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농업의 블루오션’ 종자 김지웅 <전남 화순군농업기술센터·종자기술사>
‘씨 없는 수박’ 개발로 잘 알려진 우리나라가 배출한 세계적인 육종학자 우장춘 박사(1898~1959)는 농업과 농민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우장춘 박사는 일본 도쿄제국대학에서 육종학 연구로 농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1950년 3월 귀국, 1959년 8월 10일 타계할 때까지 9년5개월이란 짧은 기간 국내에서 살았지만, 씨 없는 수박과 병에 걸리지 않는 감자, 귤나무 품종개량 보급 등 유전육종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업적을 남겼고, 당시 일본에 의지하던 무, 배추와 같은 채소 종자들이 국내에 자급자족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했다.
1950년대만 해도 우리의 육종기술은 미미했고 종자 보급률도 낮았지만 우리 종자에 대한 불신도 커서 대부분 일본 종자에 의지하던 농업인들의 믿음은 맹신에 가까웠다. 따라서 우 박사가 개량한 국내용 무, 배추 대신 일본에서 밀수입한 종자만을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우 박사는 고심 끝에 농업인들의 불신을 씻어내기 위해 씨 없는 수박을 생산하여 시식회까지 열어보였고, 우리나라도 이렇듯 씨 없는 수박을 개발할 정도로 우수한 육종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니, 우리가 개발한 종자를 믿고 파종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게 되었다.
우 박사의 이러한 마음은 농업인들의 관심과 믿음을 끌기에 충분했고, 이후 농업인들이 우리 종자를 믿고 파종하게 되었음은 물론이며, 오늘날은 종자를 수출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되었으니 참으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한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우 박사는 이러한 업적을 통해 당시 원예작물 우량종자 생산 체계를 확립했고, 일본에서 수입하던 많은 원예작물 종자를 자급하여 엄청난 외화를 절약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우 박사가 쌓아놓은 기초를 토대로 정부는 지난 2012년부터 금보다 비싼 종자를 개발한다는 목표로 ‘골든씨드(golden seed)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 오는 2022년까지 4천911억원을 투입해 벼, 감자 등 글로벌 시장 수출전략 품종 10개와 돼지, 토마토 등 주요 수입종자 9개 품목에 대한 종자개발을 통해 2억 달러 수출 목표를 달성, 종자강국으로 부상한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농업시장은 종자개발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인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B)’에 가입한 국가는 10년 안에 모든 품종을 보호해야 될 의무(우리나라는 2002년 가입), 즉 로열티를 지급해야 됨에 따라 치열한 종자전쟁을 벌이고 있다.
따라서 종자산업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미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종자산업을 국가경쟁력의 새로운 원천으로 인식하고 투자를 지속해 왔으며, 듀퐁, 몬산토 등 거대한 자본을 앞세운 다국적 기업들이 꾸준히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여 향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세계종자시장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렇듯 종자산업은 미래 식량부족에 따른 농산물 가격 폭등 등 애그플레이션에 의한 식량위기가 현실로 다가올 때, 식량안보와 주권을 지킬 수 있는 시급한 대안으로 떠오른 만큼, 현재 골든 씨드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추진은 물론이거니와 정부와 민간, 학계 등 모두가 지혜를 모아 앞으로 ‘돈 버는 종자’를 만들어내기 위한 지속적인 역량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미 50여년 전에 우리종자의 우수성을 알리고 보급에 앞장서 종자강국을 향한 초석을 다졌던 고(故) 우장춘 박사의 뜻을 받들어 미래 농업의 신성장 동력인 종자산업 육성을 통해 이제 종자에 대해 로열티를 주는 나라에서 받는 나라로 발돋움해야 하겠다. <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