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문화/사회 , 경제

"양적완화, 은행들에게 'Deep think' 화두 던진 것"

화이트보스 2016. 4. 6. 16:46


"양적완화, 은행들에게 'Deep think' 화두 던진 것"

  • 대담=정재형 경제정책부장

  • 전슬기 기자


  • 입력 : 2016.04.06 10:47 | 수정 : 2016.04.06 16:18

    올해 총선은 여느 총선 때와 달리 정책 경쟁이 치열하다. 새누리당은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을 영입해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겼고 더민주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정책 공약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동안 정책 공약은 캠프에 참여한 교수, 연구원 등 학자 출신이 주도했는데 올해는 선거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정책 공약을 내놓고 있다. 그만큼 정책 경쟁이 치열해졌고 의미 있는 정책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공약이 실현되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정책 아이디어 자체가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우리 사회에 정책 화두를 던지고 있다. 공약 책임자를 만나 깊은 속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한국판 양적완화’ 화두 던진 강봉균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사업재편 전제로 하는 양적완화”
    “당이 공약했다고 100% 지키라는 것은 군주 국가…사회적 합의 절차 당연히 필요”

    “한국판 양적완화를 추진하겠다.”

    지난주 국회와 정부부처, 경제학계는 물론이고 채권시장은 ‘폭탄급 공약 아이디어’에 대한 논쟁으로 들썩였다. 전직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인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이 던진 ‘공약’이 한국 사회를 출렁이게 만든 것이다.

    강 위원장이 내놓은 공약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대신 채권 매입으로 시중에 돈을 푸는 ‘한국판 양적완화’였다.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산업은행 채권과 주택담보대출증권(MBS)을 사들여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해결을 지원하자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다.

    강 위원장의 아이디어는 즉각 뜨거운 논쟁을 불러왔다.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한 유동성 공급으로 인한 원화가치 하락, 외국인 자본 유출 등의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쏟아졌다. 독립성 침해를 우려하는 한은은 ‘표정 관리’를 하느라 애를 먹었고, 경제수장들은 강 위원장의 아이디어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며 선을 그었다. 그 과정에서 “해볼 만한 아이디어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많아 논쟁에 불을 지폈다.

    지난 5일 국회 집무실에서 만난 강 위원장의 모습은 떠들썩한 세상의 우려 또는 기대와는 달리 차분하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한국판 양적완화의 문제점에 대해 질문하자 곧장 자신감 있는 대답이 돌아왔다.

    강 위원장이 설명하는 한국판 양적완화는 구조조정을 통한 기업들의 사업 재편➝경제 체질 개선 후 신성장동력 투자➝일자리 창출 및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목표 아래 중앙은행과 국책은행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강 위원장은 중앙은행이 두 곳에서 발생하는 ‘자금의 미스매치(부조화)’를 해결해줘야 한다고 바라봤다. 부동산 경기 둔화로 주택 담보 대출의 상환 기간이 길어지는 것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자금 미스매치’를 한은이 MBS를 사들여 숨통을 트여 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들의 구조조정은 사업 재편을 위한 자금이 빨리 투입되어야 하나, 처분한 자금이 회수될 수 있는 시기는 늦을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 간격에서 오는 ‘자금의 미츠매치’도 한은이 국책은행들의 채권을 사줘서 해결해줘야 한다는 논리다.

    강 위원장의 한국판 양적완화는 전체 시장에 돈을 푸는 것이 아니라 자금의 미스매치가 일어난 곳에 선택적으로 타깃을 정해 ‘돈’을 투입하는 것이다.

    따라서 강 위원장은 “한국판 양적완화는 은행들의 역할에 대해 던진 ‘화두’다”라고 설명했다. 중앙은행은 금융 안정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국책은행들은 살아남기 위해 한계기업을 변화시키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은의 독립성 침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걱정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한은의 산금채 보증, 국가 부채 증가 등 문제는 기술적인 부분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강 위원장은 한국판 양적완화의 실행은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판 양적완화, 돈이 막힌 곳에 선택적 공급…기업들 사업재편 필요해, 자금 지원해야”

    강봉균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은 한국판 양적완화는 막힌 곳에 선택적으로 돈을 뿌리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사진=박정엽 기자
    강봉균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은 한국판 양적완화는 막힌 곳에 선택적으로 돈을 뿌리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사진=박정엽 기자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정부에 있는 사람들도 “우리가 왜 이런 생각을 못 했을까”라는 말을 하더라. 한국판 양적완화는 명칭은 양적완화지만, 실질적으로 신용완화 아닌가.

    “미국이나 일본의 양적완화는 전체 시장에 통화량을 늘릴 수 있도록 중앙은행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한국판 양적완화는 시중에 돈의 양이 늘어나도, 막힌 곳은 뚫리지 않는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 한국판 양적완화라는 용어는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현 새누리당 경제정책본부장)의 아이디어다. 막힌 곳을 선택적으로 뚫는 것은 굉장히 유효한 효력을 발휘한다.

