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企活法, 적용대상 열어놓되 승인은 엄격하게 해야 효과”

화이트보스 2016. 3. 25. 16:58



“企活法, 적용대상 열어놓되 승인은 엄격하게 해야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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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장실에서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 입법 과정과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munhwa.com
企活法 산파役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장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은 처음으로 정부 관련 부처들이 의견 상충 없이 힘을 합쳐 만든 법입니다. 재계에서 보면 미흡한 부분이 있겠지만, 기활법이 산업구조 재편에 좋은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겁니다.”

기활법 탄생의 ‘산파’ 역할을 했던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19대 국회를 통과한 기활법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권 원장은 기활법의 골격을 만드는 등 기활법 제정에 깊이 관여한 상법 전문 학자다. 기활법은 기업이 과잉공급 해소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자 사업재편을 추진할 때 이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한시적(3년)으로 특례를 부여해 주는 특별법이다. 민관합동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주무 부처가 대상 기업의 사업재편계획을 승인하면 해당 기업에 상법상 사업재편 간소화와 공정거래법상 규제 유예, 고용안정 지원, 세제·자금 지원 등 사업재편 계획상의 특례를 선택적으로 제공하게 된다. 기활법은 시행령 제정 작업 등을 거쳐 오는 8월부터 시행된다. 기업의 선제적 사업재편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한국 경제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 나가자는 차원에서 추진된 법안인데, 야당 및 시민단체들은 대기업에 특혜를 주기 위한 특별법이라는 이유로 법안 제정에 반대해 왔다. 지난 10일 서울 광진구 능동로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장실에서 권 원장을 만나 기활법 입법 과정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기활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법안에 대한 정부 용역을 맡으며 사실상 ‘산파’ 역할을 하셨는데, 기활법 제정의 의미를 뭐라고 봐야 할까요?

“세계 경제의 저성장과 환율 불안, 중국의 경제 불안 등은 국내 주력산업의 수출 감소, 수익률 저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 경제를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이미 자력으로 생존하기 어려운 한계기업들이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이런 현실에도 현행 사업재편 지원제도는 주로 부실기업 위주의 구조조정제도이거나 일부 산업(금융), 벤처 또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우리 주력산업을 살릴 수 있는 정상적인 기업의 선제적 사업재편 지원책으로서는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기활법의 제정은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어려움이 예상되는 국내 주력산업의 경쟁력 회복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중소·중견기업에도 선제적으로 사업재편을 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중소·중견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입니다. 이러한 것들이 총체적으로 작용해 우리 산업의 경쟁력 강화나 신성장 동력 확보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봅니다.”

―기활법 밑그림을 그리면서 가장 고민했던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또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기활법은 특별법이고, 기본법인 상법이나 공정거래법 등의 특례를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법과의 관계에서 어느 범위까지 특례를 인정할 것인지가 가장 고민스러웠습니다. 특별법에서 기본법의 근간에 관한 제도를 잘못 건드리면 기본법의 공동화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원래 기활법은 업종이나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정상적인 기업이 경쟁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선제적으로 행하는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습니다. 그런데 입법과정에서 ‘재벌 특혜법’이라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적용 대상을 ‘공급과잉’ 분야 기업으로 제한하게 된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지금은 잘 나가지만 향후 사업환경이나 국제 경제 흐름 변화로 인해 사업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될 때 선제적인 사업재편을 통해 사전에 대처하자는 것이 입법 목적인데, 공급과잉으로 이미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기업으로 대상을 제한한다는 것 자체가 입법 취지에 맞지 않죠. 적용 대상 업종을 공급과잉 분야로 제한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의 ‘반기업정서’가 작용한 측면이 큽니다. 기업에 대해서는 지원보다는 규제에 익숙한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발생해 많은 피해자가 양산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이 알아서 해야 하는 사업재편을 법률로써 지원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주장은 저를 정말 힘들게 했습니다. 이런 주장은 비용 대비 효용의 측면에서 보면 문제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 사후적으로 지원하는 것보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적용 대상을 더 넓혀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습니다. 지금은 공급과잉 분야로 (기활법의)입구를 너무 좁혀 놨습니다. 정상적으로 (공급과잉을) 해석하면 기활법을 적용할 회사가 거의 없게 됩니다. 넓게 해석해야만 합니다. 그러려면 광범위하게 적용 대상 범위를 정해야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러면 또 기준이 너무 추상적이라는 시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제일 바람직한 건 입구는 열어주되 기준은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반대로 돼 있습니다. 적용 대상이 되는 기업은 공급과잉이든 대·중·소기업이든 생산성 향상과 고용창출이라는 기준만 맞으면 다 적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은 공급과잉 상태가 아니지만 위험성이 더 높은 기업도 많습니다. 그런 기업들은 이 법이 만들어져도 전혀 혜택을 볼 수 없으니 선제적 사업재편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출구를 좁힌다는 게 어떤 방식을 말하는 건가요?

