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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과 구조조정의 불편한 진실

화이트보스 2015. 12. 4. 11:24

혁신과 구조조정의 불편한 진실

  • 김홍진 전KTtkwkd

  • 입력 : 2015.12.04 04:00

    [김홍진의 스마트경영] 혁신과 구조조정의 불편한 진실
    우리나라 산업화 과정에는 농촌에서 도시 공장지역으로 유입된 노동력이 지대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산업 혁신과 구조 변화로 인해 인력 부족이 아닌 인력 과잉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오래된 기업, 전통 기업, 국가 인프라를 담당하고 있는 기업일수록 심각하다. 인력의 전환이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가 아닌가 싶다. 이 상황에서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당국에서도 부처와 부서에 따라 서로 다른 메시지를 보내고 있어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쪽에서는 효율을 강조하며 끊임없는 혁신과 인력 감축을 얘기하고 있다. 반면 일자리를 챙기는 쪽에서는 정년 연장, 임금 피크, 취업 알선을 말하고 있다. 잉여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큰 프로그램, 기업 내 또는 산업 간 구조적 인력 전환 전략이나 계획 없이는 해결의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자동차 공장은 이미 산업로봇에 의해 거의 모든 공정이 이루어지고 있고, 소수 인력만 공장을 지키고 있다. 통신회사는 과거 전국 수백 곳에 교환국을 두고 방방곡곡 수천개소에 기지국을 운영했다. 그러나 광통신의 발달과 통신장비의 대형화·집중화로 지역마다 파견돼 있던 기술인력이 유휴화되고 있다.

    전기, 수도, 가스 등의 검침을 위해 집집마다 방문하던 인력도 IOT 기술을 통한 자동 검침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된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아마존 8세대 물류센타에서는 로봇팔과 로봇청소기 같이 생긴 장비가 지게차를 대신해 부지런히 물건을 나르고 있다.

    문제는 초기 산업화 시기와는 달리 혁신이 이루어질수록, 기술이 발달할수록 인력이 많이 필요치 않다는데 있다. 심지어 현재의 일자리 중 절반이 사라질 거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노사정이 함께 노동개혁을 한다고 한다. 정부는 인력 구조 전환을 쉽게 하기 위해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하겠다 하고, 노동자 쪽에서는 일자리를 쉽게 잃게 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노동 시장의 경직성으로 인해 기업들이 정규직 확대를 꺼리는 현실을 감안할 때 노동의 유연성 확보가 제도적으로 중요하고 시의적절할 수 있다.

    그러나 앞의 예에서 보듯이 혁신이 이루어 질수록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 어떻게 일자리의 총량을 늘릴 것인가가 문제다. 역설적으로 창조경제가 속도를 낼수록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나기 보다 전통적인 일자리가 더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 일자리의 총량은 늘지 않는데 일자리의 유연성만 강조하거나 고용을 장려(압박)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노동계는 혁신이 가속화 되면 내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받아 들여야 한다. 잉여 인력이 발생하는 데도 일자리를 계속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같은 일만 계속하겠다고 주장하며 직무 전환을 거부한다면 기업의 생존이 어려워질 것이다.

    기업도 인력을 줄여 단기 수익성을 높일 게 아니라 잉여 인력을 자산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잉여 인력을 조직에 흩어 놓을 것이 아니라 따로 모아 신규 사업 개발, 경쟁력 확보, 글로벌 시장 개척 등에 투입해야 한다.

    아울러 기업이나 관련 정부기관의 사업성 판단도 바뀌어야 한다. 획일적으로 회계적 판단 만으로 사업성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한계비용이 이미 지불된 인력의 투입은 비용에서 제외시키는 장사꾼 셈법을 함으로서 기업의 미래를 개척하고 우리가 처한 일자리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과거 글로벌 사업을 진행하면서 회계적으로는 투입된 인건비를 원가로 산정해야 하지만 이미 인건비를 지불한 잉여 인력에 대해서는 원가에 반영하지 않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면서 사업성 판단부서와 매일 싸우던 경험이 있다. 단순 회계적 판단과 종합적 전략적 판단의 충돌인 것이다.

    혁신과 사업성(효율성)만 강조하면 개별 기업의 이익은 개선될 수 있어도 일자리가 점점 줄어 국가 전체가 위기를 맞게 될 위험이 있다. 일자리의 총량을 보지 않고 뿔뿔이 정책으로 각자 일자리를 얼마 늘리겠다고 하는 허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같이 시대의 변화에 따르는 어쩔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을 수용해 일자리에 대한 시각을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