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의 재발견/민족사의 재발견

3·1운동 알린 할아버지 유품 마땅히 한국에 있어야죠

화이트보스 2016. 2. 29. 15:25


3·1운동 알린 할아버지 유품 마땅히 한국에 있어야죠"AP특파원 앨버트 테일러 손녀 한국에..소장 유품도 대거 기증연합뉴스 | 입력 2016.02.29. 14:53

AP특파원 앨버트 테일러 손녀 한국에…소장 유품도 대거 기증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할아버지께서 한국의 3·1운동에 도움을 줬다거나 3·1운동 당일 아버지가 태어났다는 등 이야기는 책으로도 알 수 있죠. 하지만 딜쿠샤라는 물질적 존재는 그 자체로 지속하는 역사입니다."

1919년 기미년(己未年) 3·1운동을 외국에 처음 알린 AP통신 특파원 앨버트 테일러의 한국 체류 당시 가옥 딜쿠샤(Dil Kusha)가 70년 만에 복원된다. 테일러 가족이 소장하던 유품 등도 대거 한국에 기증된다.

앨버트 테일러의 손녀로 이번 유품 기증과 관련해 한국을 찾은 제니퍼 테일러(55)는 2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70년 전 산 곳이 복원되고 국가 등록유산으로 지정된다는 사실에 정말 기뻤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행촌동 인왕산 자락에 있는 딜쿠샤는 일제 강점기 광산업자였던 앨버트 테일러가 1923년 세워 약 20년간 부인 메리와 함께 산 저택이다.

앨버트는 만세운동 전날인 2월28일 세브란스병원에서 아들 브루스가 태어날 때 간호사가 침대 아래 숨긴 독립선언서를 발견, 일본 경찰 눈을 피해 이를 도쿄 주재 AP 지국으로 보내 3·1운동을 세계에 알린 인물이다.

이후 앨버트는 AP 임시특파원으로 임명돼 한국 상황을 세계에 타전하다 1942년 한국에서 추방됐다. 1948년 미국에서 숨진 그는 생전 한국에 묻히고 싶다는 뜻에 따라 마포구 양화진 외국인 묘역에 안장됐다.

이처럼 한국과 각별한 가족사를 지닌 제니퍼는 평소 아버지 브루스로부터 한국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평소 대화 주제 중 상당 부분이 한국에 관한 것이었어요. 당신이 3·1운동 당시 태어났고 할아버지가 얼마나 진지한 삶을 사셨는지가 평생의 이야깃거리였죠. 심지어 당신이 태어났다는 것보다 그날 독립선언서를 발견했다는 사실이 더 주목할 일이었다고 말씀하시기도 했어요."

그는 아버지로부터 들은 할아버지 앨버트에 대해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해야 하는 단호한 분이었고 모험가 기질이 강했다고 한다"며 "한국 독립운동에 도움을 준 것도 그런 성품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니퍼의 할머니 메리가 남긴 한국 체류 시절 기록은 '호박 목걸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여 출간됐고, 2014년 한국어판이 나오기도 했다. 제니퍼는 "번역이 매우 애정이 어린 작업 결과였기 때문에 아버지가 기뻐하며 얘기해주셨다"고 전했다.

제니퍼씨는 이날 할아버지 앨버트와 증조부 조지 알렉산더가 함께 묻힌 양화진 묘역을 둘러보고 두 사람의 명목을 빈 뒤 미국에 있는 아버지 브루스의 묘소에서 가져온 흙을 이곳에 뿌렸다.

그는 내달 2일 서울역사박물관을 찾아 할아버지 앨버트 부부의 유품 등 349점을 기증할 예정이다.

"유품 중 몇 가지는 꼭 한국과 관련이 있지는 않지만 모두 딜쿠샤에 있었던 것들이었습니다. 마땅히 한국에 있어야 할 물품들이라고 생각했고, 집안에 전해져 온 유물들을 한국에 가져와 기증하게 돼 정말 기쁩니다."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제니퍼는 "할머니의 책 '호박 목걸이'를 토대로 영화를 제작하려고 여러 제작자를 접촉 중"이라며 "이 영화는 꼭 한국이 제작의 주축이 돼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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