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2.10 09:49 | 수정 : 2013.12.10 10:10
2011년 김정일 사망 당시 관련 내용을 사전에 전혀 파악하지 못해 위상이 흠집이 갔던 국정원으로서는 당시 구겼던 체면을 만회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
만에 하나 국정원 정보가 틀릴 경우, 대북(對北) 정보 수집능력은 물론 정부의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일거에 씻어냈다.
실제로 국정원 발표 직후만 해도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정부 내에서도 정보에 대한 신빙성을 놓고 일부 갑론을박(甲論乙駁)이 있었다.
야당 등에서는 일각에선 국정원이 정국 ‘물타기’를 겨냥해 설익은 정보를 내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도 불거졌다.
하지만 이런 우려와 비판을 잠재우면서 정보기관의 존재감과 대북 정보력을 입증해 보인 것이다.
그렇다면 국정원을 비롯한 한국 정보당국은 어떻게 장성택의 신변 이상설을 감지했을까?
먼저 정보 당국은 올들어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수행 횟수가 지난해 보다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고 한다.
장성택이 김정은을 수행한 횟수는 올들어 지난 9월 말까지 총 49회로, 2012년 같은 기간(106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보당국은 장성택의 지위에 모종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시긴트(SIGINT·신호감청)와 휴민트(HUMINT·인적첩보)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장 부위원장 신변과 관련된 정보 수집에 총력을 쏟았다.
시긴트는 통신감청·인공위성 등 첨단장비를 활용해 얻는 정보를 뜻한다.
북한 내부의 통신 내용을 국정원이 확보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휴민트는 정보원 등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정보를 얻는 방식을 일컫는다. 이는 북한내 고위층으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이런 여러 정보 루트를 통해 지난달에 장성택 측근인 리룡하 노동당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이 공개 처형된 소식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은 당 행정부 고위 간부들을 처형하고 이 사실을 스피커 방송인 ‘제3방송’으로 주민들에게 알리면서 장성택을 ‘곁가지’ 등으로 지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은 국정원에도 입수됐다고 한다.
이어 지난달 18일 장성택의 최측근 2명이 긴급 체포된 사실도 확인하는데 성공하면서 장성택 실각 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국정원이 이번에 과감하게 북한 첩보를 발표함으로써 북측에는 도발과 경거망동을 삼가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국정원 개혁문제에 맞서 존재 가치를 입증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