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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콩농가 “야속한 풍년”

화이트보스 2015. 11. 19. 11:30

제주 콩농가 “야속한 풍년”

값하락에 판로막막한데 저가수입 물량 물밀듯
“비축 확대·수매가 높이고…국산콩 둔갑 판매 차단을”
포토뉴스

제주 콩나물콩 수확현장에서 조영제씨(왼쪽)와 고성효씨가 콩 품질을 살펴보고 있다.

--> “풍작이면 뭐합니까? 값이 반토막 나다시피 하고, 사려는 상인도 없는데… 내년엔 뭘 심어야 할지 벌써부터 막막하네요.”

 최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서리의 콩밭에서 만난 조영제씨(48), 고성효씨(49). 각각 8만2500㎡(2만5000평)와 9만9000㎡(3만평)의 콩 농사를 짓고 있다는 이들은 “요즘 콩밭에서 살다시피 하지만 수확의 기쁨은 고사하고 속이 답답하고 울화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제주 콩 길을 잃다=제주는 국산 콩나물콩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주산지로 재배규모도 5700여㏊(3500여 농가)에 달한다. 작황에 따라 연간 8000~1만2000t가량 생산되는 제주산 콩나물콩은 가공 수율이 높고 품질이 뛰어나 최근 수년 동안 한포대(40㎏)당 22만원 안팎에 거래돼 왔다.

 하지만 지난해 태풍과 잦은 비로 생산량이 크게 줄었음에도 가격이 계속 하락했고, 올해는 작황 호조까지 겹쳐 매기마저 미미하다. 최근 지역의 수집상들은 콩 가격을 한포대당 지난해산보다 30% 이상 떨어진 15만원 안팎으로 제시하고 있다.

 고정식씨(54·구좌읍 송당리)는 “지난해 태풍 피해로 3300㎡(1000평)에서 7~8포대를 수확했는데 올해는 12~13포대가 나와 작년보다는 낫지만 농약값·비료값·인건비 등을 제하고 나면 손에 쥐는 소득은 쥐꼬리”라며 “어떤 상인은 ‘올해는 콩 사업을 쉬겠다’며 아예 구입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제주도내 생산량의 60~80%를 취급하는 지역농협들 역시 콩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3년산의 경우 7396t을 수매해 판매했는데 흉작이었던 지난해엔 수매량이 4912t으로 줄었음에도 지난달 중순까지 929t을 재고로 안고 있다. 햇곡이 나오는 이즈음에 재고가 20%나 된다는 것도 초유의 사태다.

 한 지역농협의 경제상무는 “지난해산 콩은 적자를 감수하고 원가(수매가) 이하에 처분하는 등 판매에 애를 먹었는데 수매량을 늘릴 수밖에 없는 올해 콩은 어떻게 팔아야 할지 수매 이후가 더 걱정”이라며 “두부며 콩나물 등 콩 가공업체들에서 사용하는 콩이 국산에서 수입콩으로 대체되고 있는 점을 바로잡지 않는 한 가격 회복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책은 없나=농가들은 국산콩 수요 축소와 콩값 하락 원인으로 수입콩을 지목하며 정부의 안이한 대응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성효씨는 “수입업자들이 관세를 탈루하기 위해 수입가격을 실제보다 낮춰 신고했다 적발된 품목 1위가 서리태 등 기타콩, 2위가 콩나물콩이라고 얼마 전 <농민신문>에도 보도되지 않았냐”며 “농가들의 생계가 달린 만큼 불법 저가수입과 국산 콩으로 둔갑시키는 행태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정식씨도 “콩은 정부 비축수매물량이 연간 2만t에 불과하고, 그중 콩나물콩은 겨우 1000t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정부 수매가격도 한가마에 16만680원으로 농협 수매가에 비해 크게 낮아 수매에 응하는 농가들이 적은 만큼 수매량 확대와 수매가를 높여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올해 8월까지의 콩나물콩 수입량은 국내 콩나물콩 생산량의 3배에 이르는 3만140t이다. 또한 올해 5%의 관세만 내고 들여오는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은 국내 전체 콩 생산량(지난해 13만9267t)의 2배가 넘는 29만t에 달하고 있다.  

 제주=장수옥 기자 sojang@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