    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는 전체 시중에 돈을 푸는 것도 있고, 선택적으로 더 돈을 공급하는 방법도 있다. 선택적으로 돈을 공급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은 선택적으로 하지 않고, 엔화를 시중에다 풀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몇 년은 양적완화의 효과가 있었지만, 결국 기업들이 달라지지 않아 효력이 점점 약화됐다.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 하지 않겠다. 기업들의 사업 재편을 전제로 하는 양적완화를 하자는 것이 차이점이다.”

    -한국은행에게 발권력을 동원해 주택담보대출증권(MBS)을 사들일 것을 주문했다.

    “미국 같은 나라는 이미 옛날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대출을 평생 갚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그런 방식이 도입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집을 살 때 부모가 도와둔다. 집을 사놓으면 집값이 오른다. 집이 잘 팔리면서 더 큰 집으로 이사하고, 은행 빚도 갚아 나갔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대가 아니다. 원래 2~3년 안에 주택담보대출을 갚던 사람들이 이제는 20년에 후에 돈을 갚는 상황이 발생했다. 금융기관들은 이 과정에서 대출 조달과 회수 사이에 ‘돈의 미스매치’에 직면했다. 이것을 중앙은행이 도와주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이냐. 주택담보대출 채권 상환 기간을 길게 해주기 위해 한국은행이 좀 사주자는 말이다.”

    -현재 주택금융공사가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은 인수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그것은 전체 주택담보대출 중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전체에 다 적용하려면 추가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그래서 한은이 도와주자는 것이다.”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언급했다. 구조조정 하려면 은행들의 부실 채권이 생길 수 있으니깐 구조조정 제대로 하게 산업은행에 대출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자본 확충을 해주는 게 맞다.

    “A라는 재벌 기업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A기업에게는 계열사가 30개 있을 수 있고, 많으면 50개도 있을 수 있다. 그 중에서 어떤 계열사는 이미 적자가 나기 시작한 지 오래됐고, 곧 적자로 돌아설 곳도 있을 것이다. 재벌들도 살기 위해서는 적자가 오래된 것은 팔아야 한다.

    IMF 외환위기 때 했던 재벌 구조개혁과 거의 비슷한 것이다. 그 때 대기업들의 부채 비율이 400~500%였다. 그것을 줄여야 대외적으로 우리나라가 살아날 수 있다고 해서 재벌 구조개혁을 한 것 아닌가. 지금도 마찬가지다. 경쟁력 있고 미래지향적인 것에 집중하기 위해서 조금 이익이 나는 부분이 있더라도 기업은 처분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산업은행이 발행하는 채권 중에는 후순위채권도 있지 않나. 후순위채는 기본자본(Tier 1)은 아니지만 보완자본(Tier 2)으로 자본금에 들어간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로도 인정된다. 자본 확충을 할 수 있다.”

    -구조조정이라고 말한 게 사업 재편인가. 사업 재편에 필요한 대출 자금을 중앙은행이 산업은행에 공급해야 한다는 이야기인가.

    “맞다. 바로 그 말이다. 사업재편을 위한 자금은 상당히 빨리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이 사업을 처분하는 것은 시간이 좀 걸린다. 그러니까 그것도 역시 자금의 미스매치가 생긴다. 중앙은행이 자금을 공급해줘야 한다. 또 지능형 로봇이라든가 자율 주행 자동차 등 신산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재벌들은 장기적으로 투자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그림을 갖고 있다. 그런 것은 적은 돈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상당히 큰 돈이 들어가야 하는데, 아무도 그 돈을 공급하지 않는다.

    특히 조선업계와 해운업계 구조조정은 시급하다. 대우조선해양 같은 경우 밑에 계열 회사가 60개가 넘는다. 계열사 중 괜찮은 곳도 있다.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돈이 몇 조원 필요하다고 하지 않겠느냐. 그런 한계기업들을 자꾸 변신 시키는 역할을 은행들이 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대출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국책은행들의 채권을 사주자는 것이다. 산업은행의 산업금융채권를 인수해주면서 대출 용도에 대해 깊이 있는 협상을 해나가야 한다.”

    -우리나라 은행들의 그동안 보수적인 행태를 보면, 그런 결정을 쉽게 내리진 못할 것 같다. 취약 업종인 한계기업에 대해서는 선거가 끝나면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한다고 해도, 신성장동력이나 정상 기업 사업 재편에도 나설까.

    “IMF 외환위기 때는 금융기관들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부실 채권을 정리했다. 지금 은행들은 급하지 않으니깐 자꾸 기업 부실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있다. 조금만 장기적으로 보면 금융기관들도 소극적으로 나서면 안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경제 전체 활력이 어디서 나오겠냐. 산업 구조가 바꿔야 경제 활력이 생긴다.

