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등장한 毒親]
-"부모 간섭에 숨이 막힌다"
수강 신청·과제 하나하나 챙겨… 진로 선택도 부모 뜻대로 "평생 '엄마 그림자'로 살까 걱정"
-'결정 장애' 겪는 毒親 자녀들
사소한 일도 스스로 해결 못해
"선택하고 책임져본 일 없는데 사회서 제역할 할수 있나 의문"
작년 2학기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 상담센터에 법대 출신 A(25)씨가 찾아왔다. 사법고시 공부를 한다는 A씨는 겉으로 보기에도 불안해 보였다.
"책을 펴고 앉으면 온몸이 벼랑 끝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만두고 싶어요."
A씨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도 온몸을 벌벌 떨었다. 상담사가 "이런 상황인데 왜 고시 공부를 계속하느냐"고 물었다.
"부모님이 바라세요. 고시 안 하면 절 사람 취급도 안 할 거예요."
상담사는 "A씨는 부모가 '넌 공부 잘하니까 서울대 법대 가라'고 해서 법대 왔고 '법대 갔으니 고시 해라'고 하니까 고시 공부를 시작할 정도로, 부모의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는 학생"이라며 "고시가 적성에 안 맞는데도 부모에게 말조차 꺼내지 못해, 이제는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상황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책을 펴고 앉으면 온몸이 벼랑 끝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만두고 싶어요."
A씨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도 온몸을 벌벌 떨었다. 상담사가 "이런 상황인데 왜 고시 공부를 계속하느냐"고 물었다.
"부모님이 바라세요. 고시 안 하면 절 사람 취급도 안 할 거예요."
상담사는 "A씨는 부모가 '넌 공부 잘하니까 서울대 법대 가라'고 해서 법대 왔고 '법대 갔으니 고시 해라'고 하니까 고시 공부를 시작할 정도로, 부모의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는 학생"이라며 "고시가 적성에 안 맞는데도 부모에게 말조차 꺼내지 못해, 이제는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상황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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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정인성 기자
◇대학에 일반화되는 '독친'
서울의 한 사립대 경제학과에 다니는 3학년생 김모(23)씨는 어릴 때 중국에서 살아 재외국민전형으로 입학했다. 부모는 중국 상하이에 있지만, 딸의 대학 생활을 꿰고 있다. 엄마는 딸 대학의 인터넷 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고 수시로 들어가 본다. 작년까지는 엄마가 강의편람을 훑어 시간표를 짜줬고, 올해는 김씨가 짠 뒤 엄마 허락을 받았다. 김씨 엄마는 딸이 한글 작문이 서툴러 1학년 때 교양과목에서 C학점 이하를 받자 학과 조교에게 전화해 "영어로 제출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학교에서 교양 세 과목 중 한 과목만 영어로 제출하는 것을 허용해주자, 나머지 두 과목은 김씨가 한글로 쓰고 엄마가 교정을 봐줬다. 김씨는 "이대로 살다가는 엄마 그림자밖에 못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대학교수들은 "간섭이 지나친 부모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서울 지역 사립대 유모 교수는 "학부모가 전화해 '우리 애가 열심히 공부했는데 성적이 이렇게 나온 이유가 뭐냐'고 항의하고, '로스쿨 들어갈 건데 이런 과목을 듣는 게 맞느냐'고 묻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교수는 "강의실에 웬 중년 부인이 앉아있길래 누구시냐고 물었더니 '애가 아파서 대출(대리 출석)하러 왔다'고 해 기겁한 적이 있다"며 "그런 부모들은 자기가 독친(毒親)이라고 생각 안 하고, 자식을 위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대 보건진료소가 지난해 발표한 '2013 학생정기건강검진 보고서'에 따르면, 학부·대학원생의 12.8%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고, 이 가운데 22.5%(복수 응답 가능)가 자살 동기를 '가족 갈등' 때문이라고 밝혔다. 가족 중에서도 독친과의 갈등이 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작년 미국 메리워싱턴대 연구진이 18~23세 미국 대학생 297명의 부모 양육 스타일과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했더니, 부모의 과도한 간섭과 통제를 받은 학생일수록 우울증에 걸린 확률이 높고 삶의 만족도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친이 만든 '결정 장애' 자녀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주던 부모 곁을 떠나면 망가지는 대학생들도 있다. 스스로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결정 장애'나 자기 생활을 조절하지 못하는 '조절 장애'를 겪는다. 서울의 사립대에 다니는 B양은 부모가 챙겨주지 않으니 아침에 못 일어나 수업을 놓치고 성적도 떨어졌다. 대학 상담센터에 "다시 엄마가 내 생활을 관리해줬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요즘 대학생 중에는 부모 그늘에서 자기가 선택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훈련을 안 한 채 성인이 된 경우가 상당수"라며 "이런 상황에서 창의 인재는커녕 성숙한 사회 구성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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