“기준을 객관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기활법 적용 대상에 들어와도 신청기업들이 100% 다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럼 법안 취지와 맞지 않은 것 아닌가요? 신청기업은 10개인데 법 적용을 받는 기업은 1∼2개밖에 안 된다면 말이죠.

“그게 아닙니다. 상법과 공정거래법상의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인데, 상법상에서는 사업재편 절차를 줄여 주자는 것이고, 공정거래법에서는 규제를 유예해주자는 것입니다. 적용 기업의 실질적인 혜택은 사실 그리 크지 않습니다. 이 법의 적용을 받는 회사는 반드시 사업재편을 해야 하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3년 뒤에 사업재편을 하면 세금도 다 내야 하고, 주주총회 절차도 다 지켜야 합니다. 그걸, 지금 하면 주총 절차를 안 거치고 빨리 끝낼 수 있도록 해 주자는 겁니다. 세금도 지금 당장 낼 것을 유예해줍니다. 지원정책은 가만히 있어도 지원해야 하지만, 기활법은 이 타이밍이 바람직하다고 정책적으로 판단될 때 이때 하면 싸게 해주자는 것입니다. 일종의 세일이라고 할까요? 옷도 세일해주면 그 기간에 사지 않습니까?

―‘대기업 특혜법’이라는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이런 주장이 기활법의 제정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정치적 요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 신문 칼럼에도 썼는데, 기활법 법안 그 어디에도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내용은 전혀 없습니다. 사업재편은 오로지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는 경우에만 허용되고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는 그 대상에서 제외돼 있고, 특혜 시비의 논란을 없애기 위해 엄격한 승인 기준과 민간 주도의 위원회제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가설에 가설을 더 해 대기업을 봐주기 위한 법이라고 하는 주장에는 솔직히 할 말이 없습니다. 국가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도 함께 성장해야 합니다. 따라서 국가정책은 이 세 유형의 기업이 모두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데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그 방법으로 규제가 필요할 수도 있고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규제의 합리화’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중소·중견기업이라고 해서 지원 일변도로 가서도 곤란하고, 대기업이라고 해서 규제 일변도로 가서도 곤란합니다. 지원은 하되 문제가 있으면 과감히 규제도 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런 측면에서 최근의 입법은 규제 일변도로 가고 있다는 재계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재계에서는 현재 국회에 계류된 기업 관련 법안 대다수가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총 42건 중 38건이 기업 규제 강화, 4건만이 완화)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가 있어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큰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예전에 국민연금 의결위원회 위원장을 했었는데, 그때를 감안해 보면 의결 전문위원에게 권한이 부여되면 객관적으로 판단이 이뤄집니다. 제가 금융위원회의 추천을 받고 (의결위를)갔는데, 의결위가 금융위와 보건복지부, 한국은행, 재계, 시민단체 추천 인사들로 갈라져 있었습니다. 전문위원으로 가면 섣불리 판단하지 않습니다. 무조건 ‘찬성’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문제는 시스템입니다. 전문위원회에서 의결·결정하는 것을 국민연금이 자체적으로 (판단)합니다. 심의하느냐 못하느냐를 거기서 결정합니다. 전문위원장이 (심의하느냐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면 그런 문제가 안 생길 겁니다. 기활법에 있는 심의위원회도 그런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면 이를 막을 장치를 만들면 됩니다. 제가 즐겨 하는 말이 어떤 제도라도 효용성이 있고 부작용도 있는데, 부작용보다 효용이 크다면 부작용을 줄여나가면 된다는 것입니다. 부작용 때문에 하지 말라는 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잘못된 사고입니다. 이는 마치 교통사고를 없애기 위해 차를 없애자고 주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속도를 제한하는 식으로 제도를 개선하면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기활법의 경우 완벽하지는 않지만, 심의위원회 같은 걸 두도록 한 것은 일본에도 없는 정말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심의위원회가 기활법의 핵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기활법은 심의위원회가 핵심입니다. 최종적으로 심의위원 선발 규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기활법이 성공하려면 법 시행 초기에 심의위원회 기능이 어떻게 작동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규정을 보면, 심의위 의결권 행사를 국민연금의 전문위원처럼 다양한 기관에서 추천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하면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시민단체와 재계의 추천인은 빼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재계와 시민단체를 기계적인 형평성에 맞춰 끼워 넣게 되면 결국 (이념적인) 편으로 갈라지게 됩니다. 예전에 법무부에서 상법 개정할 때 자문에 응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자문위에 시민단체와 재계 추천인 한 명씩이 참석했었습니다. 그런데 자기들끼리 티격태격하다가 결국은 제대로 되지 않더군요. 이런 게 우리나라의 딜레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계와 시민단체 외의 위원들은 독립성을 갖는 사람들로 채우는 방법이 적당할 듯싶은데,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겁니다.”

