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문화/정치, 외교.

조류퇴치로봇’ 테스트 현장에선…

화이트보스 2013. 12. 2. 10:00

조류퇴치로봇’ 테스트 현장에선…

기사입력 2013-12-02 03:00:00 기사수정 2013-12-02 03:00:00

사이렌 소리가 멈추더니 곧 ‘탕’ 하는 소리가 두 차례 길게 울려 퍼졌다. 시속 20km로 달리던 로봇은 이내 움직임을 멈추고 매의 울음소리를 길게 내기 시작했다. 매 소리로 반경 500m 안에 있는 새들을 쫓아내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경북 구미시 공단동 LIG넥스원 제2공장에서는 조류퇴치로봇 LBES의 음향 성능 테스트가 한창이었다. LBES는 음향 송출기를 위아래로 움직여가며 새가 감지된 방향으로 150dB(데시벨) 이상의 강한 소리를 내보냈다. 로봇에서 나는 소음을 참지 못하고 기자가 로봇 뒤로 돌아가자 소리가 크지는 않았다.

유재관 LIG넥스원 기계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조류 퇴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지정된 타깃에 소리를 집중해서 보내는 극지향성 음향 송출기를 달았다”며 “공항 주변 소음 피해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 항공기 안전을 위한 필수 장비

LIG넥스원은 10월 세계 최초로 조류퇴치로봇 LBES를 선보였다. 5월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을 받아 국방부, 공군, 한국원자력연구원 등과 함께 개발했다. 총 개발비용은 54억 원이다.

LBES는 항공사의 큰 고민거리 중 하나인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새들이 항공기 엔진이나 기체에 부딪쳐 추락 등을 유발하는 항공 사고)’를 줄이기 위해 개발됐다. 조류 충돌은 기체에 큰 타격을 입히는 데다 특히 엔진으로 청둥오리나 기러기 등이 빨려 들어갈 경우 엔진이 멈출 위험도 있어 전 세계 항공당국은 조류 퇴치를 위한 전담팀(BAT·Bird Alert Team)을 둬가며 새 쫓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BAT 팀원들은 직접 공포탄 등을 터뜨려가며 새를 쫓는다.

LBES는 조류 감지 능력도 뛰어나다. 전하결합소자(CCD) 카메라와 적외선 카메라, CCD 카메라 4개를 이어붙인 ‘파노라믹 비전 카메라’까지 삼중으로 새를 찾아내기 때문이다. 반경 500m 안에서 새가 감지될 경우 LBES는 자동으로 조류 퇴치 활동을 시작한다. CCD 카메라를 통해서는 최대 1km까지 감지가 가능하다. 이때는 원격 조정 스테이션 안에 있는 직원이 명령을 내려야 한다.

조류 퇴치 수단은 소리와 레이저 두 종류다. 소리는 사이렌 소리, 총 소리, 매 소리 등 총 30여 가지가 있다. 야간에는 주로 레이저를 사용한다. 레이저의 파장대역은 500∼55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다. 유 수석연구원은 “레이저의 경우 새의 눈에 긴 작대기처럼 인식돼 퇴치 효과가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 퇴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디자인에도 정성


LIG넥스원은 디자인에도 공을 들였다. 레이더 등이 설치된 구동장치 전면 디자인은 독수리를 본떠 만들었다. 구동장치는 공항에서 쉽게 눈에 띄도록 주황색으로 칠했다.

LIG넥스원은 이달 중순부터 충남 서산시 공군기지에서 LBES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 파나마 토쿠멘 국제공항과 로봇 수출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하고 있는 단계다. 박광혁 LIG넥스원 신사업담당 이사는 “파나마 외에 동남아 지역 국가들과도 계약을 위해 협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BES는 최대 반경 1km 안 새를 감지할 수 있는 데다 4륜구동 장치를 달아 주행성도 뛰어나 경계 로봇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박 이사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주로 경계 로봇으로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문의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구미=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재테크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