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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스민 의원 초코바 논란보다 더 중요한 것

화이트보스 2015. 12. 7. 16:57

이자스민 의원 초코바 논란보다 더 중요한 것

  • 김명지 기자
  • 입력 : 2015.12.07 04:00

    [팀장칼럼] 이자스민 의원 초코바 논란보다 더 중요한 것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일 저녁 10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모바일 게임을 하고 초코바를 먹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처음엔 이 의원의 불성실한 회의 태도가 도마에 올랐고 이어 본회의장 내 취식이 불법인지 여부가 관심을 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던 이번 사태는 5일 이 의원의 과거 학력 위조 논란과 결합했고, 6일 인종 문제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자스민 의원의 본회의장 초코바 취식 논란은 지엽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의원은 필리핀 출신으로 지난 2012년 ‘다문화 가정’을 대표하는 비례대표로서 19대 국회에 입성했다. 이 의원이 한국 의원이었다면, 영어를 쓰는 강대국 이주민 출신이었다면 이 사안이 이렇게 주목을 받았을까.

    이번 사태에 더 큰 문제는 서구 강대국이 아닌 외국 이주민을 대하는 우리 시민 사회의 ‘쇄국적’ 태도라고 생각한다. 이자스민 의원 기사에 달리는 댓글들은,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고 범죄를 저지르며 문화를 어지럽힌다는 주장이 대부분이다. 이번 사태를 다룬 기사 댓글에도 유독 외국인에 대한 혐오 발언이 넘쳐 났다.

    한국 사회는 해외 인재의 활용에 대한 이해가 취약하다. 이민자에 대한 개방은 감정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 초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는 사회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26%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본(28%)에 이어 두 번째로 가파르다. 선진국 평균 감소폭(5%)과 비교하면 다섯 배에 이른다.

    정부는 고령화에 따른 미래 성장동력을 우려하며 출산율 높이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미미하다. 현재 고령화 속도를 보면 출산율 제고만으론 부족한 미래 노동력을 확보하기엔 역부족이다.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는 해외 인력으로 보충해야 한다. 서구 선진국들도 그렇게 성장 동력을 확보해왔다. 가깝게 우리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서독과 중동 등 세계 각지로 나가 가족을 부양하던 ‘외국인’ 노동자였다.

    일본도 아베 신조 정부가 들어선 후에는 외국인 유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외국인 일꾼이 늘어나면 인구도 ‘회춘’한다”(니혼게이자이) 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외국인 체류 자격을 완화하고 국가 전략 특구인 오사카와 가나가와에서는 가사 대행업무에 해외​​ 인재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기업들은 이주민의 언어, 문화적 장벽을 타파하기 위한 지원 제도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일본 가나가와 현의 한 양호기관은 필리핀 도우미들에게 잔업수당을 지불하며 일본어를 가르친다. 이 기관은 외국인이 느끼는 불안을 회사에 설명할 수 있도록 '통역'도 마련했다.

    일본을 비롯해 노령화에 신음하는 전세계 선진국들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해외 인재 유치에 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주민 출신 의원을 “초코바를 먹었다”고 인격적으로 모독하면 어떤 해외 인재가 한국에 오고 싶을까.

    국가가 쇠퇴하지 않으려면 해외 이민자 유치는 필수적이다. 이민자의 생존권과 노동권은 차치 하더라도 그들을 이등시민 취급하며 핍박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단일민족’ 국가라는 이유로 다뤄지지 않았던 인종주의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공론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