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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쿠전자, 왜 아들회사 키웠나보니

화이트보스 2013. 12. 16. 09:45

쿠쿠전자, 왜 아들회사 키웠나보니[中企의 왜곡된 대기업 따라하기]①쿠쿠전자...아들회사 밀어주고 합병 통해 지분 넘겨 머니투데이 | 김건우|김도윤 기자 | 입력 2013.12.16 08:00

[머니투데이 김건우기자][[中企의 왜곡된 대기업 따라하기]①쿠쿠전자...아들회사 밀어주고 합병 통해 지분 넘겨]

국내 소형가전업체들이 대기업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밥솥, 청소기 등 차별화된 영역을 개척하며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덩치가 커진 일부 소형가전업체들은 일감몰아주기 등 대기업들의 전형적인 편법승계방식을 답습, 2세들에게 경영권을 넘기고 있다.

이같은 불투명하고 석연찮은 경영상속은 향후 기업의 건전성에 있어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일부 기업들의 비뚤어진 경영승계는 '을'의 굴레에 신음하는 중소기업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쿠쿠전자, 일감몰아주기로 아들 지분 늘려=쿠쿠전자는 국내 전기밥솥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히 창업자 구자신 회장에 이어 장남인 구본학 대표가 경영을 맡아 성장을 이끌면서 중기업계의 대표적인 2세 경영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쿠쿠전자는 창업자의 두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관계사의 규모를 키운 뒤 합병을 통해 2세들에게 지분을 승계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매년 수십억원의 배당을 통해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자금도 지원했다. 전형적인 편법 상속방식중 하나다.

쿠쿠전자는 1990년 쿠쿠홈시스(구 대성)를 설립, 전기밭솥의 판매 및 유통을 맡겼다. 쿠쿠전자가 만든 전기밭솥을 쿠쿠홈시스가 판매토록 함으로써 매출을 밀어주는 구조였다. 쿠쿠홈시스의 지분은 쿠쿠전자의 창업자인 구자신 회장의 장남인 구본학 대표가 53%, 둘째 아들인 구본진씨가 47%를 보유했다.

쿠쿠홈시스는 쿠쿠전자의 시장장악력과 일감몰아주기에 힘업어 눈부신 성장세를 구가했다. 2000년 708억원이었던 쿠쿠홈시스의 매출액은 2011년 3772억원, 연결기준 4346억원으로 늘었다. 또한 2000년 237억원에 불과했던 자산총계는 2011년 2858억원으로 11배 급증했다.

◇배당으로 '실탄' 밀어주기=쿠쿠홈시스는 늘어난 자산으로 쿠쿠전자의 지분을 사들이며 경영권 지배력을 높였다. 2000년 27.0%였던 쿠쿠홈시스의 쿠쿠전자 지분율은 2011년 44.8%로 확대됐다.

또한 배당을 통해 아들 일가의 자산을 키워줬다. 쿠쿠홈시스의 2000년 배당금액은 총 32억원, 수익율은 액면가 기준 800%에 달했다. 매년 20억~80억원을 배당하다 합병을 앞둔 2011년에는 자본금의 1100%, 당기순이익의 70.1%에 달하는 220억원을 배당했다.

2012년 12월 쿠쿠전자는 쿠쿠홈시스를 흡수합병했다. 이 합병으로 구본학 대표와 구본진씨는 쿠쿠전자 지분을 각각 33.1%, 29.36% 확보했다. 구 회장의 지분율은 24.84%에서 9.32%로 줄었다. 전형적인 편법승계 공식대로 자연스럽게 경영권과 지분이 2세들에게 승계된 것이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자회사 설립부터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성장, 합병까지 일련의 과정을 보면 치밀하게 짜여진 시나리오에 따라 경영권 승계작업이 이뤄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쿠쿠전자 관계자는 "쿠쿠전자와 쿠쿠홈시스 합병은 판매와 유통 조직을 일원화 해 경영효율성을 높이고 종합생활가전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김건우기자 j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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