―기활법을 적용받는다고 시장에 알려지면 해당 기업의 시장 평판이 오히려 더 나빠지고, 금융권 대출금리가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요?

“정말 좋은 지적입니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기활법과 유사한 ‘산업경쟁력강화법’의 적용을 받는 기업은 시장에서 오히려 주가가 오릅니다. 그 이유는 모든 기업이 앞으로 몇 년 뒤 사업재편 한다고 떠들지만, 담보가 안 되는 데 반해서 산업경쟁력강화법의 대상이 됐다는 건 몇 년 안에 사업재편 한다는 것을 국가가 인정한 것이니까 주가가 오르는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처럼 공급과잉 분야로 기업 대상을 한정해 버리면 부실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준다는 것입니다. ‘낙인 효과’로 인해 오히려 주가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제한 조건을 달면 안 된다고 한 것입니다.”

―시행 과정에서 부처 간, 혹은 시행기관 간 불협화음도 있지 않을까요?

“오히려 저는 기활법 입법 과정에서 희망을 보았습니다. 사실 이 법안은 5개 부처가 연관된 법안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를 포함해 기획재정부(세법)와 법무부(상법), 공정거래위원회(공정거래법), 중소기업청(중소기업법)의 5개 부처가 1년여간 이견 조율 과정을 거쳐 만들어낸 법률입니다. 처음에 저는 개인적으로 ‘의원 내각제’가 아니면 법안 제정이 불가능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정권 교체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정도가 아니면 못 만드는 법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5개 부처의 정부단일법은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인 것 같은데, 우리나라 입법에 좋은 선례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원장님은 사실 상법 전문가이신데요?

“그렇습니다. 좋은 상법은 현실에 맞아야 하죠. 우리가 법을 만드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현실을 조금 더 좋게 끌어 올리기 위한 것이고, 하나는 현실을 수용하기 위한 것이죠. 제 판단에, 우리나라의 최근 경제 지표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모든 채권자·주주를 보호할 수 없습니다. 선택해야 하는데, 저는 전략적으로는 기업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필요한 상황에 맞게 특별법을 만들어야지 기본법(헌법)을 손댄다는 건 워낙 파장이 크기 때문에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문제는 기본법을 놔두고 특별법만 만들면 기본법이 ‘공동화’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래서 기활법을 특별법으로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것입니다.”

