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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만 믿다가 몰락한 재벌총수들

화이트보스 2016. 4. 6. 16:00



  • 풍수만 믿다가 몰락한 재벌총수들

  • 홍성추
    재벌평론가
    E-mail : sch8@naver.com
    30년 넘게 언론인 생활을 하고 있는 필자는 일선기자 시절 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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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2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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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과 풍수(上)

서울 여의도 63빌딩 정문 옆에는 커다란 표지석 하나가 서있다. ‘내실을 튼튼히 하여 세계 정상으로 나아가자. 회장 김승연’이라고 써 있는 표지석이다. 이 표지석은 한화그룹에서 신동아그룹을 인수했을 때 한 풍수학자의 권유로 김승연 회장 이름으로 세운 것이다. 63빌딩은 바람이 정면으로 지나는 자리여서 그 기운을 이기려면 표지석을 세워 강한 바람을 잠재워야 한다는 뜻에 따라 세웠다. 신동아 그룹 최순영 회장이 경영권을 상실한 것도 이 바람을 이기지 못했다는 풍설이 있었다. 실제로 여의도에는 큰 기업인이나 정치인의 자택이 없다. 예전에 천대 받던 사람들이 살았던 지역적 특성과 물만 있고 산이 없어 큰 인물이 날 수 없다는 풍수학 때문인지 모른다.
서울 여의도 63빌딩 정문 곁에 세운 한화 김승연 회장(오른쪽)의 표지석.
서울 여의도 63빌딩 정문 곁에 세운 한화 김승연 회장(오른쪽)의 표지석.
잘 나가던 기업이 망하거나 총수가 구설수에 오르면 사옥이나 조상 묏자리 때문이라고 풍수와 연관지어 입방아를 찧는다. 최근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를 현대차그룹에서 천문학적 금액으로 사들이자 풍수학자들은 서울의 마지막 남은 명당이라고 입을 모았다. 배산임수(背山臨水)의 형국을 잘 나타내는 곳이라는 주장이다. 근처에 있는 봉은사가 대표적인 명당이라고 알려져 있다. 실제 봉은사는 예부터 시주가 잘 되는 절로 유명했었다. 현대차 그룹에 팔린 삼성동 부지도 봉은사 소유 땅이었다. 봉은사에선 이 부지를 서울시에 판 것을 놓고 나중에 땅을 치며 후회했다는 후문도 있다. 조선시대 실학자 홍만선은 ‘청룡(남향을 기준으로 동쪽)에 물. 백호(서쪽)에 길, 주작(남쪽)에 연못,현무(북쪽)에 언덕이 있는 곳이 명당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학설에 삼성동 한전부지가 부합된다는 뜻이다

반면 서울 신문로의 금호아시아나 빌딩과 서울역 앞 대우빌딩 근처를 최근 가장 흉지로 풍수학자들은 얘기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본사 빌딩 정문이 북쪽으로 나있어 기(氣)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흉터라는 지적이다. 2008년 이 신사옥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있었던 맞은 편 빌딩은 좋은 기가 오는 명당이었는데 그 쪽으로 옮기면서 그룹이 휘청거렸고 현재도 총수 형제가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등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곁인 태광산업 빌딩 역시 이호진 회장이 구속되는 등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설에는 미국의 조각가 조너선 브로브스키가 세운 조각상 ‘헤머링맨’의 저주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주요 그룹 본사의 정문을 북쪽으로 둔 곳은 별로 없다. 서울 서린동 SK 본사 사옥은 빌딩 위치상 북쪽인 종로쪽이 정문으로 맞지만 그 반대편인 남쪽으로 정문을 두었다. 테헤란로의 포스코 빌딩도 큰 길가인 북쪽이 아닌 그 반대편에 정문을 두어 액운을 피해 갔다는 풍수학자들의 주장이 있다. 북쪽이 정문인 서울 서소문 옛 조양상선 빌딩과 유원빌딩은 오래전부터 흉터로 소문나 있다. 이 빌딩을 인수한 기업들이 속속 망했기 때문이다. 서울역 맞은 편 부지들도 풍수학자들은 흉지라고 얘기한다. 대우빌딩 터 역시 대우그룹이 망했고, 그 근처에 있는 STX그룹이 부도처리 됐고, CJ그룹은 총수가 구속되는 등 악운을 맞고 있다.

롯데그룹이 짓고 있는 서울 잠실 제2롯데 월드 터 역시 명당과는 거리가 먼곳이라고 풍수학자들은 주장한다. 이곳은 원래 누에를 치던 자리로 풍수학상 반궁수(反弓水)라고 하여 물길과 기운이 쌓이는 곳이 아니라 깎이는 자리라고 한다. 따라서 제2롯데월드를 둘러싼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 것도 풍수지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원래 우리나라는 산이 많아 양기가 충만한데 높은 건물 또한 양기이므로 조화가 깨진다고 풍수학자들은 주장한다. 한국에선 높은 건축물이 안맞다는 얘기다.

