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이 대안이다/핵연료 재처리시설

국내 첫 방폐장 이르면 이달 가동… 정부·지자체 기피시설 건립 합의 본보기]

화이트보스 2014. 12. 12. 19:52

국내 첫 방폐장 이르면 이달 가동… 정부·지자체 기피시설 건립 합의 본보기]

정부, 지자체 사업 3兆 지원… 확실한 당근으로 합의 성공
"한국 原電 안전성 알릴 계기"

1단계 시설 이달 가동 땐 200L 드럼 10만개 영구 저장
완공땐 80만 드럼으로 늘어

11일 정부의 공식 운영 승인을 받은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이하 방폐장)은 이르면 이달 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부지 선정에만 9번 실패하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가동되는 경주 방폐장은 한국 최초의 방폐장이다. 동시에 원전 건립에서 폐기물 처리까지 모든 분야에 걸쳐 한국 원전(原電) 운영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전 세계에 과시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실제 경주 방폐장처럼 지하(地下)에 대규모 방폐장을 설치한 경험이 있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핀란드와 스페인 정도다.

조성경 명지대 교수는 "경주 방폐장이 앞으로 각종 폐기(廢棄) 시설 운영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며 "경주 방폐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면 현재 추진 중인 폐연료봉 처리장 건립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1호 방폐장…IAEA "국제적 안전성 갖췄다"

경주시 양북면 해안에 있는 방폐장은 신라 문무대왕 수중릉에서 500m쯤 떨어진 산기슭의 암반동굴 속에 만들어져 있다. 지하 100m 지점에 있는 콘크리트로 된 폐기물 보관 저장고에 들어가려면 2개의 차단문과 동굴을 지나야 한다. 이 저장고는 원자력발전소나 병원, 산업체 등에서 방사성 물질을 다룰 때 사용한 장갑이나 작업복 등 방사성 함유량이 적은 중·저준위 폐기물을 드럼통에 밀봉해 영구(永久) 저장하는 구조물이다.


	경주시 양북면에 건립된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의 내부 모습.
경주시 양북면에 건립된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의 내부 모습. 방사성폐기물을 담은 200L짜리 드럼 10만개를 영구 저장할 수 있는 1단계 시설이 11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운영 허가를 받았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제공
이번에 운영 허가를 받은 방폐장은 드럼 10만개를 영구 저장할 수 있는 1단계 시설이다. 박동일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환경과장은 "2016년부터 경주 방폐장에 2단계 시설 공사를 시작해 최종적으로 80만드럼 저장 공간을 갖춰 향후 60년간 원전·산업체·병원 등에서 생긴 중·저준위 폐기물을 영구 저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1단계 시설은 200L(리터)짜리 드럼 1만6700개씩 들어가는 6개의 구조물로 이뤄져 있다. 최기용 원자력환경공단 실장은 "구조물 하나가 가득 찰 때마다 자갈로 빈 곳을 채우고 시멘트로 입구를 막아 밀봉한다"며 "각 구조물은 진도 6.5의 강진(强震)에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했으며 쓰나미 같은 천재지변에 대비해 방폐장 동굴 입구를 해수면보다 30m 높게 지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주 방폐장의 안전성을 자신한다. 이종인 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은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최근 안전 검사를 진행한 결과 처분 시설 재료인 콘크리트의 수명이 1640년으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올 10월 경주 방폐장을 찾은 앤드루 오렐 국제원자력기구(IAEA) 폐기물환경안전국장은 "(경주 방폐장이) 방사능 함유량이 많은 폐연료봉 폐기물을 처리해도 될 만큼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폐기물 관리 업그레이드 등 3大 효과

경주 방폐장 출범이 갖는 의미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국내 각 원전(原電)에서 임시 보관해오고 있는 각종 중·저준위 폐기물을 전용 처리장으로 한데 모아 안전하게 관리하게 돼 국내 방사성폐기물 관리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빛원전(전남 영광)을 비롯해 한울원전(경북 울진), 고리원전(부산시 기장군)의 임시 폐기물 저장소는 이미 포화 상태다.


	원자력발전소에 임시 보관 중인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현황.
둘째는 정부와 경주시가 지역 이기주의와 일부 반핵 단체들의 반대를 이겨내고 첫 방폐장 사업을 성공시킴으로써 사회적으로 필요한 기피(忌避)시설 건립의 '성공 모델'로 기대된다. 정부는 1986년부터 충남 안면도, 인천 굴업도, 전남 영광, 전북 부안 등 전국을 돌며 9차례나 방폐장 부지 선정 작업을 추진했으나 실패했었다. 정부는 경주시에 3조2000억원 규모의 '방폐장 유치 지역 지원사업비'와 3000억원의 특별지원금을 지급했다. 국책사업에 협조하는 지방자치단체에 확실한 '당근'을 제공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실행한 것이다.

셋째는 원전 폐기물 처리와 관련된 독자적인 노하우를 축적해 향후 해외 원전 수주가 탄력을 받게 됐다. 김대욱 숭실대 교수는 "경주 방폐장은 한국이 원전 폐기물도 안전하게 처리하는 국가라는 대외 이미지 상승효과를 낳을 것"이라며 "해외 원전 수주 시 원전 건립부터 폐기물 처리와 노후(老朽) 원전 해체까지 전 분야에 대한 패키지 수주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원자력발전소·원자력연구소·병원 등에서 소량의 방사능에 노출된 작업복이나 장갑 등 위험성이 낮은 방사성폐기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원자력 발전 후 남은 폐연료봉 등 방사능이 매우 강한 핵폐기물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