    은행들도 살아남기 위해서 바꿔야 한다. 예금 받고 대출해주는 기본적인 업무에 인터넷 은행 도입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 인력 줄이는 것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겠나. 기본적으로 돈을 빌려주는 구조를 수익성이 나는 쪽으로 옮겨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이번에 ‘한국판 양적완화’ 이슈를 던진 것은 은행들도 ‘Deep think'를 하라는 이야기다.”

    -중앙은행이 산금채를 사려면 한국은행 법을 개정해야 한다. 발행시장에서 한국은행이 사려면 정부 보증도 있어야 한다.

    “산금채나 MBS가 유통시장에서 거래될 때 한국은행이 사주는 것은 법을 고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한국은행이 선택적으로 용도를 정해줄 수가 없다. 발행시장에서는 용도에 맞는 조건을 붙일 수 있다.

    발행시장에서 살 수 있게 한국은행법을 바꾸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법 개정 등은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 중요하지 않다.

    -정부가 산금채를 보증하면, 산금채가 국가 부채 포함되는 것은 감수하는 것인가.

    “그런 것은 기술적인 문제로 해결할 수 있다. 한은이 정부 보증채 말고 정부 보증 없이 산금채와 MBS를 인수하도록 하면 되지 않겠나. 방법은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자꾸 강조하는 것은 기업이 구조조정 하면 회수되는 돈도 많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IMF 외환위기 때는 기업 구조조정에 투입된 돈이 상당 부분 회수됐다. 시차가 있겠지만 돈이 회수된다고 하면 국가에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다. 회수되는 것 없이 복지를 늘리기 위해 국가 채무를 늘리는 것과는 다르다. 그런 국가채무는 우리가 경계해야 한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침해 문제,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중앙은행 독립성 이야기 하는데, 미국의 중앙은행은 독립성 없어서 양적완화를 한 것 아니다. 중앙은행 역할이 옛날에는 물가 안정에만 고정돼 있었다. 이제는 한은법이 바뀌어서 금융 안정 역할도 있다. 경기가 가라앉으면 고민해야 할 곳이 정부부처만 있는 게 아니다. 한국은행도 고민해야 한다. 고민 안하고 독립성을 이야기하면 안된다. 인플레이션 우려는 양적완화 때문에 인플레이션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나라를 아직 보지 못했다.”

    “당이 공약했다고 100% 지키는 것 말이 안돼…튼튼한 공감대 필요”

    강봉균 선대위원장은 한국판 양적완화 공약의 실행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 절차가 당연히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박정엽 기자
    강봉균 선대위원장은 한국판 양적완화 공약의 실행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 절차가 당연히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박정엽 기자

    - ‘한국판 양적완화’ 공약의 실제 실행 가능성은 어떻게 보는가.

    자꾸 언론에서 그런 식의 질문을 많이 한다. 공약에서 이야기하는 정책은 경제 주체와 이해 당사자 간의 협의 과정이 필요하고, 국회에서 법을 통과하려면 정치권의 합의 절차는 당연히 따라다니는 것이다. 당에서 공약으로 했으니 100% 실행해라, 그런 것은 군주 국가나 가능하다. 상식적인 것들을 그렇게 자꾸 물어보는지 이해가 안된다.”

    -정책 아이디어가 이슈화가 되고, 논의가 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것인가.

    “언론과 지식인들이 여야가 이야기하는 정책 중 어떤 것이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래서 국민적인 튼튼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실행은 저절로 되는 것이다. 국회에서 법을 고치거나 노사 간 협의를 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 논의의 장을 잘 만들어 내는 것이 국가의 역량이다. 그리고 그것이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나가는 힘이 된다. 단순히 아이디어만 나올 것 같으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에게 물어보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런 것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올바른 정책도 이해 관계에 놓여 있는 사람들의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 그런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 언론이다. 4년 전 복지 정책 경쟁이 일어났을 때 언론들이 분별을 잘 해줬었으면 표심(票心)이 그렇게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야당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여당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표면적으로만 이야기하면 서민들이나 경제에 깊은 지식이 없는 계층에서는 “무상도 좋다. 공짜도 좋다”는 반응이 나온다. 나는 그런 것들을 포퓰리즘이라고 본다. 그걸 정치인들이 악용하는 것이다. 한번 말을 던졌을 때 날카로운 비판이 나오면 정당에서도 함부로 이야기를 못한다.”

    -지난 총선때 무상복지 경쟁은 포퓰리즘 경쟁이었다고 보는 것인가.

    “물론이다. 큰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 ‘경제를 살린다, 서민들을 돕는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선거가 있으면 국가의 경제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포퓰리즘이 성행해 표심이 움직이는 것을 막는 것이 지식인들과 언론의 책무다. 내가 이번에 새누리당에 온 까닭도 그런 것이다. 여당이 올바르게 하면 야당의 포퓰리즘에 표가 흔들리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