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북한 '고무줄' 군사비 현주소](http://photo.jtbc.joins.com/news/2015/04/15/201504150730110472.jpg)
지난달 뉴스에 출연해서 다뤘던 이슈가 북한의 연간 군사비의 수십 배를 쓰는 우리군이 걸핏하면 예산 타령하는 구조적 요인이었는데요, 방송 이후에도 궁금증이 가시지 않았던 게 북한의 실제 연간 군사비 규모였습니다.
가용 자료와 국방부 취재원들의 설명을 곁들여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2013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북한군의 군사비, 국방예산은 1조원을 좀 넘고요. 우리는 2013년 33조원. 올해는 37조원입니다. 이 중에서 무기 도입 예산이 11조원을 차지합니다. 남·북한의 물가 차이를 반영한 구매력 기준으로 해도 압도적 차이가 나는 게 사실입니다." (2015년 3월 23일 JTBC뉴스룸)
구매력 기준으로 비교해도 압도적 차이가 난다는 말을 해놓고 정확히 얼마나 될지 가늠이 안돼 여간 찜찜했던 게 아니었습니다. 어제 한민구 국방장관이 국회에서 북한의 연간 군사비 지출 규모가 100억달러가 상회하는 것으로 파악한다고 답변하자 국방부 당국자가 보충 설명차 기자실을 찾았습니다.
당국자는 "북한은 국가 총예산과 군사비를 전체 예산에 대한 증감률로만 모호하게 발표하고 있으며 북한의 공표 군사비를 수치화하면 대략 11.5억불로 추산된다"며 "이는 군사력 건설 및 투자비 등이 포함되지 않은 경상유지비만을 포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은닉·누락 군사비 등을 포함하면 실제 북한의 군사비는 구매력(PPP) 환율로 102억달러 수준이라고 합니다.
![[취재수첩] 북한 '고무줄' 군사비 현주소](http://photo.jtbc.joins.com/news/2015/04/15/201504150730426712.jpg)
북한은 4월 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군사비를 국가 총예산의 15.9%라고 했는데요. 이 지표에 따라 산출한 군사비가 11.5억달러인데요, 이 군사비는 인건비나 장비·시설 운용유지비 즉 경상유지비라는 겁니다. 무기획득이나 연구개발 같은 투자성 지출은 빠져 있다는 거지요. 이는 구소련의 국방비 산출하던 시스템을 참고한 건데요. 빠진 항목들을 집어넣고 각종 정보자산을 통해 수집한 자료를 적용해 총액을 추정합니다.
이렇게 구한 군사비 총액에 구매력 기준 환율을 적용해보니 102억 달러가 된다는 겁니다. (*2014년 KIDA 연구결과 반영)
물론 기준이 되는 국민총소득(GNI)과 군사비는 모두 추정치입니다. 이중 추정이라 정확도에 의구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KIDA의 북한 국방예산 정책 분석 자료를 보니 실제 군사비를 상중하 추정치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2012년 북한의 국방예산은 67.5억~80.6억달러 수준입니다. 2년만에 최소 20억 달러 규모가 늘었다는 얘기인데요. 표면상 중국도 동참하는 대북 제재 국면에서 북한 살림이 펴질 만한 구석이 없어보이는데요. 갸우뚱해지는 대목입니다.
아무튼 용이한 기억을 위해 정리하자면,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월드 팩트북 기준으로 2014년 한국의 구매력 환율이 적용된 국방예산은 397억달러, 북한은 102억달러(국방부 발표 기준)이 됩니다. 약 북한 군사비의 390%를 한국 국방예산으로 쓰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은 한국군의 1/4의 예산으로 미사일·잠수함·18만 특수전부대 등 비대칭 전력을 강화하는 데 비중을 두고 있고요. 비대칭 전력은 기습형 전술의 주력이니 일일이 막겠다고 해도 효과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밑빠진 독 물 붓기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감시자산과 정밀 타격 무기체계를 확충하는 국방개혁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우리도 북한이 넘볼 수 없는 스텔스기 등 '대북 비대칭 전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국방 예산을 투입하고 그외 하드코어 인프라성 무기체계를 구비하고 유지하는 비용은 과감히 삭감하는 국방 슬림화가 절실하다는 결론에 닿게 됩니다.
JTBC 정용환 기자 cheong.yongwhan@joongang.co.kr
사진=중앙 포토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