것은 이런 뇌물죄의 사각(死角)지대를 없애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다른 부처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직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공무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원안에서 알맹이가 빠지고 말았다.
이제 김영란법의 운명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가 심의 과정에서 김영란법을 원래대로 살려내야 한다. 이 법은 행정부·사법부·입법부의 모든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은 물론 국회의원에게도 적용된다. 국회의원들이 이 법이 자신들에게도 적용된다고 해서 이 법 처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대한민국의 청렴도는 아프리카 후진국 수준을 영원히 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