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 호남은 피차 양보할 수 없는 텃밭이다. 두 야당이 호남 민심 쟁탈전에 저토록 힘을 쏟아 붓는 이유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두 당이 4ㆍ13 총선 후보 등록이 끝나기가 무섭게 호남 민심을 놓고 서로 헐뜯고 치받는 모습은 차마 눈 뜨고 봐주기가 어려울 정도다. 야권 분열로 여당에 반사이익을 안겨주는 것도 모자라 서로 싸워 공멸하기로 작정하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막가는 진흙탕 싸움을 벌이겠는가 싶다.
더민주에선 김종인 대표가 앞장을 섰다. 5ㆍ18 묘역 참배 등을 위해 27일 광주를 방문한 그는 국민의당을 “정권 창출의 방해세력”으로 규정해 맹공을 퍼부었다. 특히 안철수 대표와 당적을 바꾼 호남의원들을 싸잡아“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정치인들이 어느 한 특정인의 욕망을 채우는 데 편승, 야당 분열이 일어났다”고 비난했다. 이용섭 정책공약단장은 이번 총선을 “진짜 야당 대 가짜 야당, 정권교체 세력 대 분열 세력의 싸움”이라고 했다. 인신공격과 막말 욕설에 가까운 표현들이다.
이에 국민의당 안 대표는 “정치 지도자들이 미래에 대해 말을 했으면 좋겠다”고 비교적 점잖게 받아 쳤지만 당직자들은 달랐다. 김종인 대표를 겨냥해 “국보위 출신으로 광주 민주화 정신을 유린한 사람이 ‘광주정신’을 운운하는 것은 광주를 분노케 하는 행위”(김경록 대변인), “욕망으로 따진다면 여야를 넘나들며 비례대표를 다섯 번이나 하는 김 대표를 따라잡을 분이 없다”(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 등의 거친 비난을 쏟아냈다. 급기야 28일에는“늙은 하이에나”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더민주는 국민의당을 철저하게 짓밟고 깔아뭉개야 야권 분열에 따른 표 분산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래서 국민의당의 거의 유일한 거점인 호남에서의 주도권 회복을 위해 한층 가혹한 공세를 펴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당은 새누리당의 압승 저지나 야권 전체 의석을 고려할 여유가 없고 물불 안 가리고 호남 교두보를 지켜내 교섭단체 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의석 확보에 급급할 뿐이다. 그러니 두 야당이 정책과 비전을 앞세워 선의의 경쟁을 벌이거나 후보 연대 등에 나설 여유가 없다. 죽자 살자 서로 싸우기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야권 지지층은 물론 일반국민들의 정치환멸만 커질 뿐이다. 무엇보다 122석이 걸려 있는 서울ㆍ수도권에서 두 야당이 일여다야 구도로 싸우기만 한다면 총선 참패는 피할 수 없다. 견제와 감시를 위한 최소한의 야당 기반마저 위태롭게 사태를 원치 않는다면 두 야당은 지금부터라도 선의 정책 대결과 함께 가능한 지역에서의 야권연대 틀을 갖추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