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3.13 03:00 | 수정 : 2015.03.13 07:09
[與野 11명, 총리의 독주 우려하는 '재야 모임' 만들어]
무라야마 "日 고립될 우려"
고이즈미 "담화 탓에 소란 10년마다 낼 필요있나"
- 아베 대항마가 없다
지지율 50% '1강 체제' 굳혀… "총리가 다 결정" 불만도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마을산 초망(草莽·재야를 뜻하는 말)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11일 오후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헌정기념관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모임에서는 오는 8월에 나올 '아베 담화'와 관련해 "1995년 전후 50년을 맞아 식민 지배와 침략을 반성한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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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왼쪽) 일본 총리가 11일 동일본 대지진 4주기를 맞아 도쿄에서 열린 희생자 추모 행사에 참석해 아키히토(오른쪽에서 둘째) 일왕과 미치코(오른쪽에서 첫째) 왕비에게 허리 굽혀 인사하고 있다. 2011년 3월 11일 일어난 대지진과 뒤이어 발생한 지진해일로 1만5000여 명이 사망하고, 2500여 명이 실종됐다. /AP 뉴시스
모임에는 무라카미 마사쿠니(村上正邦·83) 전 자민당 참의원 의원회장, 야노 준야(矢野絢也·83) 전 공명당 위원장, 야마자키 다쿠(山崎拓·79) 전 자민당 부총재, 스즈키 무네오(鈴木宗男·67) 신당 다이치(大地) 대표 등이 참여했다. 사민당 소속 무라야마 전 총리뿐 아니라 여야 원로가 고루 낀 점이 주목된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68) 전 총리도 멤버지만 외유 중이라 못 왔다.
아베의 전임자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73) 전 총리도 같은 날 아베 담화를 놓고 "(그 문제 때문에) 너무 시끄럽다"고 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그는 이날 후쿠시마에서 아베 총리의 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강연을 했다. 이어 일본 기자들이 아베 담화에 대해 묻자 "꼭 10년마다 낼 필요 없다"고 했다. 굳이 논란을 자초하는 내용을 내느니, 안 내는 게 나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고이즈미 전 총리 역시 우익 성향으로 재임중(2001~2006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지만, 2005년 전후 60주년 담화를 발표할 때는 '침략'과 '사과'라는 무라야마 담화의 핵심을 이어받았다.
현역 실력자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76) 자민당 총무회장도 같은 날 도쿄 강연에서 "메르켈 총리가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라'고 했는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지금 시대에 빨리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지지(時事)통신은 전했다.
이처럼 아베 담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에는 '아베 1강(强)' 체제에 대한 우려가 있다. 아베 총리는 각료들의 정치자금 스캔들, 일본인 인질 참수 사건 등 잇따른 악재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50% 전후의 지지율을 지키고 있다. '아베 1강' 혹은 '1강다약(多弱)'이 지금 일본 정치판을 가장 간단히 설명하는 키워드다.
실제로 지난 8일 자민당 전당대회에서 아베 총리는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현행 선거제도 아래서 처음으로 연속 2회 290석 이상 획득했고, 중소기업과 소규모 기업 도산 건수가 최근 24년간 최저 수준"이라고 했다. "(자신의 노선이) '전쟁에 말려든다'는 비판이 있는데, 우리 자민당은 이런 무책임한 비판에 떨지 않고 할 일은 의연하게 해왔다"고 했다. 목소리를 한 톤 높여 "앞으로도 그렇다"는 말을 반복하기도 했다.
마이니치신문 계열 선데이마이니치 최근호는 이런 현상이 불러오는 부작용을 '주머니의 깊이'가 사라진다는 표현으로 압축했다. 과거에는 자민당 안에 라이벌이 많았다. 현직 총리가 논란에 휩싸여도 곧 그를 대체할 경쟁자가 떠올랐다. 이젠 그렇지 않다. 이 잡지가 인터뷰한 4선 의원은 "지금은 당내에서 의견을 말해도 뭐든 총리관저에서 결정해버리니 공허하다"고 했다. 아사히 신문은 "자민당이 '헌법 개정이 당시(黨是·당의 목표)'라고 부르짖는 등 아베의 노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며 "리더의 의향에 일색으로 물드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