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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조계사가 유폐시켜… 자승 원장 만날 것"

화이트보스 2015. 12. 8. 11:00

입력 : 2015.12.08 03:07 | 수정 : 2015.12.08 09:57

[22일째 '막무가내 템플스테이']

한상균 "조계사가 유폐시켜… 자승 원장 만날 것"

한상균 "노동법 철회될 때까지 조계사 못나가"… 눌러앉아 투쟁본부화
16일 총파업·19일 집회까지 조계사에서 일단 버틸 듯

- 당황스러운 조계종
일부 신도 "인내에 한계"
- 경찰청장 "다각적 法집행 검토"
조계사 진입도 배제 안해

문재인 "한상균 자진출두해야"

지난 1일 오후 서울 조계사 관음전 창틈 사이로 얼굴을 드러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조계사 관음전 창틈 사이로 얼굴을 드러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김지호 기자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이 7일 "당장은 조계사를 나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민노총 간부들을 대신 내보내 가진 기자회견에서 "노동 개악을 막아야 한다는 2000만 노동자의 소명을 저버릴 수 없다"며 당분간 조계사를 떠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2차 민중 총궐기'를 마무리하고 조계사에서 나가겠다고 했던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당분간 조계사에 눌러앉아 오는 16일로 예고한 총파업을 지휘하고 연말까지 국회의 노동 관계법 입법을 저지하기 위한 대(對)정부 투쟁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그는 이날 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선 "사찰(조계사)은 나를 철저히 고립 유폐시키고 있다"면서 "객(客)으로 참았는데 참는 게 능사가 아닐 것 같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정권의 하수인을 자처한 (조계사) 신도회 고위급들에게 온갖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며 "온 힘을 다해 자승 총무원장 스님을 알현해 이렇게 내치는 것이 부처님의 뜻인지 가르침을 달라고 할 것"이라고도 했다. 조계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중생을 보듬어 달라'고 하던 한 위원장이 불교계 안팎에서 조계사에서 떠나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자 '이대로는 떠나지 않겠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날 "한 위원장의 자발적인 (출두) 결정을 기다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다각적인 법 집행 방안에 대해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 청장은 "한 위원장이 조계사를 투쟁본부화하는 상황에서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조계사 진입도 검토할 수 있고, 조계종에 한 위원장의 신병 인도도 요구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서울 조계사에 은신 중인 한상균 민노총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주머니에 양손을 넣은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서울 조계사에 은신 중인 한상균 민노총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주머니에 양손을 넣은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불교닷컴 제공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도 이날 "이제 한 위원장이 자진 출두하고, 이 상황을 평화롭게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국회를 찾아온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 등 조계사 관계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이날 민노총 간부들이 대신 읽은 기자회견문에서 "(국회에서 입법이 진행 중인) 노동 개악법 처리가 저지될 때까지 조계사에 머물 예정"이라며 "노동 개악이 중단되면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과 함께 (경찰에) 출두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의 폭력 시위 등 8차례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한 위원장은 "내가 손을 놓는 것은 싸우는 장수가 백기를 드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조계종단과 조계사 신도들의 불만을 의식한 듯 "2000만 불자(佛子)도 대부분 노동자"라며 "조계사에 더 의탁할 수밖에 없음을 아량으로 품어 달라"고 했다. 경찰을 향해서는 "공권력의 무도한 압박으로 신도들의 불편이 너무 크다"며 "경찰 병력을 철수하라"고 요구했다. 자신이 조계사에 은신하면서 비롯된 신도들의 불편을 경찰 탓으로 돌린 것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 1일 조계사 측에 "5일 오후 또는 6일 오전 경찰에 자진 출두하겠다"고 했었다. 지난달 30일 조계사 신도회 회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5일까지 닷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스스로 떠나겠다고 밝혔던 날짜를 넘기 뒤에는 "고심을 많이 했지만 지금 당장 나가지 못하는 중생의 입장과 처지를 헤아려 달라"고 했다. 오는 16일로 예정된 민노총 총파업, 19일 3차 서울 도심 집회, 연말까지 이어질 국회의 노동 관련 입법 저지를 내걸고 조계사에서 나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조계사를 민노총의 투쟁 거점으로 삼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한 위원장이 조계사를 비난하며 눌러앉아 버티기로 나오자 조계종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 위원장의 신변 보호 요청을 받아들이고 정부·경찰과 중재에 나섰던 도법 스님에 대해 불교계 안팎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부 조계종 신도는 "5일 집회까지만 있게 해달라고 해 인내해 왔는데 이제는 기약도 없는 노동 입법 저지 때까지 안 나 가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같은 한 위원장의 움직임에 대해 경찰은 '한 위원장이 조계사에서 나가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강신명 경찰청장 등은 '여러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특별한 대책이 없다는 게 경찰 안팎의 관측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단독으로 결정을 내리기에는 상황이 너무 커져 버린 상태"라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