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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술로 꽃 피운 국화… 생산성 30% 높였다

화이트보스 2014. 1. 8. 11:57

정보통신기술로 꽃 피운 국화… 생산성 30% 높였다

  • 이천=김태근 기자
  • 입력 : 2014.01.06 03:07

    ['쿨 애그(Cool Agriculture)' 시대… 농업에서 미래를 본다] [1]

    -사람 손길 줄인 '시크릿 가든'
    물 공급·LED 조명 등 全자동 관리… 노동력 20% 이상 줄이는 효과
    인터넷으로 스마트폰 연결 작업 중

    -21세기 新블루오션
    국화재배농 된 가전제품 디자이너… 체험관광으로 사업영역 확대 노려

    지난달 23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매서운 겨울 한파에 움츠린 논밭을 뒤로하고 이철호 국화이야기 대표(53)를 따라 들어간 4200㎡(1300평)의 비닐하우스는 이미 화사한 봄이었다.

    전자동 시설로 물과 양분(수액 형태)이 공급되는 하우스 안에는 파릇파릇한 국화 줄기들이 자라고 있었다. 인사를 주고받는데 비닐하우스 천장에서 '위잉' 소리가 나 올려다봤더니 천장에 차양이 자동으로 내려오고, LED 조명이 켜지고 있었다. 이 대표는 "겨울에는 햇빛이 부족해 조명을 2~3시간 하도록 설정해놨다"고 했다.

    하나하나 사람 손을 거쳐야 했던 일들이 자동화되면서 온 종일 비닐하우스에 매여 있어야 했던 농업인의 일과도 달라졌다. 이 대표는 "자동 채광과 수분 공급 시스템 덕에 국화 파종부터 수확까지 걸리는 기간 100일 중 60일은 여유롭게 지낸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미 자동화된 재배 장치를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작년 3월 귀농한 이철호 대표의 국화 재배용 비닐하우스는 채광과 물·양분 주기가 모두‘정보통신기술(ICT)’에 따라 자동 조절된다. 이 대표 뒤편 기둥에 매달린 수분과 양액(양분) 공급 조절기, 비닐하우스 천장의 차양막 시설, 환풍기 등이 자동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다.
    작년 3월 귀농한 이철호 대표의 국화 재배용 비닐하우스는 채광과 물·양분 주기가 모두‘정보통신기술(ICT)’에 따라 자동 조절된다. 이 대표 뒤편 기둥에 매달린 수분과 양액(양분) 공급 조절기, 비닐하우스 천장의 차양막 시설, 환풍기 등이 자동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파프리카나 딸기 같은 작물에는 이미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이 연결되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국화에 물이나 양분을 주고, 인공조명을 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또 어떤 환경에서 가장 국화 재배 실적이 좋았는지를 분석해 다음에 재배할 때는 당시의 수분, 양분, 일조량을 최적(最適) 수치에 맞출 수 있게 된다. 김현수 농식품부 농촌정책국장은 "이런 시스템이 갖춰지면 외국에 여행 가서도 비닐하우스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화 재배농으로 변신한 가전제품 디자인 전문가

    작년 3월부터 고향에 돌아와 국화 재배를 하는 이 대표에게 농업은 철저한 비즈니스다. 3년 전부터 귀농을 준비해 전문 지식이 상당했고, 자동화된 재배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5억원이 넘는 자본 투자를 해놓은 상태였다. 이 대표 스스로도 자기를 '경영자'라고 부른다. 국화이야기라는 법인 이름도 직접 지었고, 로고도 스스로 디자인했다. 국화 문양이 웬만한 중소기업 로고보다 세련돼 그의 전직(前職)을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가전제품 디자인 전문가로 25년 정도 일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 유무선 겸용 전화기로 히트를 쳤던 아망떼 모델이 제가 직접 디자인한 겁니다."

    1961년생, 우리 나이로 50대 중반을 바라보는 그는 2011년 지하수 개발을 추진하다 실패한 뒤, 귀농 프로그램을 들으며 착실히 농업 경영을 준비했다. 그는 이천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스프레이 국화'(관상용 국화) 지배에 대한 노하우를 습득했고, 멘토인 김성도씨도 만났다. 김씨는 국화 재배 경력만 17년이 넘은 '고수'로 대규모 투자와 관리 노하우가 필요한 국화 재배에 있어 이천시 일대 귀농자들의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국화 재배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산업과 디자인 분야의 전문성을 활용해 국화 재배 기술을 창의적으로 응용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농작물 재배에 적용되는 ICT.
    국화 재배는 1년에 3.5모작을 한다. 이 대표가 관리하는 크기의 비닐하우스는 대략 매출 2억원, 수익률 50% 정도가 가능하다. 이 대표는 추가로 비닐하우스를 1개 더 짓고, 별도의 국화 체험 공간을 운영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 대표가 법인 이름을 국화이야기로 지은 것은 나중에 체험 공간을 마련하고 싶은 소망 때문이다. 이 대표의 부인은 두 자녀와 함께 서울에 머물면서 1주일에 1~2번 정도 농장에 다녀간다.

    농업에 정보통신기술(ICT) 접목한 '쿨 애그' 확산

    이제 농촌에도 농업은 더 이상 농사가 아니라 경영이라는 공감대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이 대표의 경우 본인의 창의력과 멘토에게 전수받는 기술, 자본력까지 결합한 농업 경영자의 새로운 전형(典型)이라고 할 만하다.

    요즘 우리 농촌에는 우리나라의 앞선 ICT 인프라를 농업에 활용해 성공 공식을 만들어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미 파프리카(경상남도), 딸기(전라남도), 사과(경상북도 영주), 양돈(전라북도 장수) 농가에서는 우수한 ICT를 과일과 가축 재배에 활용해 성과를 내고 있다. ICT를 적용한 시설 재배 농가에선 생산성은 30% 높아지고, 노동력은 20%가량 줄이는 효과를 보고 있다. 김현수 농식품부 농촌정책국장은 "다른 분야에 비해 개선할 점이 많고, 틈새시장이 많은 농업이야말로 새로운 블루오션"이라며 "진정한 기술 융합과 기업가 정신이 농촌에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