―기업이 경영을 잘할 수 있게 하려면 입법 정책을 어떻게 끌고 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아까 말했듯이, 이번 기활법 적용 범위를 제한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반기업 정서’ 때문입니다. 사실 규제의 대부분이 반기업 정서에서 발로합니다. 대기업은 규제 중심이고, 중소·벤처기업은 지원 중심입니다. 건전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려면 벤처가 중소, 중소가 중견, 중견이 대기업이 되는 선순환 구조로 가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중소·벤처기업은 굉장히 지원을 많이 해 주지만 중견기업만 넘어가도 규제를 합니다. 기본적으로 입법 정책을 대기업, 중소기업으로 나눠선 안 됩니다. 전부 다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경제가 심각한 것이 최근 벤처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한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지배구조에 관한 법을 보면 우리나라는 자산규모 2조 원이 넘으면 감사위원회를 갖춰야 합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만드는 회사와 자동차 만드는 회사의 지배구조가 반드시 같을 수는 없습니다. 기업 지배구조는 달리 말하면 축구의 전술과도 같습니다. 선수를 어떻게 배치하고 어떻게 끌고 가야 하는 건 기업 재량에 맡겨야 합니다. 이걸 획일적으로 통일시키는 것은 좋은 방안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사외이사 등 기업 시스템은 주로 미국식입니다. 그렇다면 이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문제는 우리나라 기업 총수의 전횡 문제가 심해서 강제로 지배구조를 같도록 한 것입니다. 안타까운 게 현행 규정으로는 ‘구글’ 같은 회사를 꿈꾸는 벤처기업이 조그만 회사일 때는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규모가 커지면 국가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배구조 선택의 여지를 많이 줘야 합니다. 대신 그 지배구조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게 하고, 시장에서 평가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합니다. 지배구조를 말할 때 소니와 토요타를 많이 예로 듭니다. 소니는 지배구조의 실패 사례입니다. 잘나갈 때 외국인 주주가 많아서 미국식 제도를 그대로 도입했죠. 반면, 토요타는 일본식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배구조에선 최상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특정한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맞추라는 건 입법자의 ‘어불성설’입니다. 지배구조는 여러 선택지를 주고, 회사가 가장 적합한 방식을 선택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강제로 미국식으로 하라고 합니다. 총수의 독주를 막으려는 조치라는 건 알겠지만, 이를 위해 지배구조를 규제해버리면 합리적인 게 아닙니다. 지배구조 체제에 있어 ‘규제 합리화’를 해야 합니다.”

―최근 삼성물산 사태도 있었는데, 경영권 방어수단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건 밤새도록 말해도 다 못할 거 같은데요. 적대적 인수·합병(M&A)도 비즈니스인 이상 규제가 없으면 최소한의 자금으로 최대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 적대적 M&A는 순기능도 있고 나쁜 기능도 있습니다. 순기능은 무능한 경영자를 쫓아내는 것이죠. 보통 무능한 경영자 아래에서는 같은 조건의 사업자보다 주가가 떨어지는데, 내려간 주가를 이용해 지배권을 취득해 무능한 경영자를 내보내고 효율적으로 경영하면 사회 전체에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절대 선’의 적대적 M&A가 이뤄진다는 보장만 있으면 사실 방어 수단은 필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죠. 나쁜 M&A를 막을 수 있는 방어 수단을 줘야 합니다. 적대적 M&A가 일어나는 것이 현 경영자 입장에선 자기 목이 잘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슨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저항하려 할 것입니다. 이 때문에 방어 수단이 만들어지면 남용될 우려도 분명히 있습니다. 남용 가능성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춰 제도를 만들어야 가야 합니다.”

―배임죄가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배임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경영자에게 적용돼야 할 배임죄의 대원칙은 정직한 실수에 대해선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직한 실수에 대해선 봐준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배임죄는 금액이 많으면 무기징역까지 갑니다. 문제는 적용되는 요건이 명확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판례는 들쑥날쑥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근로자 복지 차원에서 종업원지주회사에 주식을 지급했는데, 그걸 경영자가 자기 지위 유지를 위해 안전장치를 만든 것이라고 해서 배임죄를 적용한 판례도 있습니다. 이사회 주주총회에서 결의를 거쳤는데도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배임죄를 적용한 경우도 있죠. 이러다 보니 ‘차입인수(LBO·타인 자본, 즉 외부 차입금으로 기업을 M&A하는 방법 )’의 경우는 적대적 M&A 수단 중에서도 고도의 금융기법을 이용한 것인데, 그걸 했다고 ‘감옥’에 갈 수 있는 상황이 됩니다. 우리가 늘 말하는 게, 우리나라가 먹거리를 새로 만들고 도약하려면 도전정신 넘치는 경영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옛날에는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같은 도전적 인물들이 나타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런 도전적 경영자들이 잘못 걸리면 무기징역까지 살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법 규정 자체가 애매하고 구성 요건이 명확하지 않아 배임죄를 적용하면 기업경영을 위축시키고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이 현실이죠. 이 문제를 피하려면 준법감시시스템 등 내부통제시스템을 충실히 마련하고 준법경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배임죄 적용 요건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인터뷰 = 임대환 차장 (경제산업부) hwan91@munhwa.com
정리 =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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