예부터 재벌총수들은 풍수지리에 상당한 관심을 가졌다. 재벌총수들이 사업상 만나는 사람 말고 가장 많이 만나는 일반인은 풍수학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서울대 교수에서 풍수학자로 변신한 최창조 박사는 한국의 웬만한 재벌 총수는 다 만나 봤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힌 적이 있다. 창업총수들은 더할나위 없고 2~3세 경영인들도 사옥을 짓거나 공장터를 고를 때 반드시 풍수학자들의 자문을 얻어 실행에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이 충남 당진 한보철강(현 현대제철) 터를 고를 때 풍수학자와 함께 헬기를 타고 전국을 10번 이상 다닌 끝에 정했다고 필자에게 설명한 적이 있다. 실제 한보철강 자리는 누가 봐도 명당자리임을 알 수 있다. 당시만 해도 서해안 고속도로는 상상도 못할 때였다. 태안반도를 돌아 경운기나 다닐 정도의 소로 밖에 없을 정도로 외진 바닷가였다. 그러나 정 회장은 땅의 기운을 보고 이곳을 선택 한보철강을 만들어 냈으나 결국 기업은 남의 손에 넘어가고 말았다.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왼쪽)과 최종현 SK그룹 회장.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왼쪽)과 최종현 SK그룹 회장.
SK그룹 최종현 회장이 암진단을 받고 암투병을 할 때 한 풍수학자를 자택으로 초청, 집터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적이 있다. 당시 최 회장의 자택은 워커힐 호텔 구내에 있는 빌라였다. 이때 풍수학자는 경치는 좋지만 풍수학적으로는 흉지라고 얘기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양수리에서 만나 광나루쪽을 찌를 듯이 달려드는 살벌한 곳이라서 이사를 권유했다. 큰물이 집쪽으로 몰려들면 기가 너무 세, 젊은이들도 이길수 없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최 회장은 풍수 때문에 굴복할 수 없다면서 그 제의를 뿌리쳤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풍수학자들은 명당은 마음속에 있다고 주장한다. 땅으로 부와 권력을 욕심부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천하의 명당에 자리를 잡았다고 해도 그것을 다룰 능력이 안된다면 그것은 허상이나 다름없다. 명당이라고 소문난 곳에 살았던 재벌총수들도 패망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계속>

재벌과 풍수(下)

풍수의 교과서인 ‘금남경’에는 청룡(동쪽)엔 뱀이 꿈틀거리며 나아가는 모양의 원만한 산이, 백호(서쪽)엔 호랑이가 사납지 않게 비굴하리만큼 납작하게 엎드린 정도의 산이 있는 것이 명당 형세라고 했다. 또 땅의 기(氣)에 따라 사람의 성향이 달라지며 기가 센 땅에선 권력지향적인 사람이 태어나고 온화한 땅에선 문화쪽 인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이다.

대부분의 재벌 총수들은 풍수에 아주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LG그룹 구본무 회장이 파주 LCD공장을 지을 때 자주 사고가 일어나자 풍수학자를 대동, 길흉을 봤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여의도 쌍둥이 빌딩을 지을 때도 여의도의 센 기운을 막기 위해 63빌딩을 배경으로 삼았다는 얘기도 있다.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은 건물을 살 때나 지을 때 공장 부지를 고를 때 반드시 풍수학자를 대동했었다. 서울 태평로 옛 삼성그룹 본사 일대를 최고의 길지로 보고 근처의 부지만 나오면 매입했다는 일화도 있고, 이태원 자택(현 승지원) 역시 최고의 명당자리를 골랐다는 얘기도 전해 온다.
구본무 LG그룹회장과 여의도 LG트윈타워./구글지도 캡처
구본무 LG그룹회장과 여의도 LG트윈타워./구글지도 캡처
2세 경영인인 이건희 회장은 ‘터가 안 좋다고 소문나면 직원들이 잡생각을 하고 사고로 이어진다’라는 지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초동 사옥터를 고를 때 풍수학자들의 자문을 얻어 ‘돈이 모이는 곳’을 택했다는 후문도 있다. 그러나 서초동 사옥에 입주한 지 얼마 안돼 ‘안기부 X 파일’이 터졌고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자 그 터가 청계산에서 흐르는 기를 막아 버려서 그랬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뒷말이 많았다. 그 뒤 스마트폰 열풍으로 세계 최고의 전자회사로 삼성전자가 거듭나자 역시 명당이라고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건희 삼성회장과 삼성전자 서초사옥./구글지도 캡처
이건희 삼성회장과 삼성전자 서초사옥./구글지도 캡처
미래에셋의 박현주 회장도 풍수에 관한 일가견을 갖고 있다.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금융업의 신화를 일으킨 그는 지난 1999년 여의도 사옥을 살 때 엄청난 발품을 팔고 그 사옥을 선택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지금도 박 회장은 풍수에 상당한 식견이 있다고 주변에서 말한다.

LS그룹에서 용산 국제센터 빌딩을 매입할 때도 그룹 차원에서 심도있는 토의를 한 것으로 소문나 있다. 원래 이 빌딩은 국제그룹이 지었지만 공중분해 됐고,그 뒤 한일그룹으로 넘어갔으나 IMF때 부도를 맞았기 때문이다. 풍수학자들의 괜찮다는 의견을 듣고 매입했다고 LS그룹의 한 인사는 밝혔다.

지난해 신축한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빌딩 입주가 한동안 지연된 적이 있다. 회장실 위치가 안 좋다는 한 풍수학자의 지적에 따라 위치를 바꾸는 공사를 다시 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역대 전경련 회장들이 구설수에 시달린 전력이 있어 허창수 회장이 각별히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살았던 서울 청운동 저택은 소가 누워서 음식을 먹는 ‘와우형(臥牛形)명당’으로 소문나 있다. 이 터는 나라를 경영할 큰 인물을 낳고 자손대대로 재산을 누릴 큰 부자가 태어날 땅이라고 풍수학자들은 해석했다. 반면 일부 풍수학자들은 정 회장이 영면해 있는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 선영은 명당의 혈을 정확히 짚지 못해 명당 반열에 못든다고 주장한다. 검단산은 예부터 명당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회장의 묏자리는 명당의 혈을 타지 못해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다.

서울 강변역에 위치한 테크노마트를 보유했던 프라임그룹의 백종현 회장이 살았던 서울 방배동 빌라는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곳으로 또 다른 유명세를 탔다. 원래 이 빌라는 삼미그룹 김현철 회장이 분양받아 살다가 그룹이 망하면서 경매시장에 나온 것을 백 회장이 구입해 살았으나 프라임그룹이 망하면서 다시 경매에 처해진 ‘비운의 빌라’로 소문나 있다.
백종현 전프라임그룹 회장.
백종현 전프라임그룹 회장.
최근 서울 한남동이나 성북동 못지않게 재벌가들이 몰려사는 곳이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판교에 있는 운종동과 대장동 일대다. 남서울CC를 끼고 있어 경치또한 일품인 곳이다. 이 일대는 LG그룹 동업자인 허만정씨의 5남인 허완구 승산그룹 회장이 사들였던 곳이다. 남서울CC 주인이기도 한 그는 이 부지를 골프회원 몇 명에게 분할 했는데 최근 재벌들이 속속 모여들면서 신흥 재벌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실제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 이건영 대한제분 부회장, 홍평우 신라명과 사장, 김의광 장원산업 회장 등이 웅지를 틀었다.

잘 알려진대로 현재 재벌 총수들이 많이 사는 곳은 서울 한남동과 성북동이다. 한남동은 남산과 한강을 배산임수로 두고 있고, 성북동은 북악산과 청계천을 배산임수로 둬 권력(산)과 재물(물)을 동시에 품을 수 있는 곳이라고 평하고 있다. 재벌 총수들이 이 곳에 많이 사는 이유도 이런 명당자리이기 때문이라고 풍수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그렇다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다 흥하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 그룹을 이끌던 다수의 총수들이 성북동에 살았으나 그룹이 패망한 총수들도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한때 재계 랭킹 7위에 올랐던 국제그룹 양정모 창업주의 저택이다. 성북동에서도 최고의 가치를 자랑하던 양 회장의 저택은 장남인 양희원씨가 물려받았으나 올 초 제2금융권 부채를 갚지못해 경매에 부쳐졌다. 두산그룹 박용오 전 회장의 성북동 자택도 경매시장에서 처분 됐고,노태우 대통령의 사돈으로 유명했던 신동방그룹의 신명수 회장 저택도 성북동에 있지만 그룹도 망했고 그 집은 경매시장에 나왔었다,
양정모 국제그룹 회장.
양정모 국제그룹 회장.
풍수학에는 비보책(裨補策)이 있어 흉지도 길지로 바꿀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풍설에 불과한 풍수를 심리적으로 안정시키는 비책이라는 뜻이다. 실제 대기업 본사 사옥을 이 비보책을 써서 구설수를 잠재운 사례가 많이 있다. 결국 길지와 흉지는 당사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달려 있다는 논리다. 풍수는 글자 그대로 바람(風)과 물(水)이다. 흐르는 물과 바람으로 인해 변하는 땅과 그위에 사는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풍수일 뿐이다. 따라서 지나친 맹신이나 집착을 버리고 현재의 처지를 어떻게 극복하고 승화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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